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아빠가 ‘이렇게까지’ 딸에게 용돈을 주려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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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살만한 세상] 아빠가 ‘이렇게까지’ 딸에게 용돈을 주려는 까닭

입력 2018-02-07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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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아직도 그날만 생각하면 가슴이 저며옵니다. 딸의 고등학교 졸업식 날, 근사한 선물을 해줄 형편은 못됐지만 그래도 딸의 손에 무언가 쥐어주고 싶었습니다. 졸업을 축하한다고, 성인이 된 것을 환영한다고, 아빠는 딸이 평소에 갖고 싶었던 선물을 주며 말하고 싶었습니다.

딸도 아빠 마음을 읽었는지 그리 비싸지 않고 ‘이 정도면 괜찮겠다’ 싶은 선물을 하나 골라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빠는 그것마저도 사줄 수 없었습니다.

“한도 초과입니다.”

아빠는 역시나 돈이 없었고, 그날이 아빠에게는 ‘한’으로 남았습니다.

이제 딸도 어엿한 성인이 됐습니다. 돈도 꽤나 법니다. 그래도 아빠는 늘 딸만 보면 그날이 떠오른다고 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딸의 집에 놀러올 때마다 늘 20달러(약 2만원)를 쥐어주곤 했습니다.

어느 날 딸이 선언했습니다. “더 이상 아빠에게 용돈을 받지 않을 거예요. 아빠가 사고 싶은 것 마음껏 사세요” 딸은 홀가분했습니다. 아빠를 위한 일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습니다. 집안 구석구석에서 20달러 지폐가 발견되기 시작했습니다. 기타 속, 책장 안, 카드 사이, 조명 위 등 쉽게 보이지는 않지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 찾을 수 있는 곳마다 20달러 지폐가 들어 있었습니다.

‘범인’은 아빠였습니다. 딸의 집에 저녁식사를 하러 올 때마다 숨겨둔 겁니다. 딸이 용돈 받기를 거부하자 아빠가 생각해낸 특단의 조치(?)였죠.


딸은 지폐를 발견할 때마다 사진을 찍어 아빠에게 보냅니다. 사진을 확인한 아빠는 더 없이 행복해 합니다. 두 사람의 삶에 또 하나 재미있는 일이 생긴 겁니다.

숨기려는 자와 찾아내려는 자. 이 싸움은 항상 아빠가 이깁니다. 아니, 이제는 아빠 마음을 모두 이해할 것만 같은 딸이 져주는 걸지도 모릅니다.




‘somebodysmama’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이 미국인 여성은 “아빠는 참 이상한 사람이다”라면서 소셜미디어(Imgur)에 사연을 공개했습니다. ‘자식들이 전처럼 어렵게 살지 않는 것’만이 아빠의 남은 바람인 것 같다면서 말이죠.

세상에는 많은 아빠가 있습니다. 사실 아빠가 되는 것은 어찌 보면 쉬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빠다움’을 갖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딸에게 미안한 마음을 두고 두고 갚는 아빠, 그런 아빠를 ‘참 따뜻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딸. ‘20달러 숨바꼭질’로 서로를 이해하게 된 이 부녀에게는 이제 어떤 삶이 펼쳐질까요.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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