[아직 살만한 세상] 영세 세입자들과 고통 나눈 ‘착한 건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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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살만한 세상] 영세 세입자들과 고통 나눈 ‘착한 건물주’

입력 2018-01-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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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건물주' 권오만씨. 사진=EBS ‘인터뷰 대한민국 1998 IMF 生-제 2부 견우와 직녀 그 사이’ 스틸컷

중동호흡기질환(메르스) 직격탄을 맞았던 2015년 여름 전통시장은 방문객과 매출액이 최대 80%까지 떨어져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삶의 끝자락까지 내몰린 영세 세입자를 위해 임대료를 낮춘 착한 건물주의 사연이 뒤늦게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EBS ‘인터뷰 대한민국 1998 IMF 生-제 2부 견우와 직녀 그 사이’는 27일 영세 세입자와 고통 분담을 자처한 착한 건물주 권오만(58)씨의 사연을 전했습니다.

'착한 건물주' 권오만씨. 사진=EBS ‘인터뷰 대한민국 1998 IMF 生-제 2부 견우와 직녀 그 사이’ 스틸컷

이날 방송에서 어구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심보경(61)씨는 “2015년 한해는 정말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더 감동적인 기억이 있죠”라며 당시 건물주와 주고 받은 문자메세지를 공개했습니다. 문자메세지에는 “요즘 메르스 여파로 많이 힘드시죠. 고통을 분담하겠습니다. 6월 한달 월세는 반만 주세요. 저도 어려워 힘들게 결정했습니다. 번창하세요”라는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심씨는 “주인 덕분에 이곳에서 20년째 장사를 이어갈 수 있었어요”라며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이에 대해 권씨는 “사람은 살아가면서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중요합니다”라며 “어렵게 살았던 과거를 생각하니 월세를 다 받을 수 없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학창시절 형과 함께 월세방을 전전했었어요. 그때 서서 소변을 보다가 소변이 조금 튀었는데 집주인에게 호되게 혼이 났던 기억이 있어요”라며 “지금까지도 앉아서 볼일을 봐요”라고 세입자로 살았던 과거의 서러움을 얘기했습니다.

이어 “세입자일 때는 뺏기는 마음이 들기도 했었죠. 임대료를 받는 처지가 되니까 늘 미안한 마음이 있어요”라며 “겨우 두달 월세를 할인해줬다고 칭찬 받으니까 면목이 없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권씨는 오히려 과거 자신을 도와준 이들에게 감사함을 표했습니다. 그는 “1980년대에는 노동운동을 하다가 구속됐었어요. 이후 풀려난 지 얼마 안가 IMF 경제난을 겪으며 직장에서 해고됐습니다. 정말 살기 어려웠어요. 그런데 주변에서 무이자로 몇천만원씩 빌려줘 겨우 재기할 수 있었어요”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선의가 모이면 큰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전형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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