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홀로 어린 남매를 키우게 된 가장… 그가 만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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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살만한 세상] 홀로 어린 남매를 키우게 된 가장… 그가 만난 ‘세상’

입력 2018-02-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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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내의 갑작스러운 이혼 요구. 표면적 이유는 가정 불화, 그 뒤에 어른거린 알 수 없는 문제들.

5살, 3살 어린 남매를 홀로 키우게 된 38세 가장의 애달픈 사연이 지난달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됐습니다. 글쓴이는 계약직으로 일하던 자동차 공장에서 해고 통보까지 받은 상황이었습니다. 급히 일할 곳을 찾아 나섰지만 아이들을 맡길 곳 없는 중년 남성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내는 자신의 명의로 돼 있던 집을 내놓고 연락을 끊어버렸답니다.

공장을 그만둘 때 받은 급여로 버티던 그는 오갈 곳마저 없어지자 세상을 떠날 결심을 하게 됩니다. 말이 일찍 트인 첫째가 아빠의 푸념을 듣고 “내가 커서 집도, 차도 사줄게”라며 그를 안아주지 않았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 벌어졌을지 모릅니다.

아이의 따스한 포옹에 눈물 흘린 그는 다시 이를 악물고 세 식구가 살 집을 찾아 나섰습니다. 쉽지 않았습니다. 글쓴이는 결국 방 한 칸 마련할 돈이라도 모을 동안 아이들을 맡기기 위해 영아원에 찾아갔습니다. 자식 버리는 부모가 된 것 같아 같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그에게 뜻밖의 소식이 들렸습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이하 기초수급자) 자격이 돼 주거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는 “(그 말을 듣고) 같이 살면서 내 손으로 먹이고, 씻기고, 입힐 수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다고 애원했다”고 했습니다.

그는 무주택 한부모가구로 LH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전세임대주택 즉시 지원 제도에 신청했습니다. 입주일까지 통보받아 행복에 젖어 있었는데 고비가 또 찾아왔습니다. 5500만원 지원을 받았지만 기본 5%에 월세 3개월분이 가산된 본인부담금 총 350만원을 지불해야 했습니다. 기초수급자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아이를 집에서 양육해야 하는데, 아이 혼자 집에 두고 나가 일을 할 수는 없었죠.

수중에 남은 돈은 단 2만원. 크리스마스 때 아무것도 받지 못한 첫째는 자기가 나쁜 아이라서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안 준 거라며 엉엉 울었습니다. 그는 16년간 활동한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들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입주 후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가 있는 동안 할 수 있는 일자리, 뭐든 다 할 각오가 돼 있으니 부탁한다고 했습니다.

기적처럼 도움의 손길이 밀려왔습니다. 23명이 금전적 도움을, 100여명이 옷이나 선물을 보냈습니다. 몇몇 회원과는 전화 통화까지 했습니다. 아이들을 보겠다고 그가 사는 전북 전주까지 찾아온 사람도 있었지요. 아이들 주라고 장난감을 보내며 “우리 애가 쓰던 거라 미안하다”는 회원의 말에 너무 고마워 왈칵 눈물이 났다고 합니다.

그는 도움받은 총액과 이용 내역을 상세히 글로 적어 커뮤니티에 올렸습니다. 모두 197만6000원이었습니다. 큰 금액을 두 번이나 보내줬던 한 기부자에게는 기초수급자 지원금을 받아 일부를 갚았다고 합니다. 두 사람은 만나서 식사를 함께한 인증 사진도 공개했습니다.

물론 이런 일을 좋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었습니다. 사연이 모두 사실인지 알 수 없으며, 손을 벌리기보다 스스로 더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는 거지요. 한 네티즌은 “처음이 어렵지 두 번, 세 번은 쉽습니다. 이런 글을 자꾸 올리다 보면 진심도 의심을 만날 수 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대부분 “돕고 싶다”는 반응이었습니다. 특히 글쓴이처럼 아이 둘, 셋을 둔 아빠라며 “마음이 정말 아프다”고 위로하는 댓글이 수십 개 달렸습니다.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그에게 응원과 격려도 이어졌습니다. 그중 한 댓글이 유독 눈에 띄었습니다. 어쩌면 이 코너 제목과 꼭 닮아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댓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아직은 살만한 세상입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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