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술관계 안 맞는다…김정은 만연체 화법 [전문]

국민일보

주술관계 안 맞는다…김정은 만연체 화법 [전문]

입력 2018-04-27 11:20
판문점=이병주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27일 정상회담 장소에서 마주앉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거침 없었다. 줄줄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구애받지 않고 길게 쏟아냈는데, 만연체 화법이다보니 몇 가지 단점을 노출했다.

먼저 주술관계를 찾기가 어려웠다. 김정은 위원장이 내놓은 인사말은 “오늘 현안 문제들 관심사가 되는 문제들 툭 터놓고 이야기하고…”로 시작해 “그래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또 앞으로 이 자리를 빌어서 우리가 지난 시기처럼 또 원점에 돌아가고 이행하지 못하고 이런 결과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마음가짐을 잘하고 앞으로 미래를 내다보면서 지향성 있게 손잡고 걸어 나가는 계기가 돼서”로 매우 복잡하게 넘어간다.

이어 김 위원장은 문장을 끊지 않고 “기대하시는 분들의 기대에도 부응하고 오늘도 결과가 좋아서 요 오기 전에 보니까 오늘 저녁에 만찬음식 가지고 많이 이야기하던데 어렵사리 평양에서부터 평양냉면을 가져왔습니다”로 끝맺었다. 현안 문제로 이야기를 시작해 평양 냉면으로 술어를 마무리했다.

동어 반복을 통해 강조하는 화법도 눈에 띄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오늘 이 자리에서 평화번영 북남관계가 정말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는 그런 순간에 이런 출발점에 서서 그 출발선에서 신호탄을 쏜다하는 출발신호탄을 쏜다하는 그런 마음가짐 가지고 여기에 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출발점 출발선 신호탄 출발신호탄이 무더기로 반복된다. 급한 성격의 소유자임을 엿볼 수 있다.
사진=방송화면 캡처

김정은 위원장은 방명록에서도 “새로운 력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력사의 출발점에서 김정은 2018.4.27”이라고 썼다. 역시 주어를 호응하는 술어가 생략돼 있다. 출발점도 다시 강조하고 있다.

만연체 화법과 주술관계 호응 부족은 세습 정치인들의 한계이기도 하다.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화법도 매우 난해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음은 김정은 위원장 정상회담 모두발언 전문.

판문점=이병주 기자

아까 제가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200m를 걸어왔는지 군사분계선을 넘어서 역사적으로 11년이 걸렸는데 오늘 걸어오면서 보니까 왜 이렇게 이 시간이 오랬나 왜 이렇게 오기 힘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역사적인 이런 자리에서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기대하시는 분도 많고 또 지난시기처럼 아무리 좋은 합의나 글이 나와도 발표돼도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면 오히려 좋은 결과가 좋게 발전하지 못하면 기대를 품었던 분들한테 오히려 더 낙심을 주지 않겠나, 앞으로 마음가짐을 잘하고 우리가 잃어버린 11년 세월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정말 수시로 만나서 걸린 문제를 풀어나가고 마음을 합치고 의지를 모아서 그런 의지를 가지고 나가면 우리가 잃어버린 11년이 아깝지 않게 우리가 좋게 나가지 않겠나 이런 생각도 하면서 정말 만감이 교차하는 속에서 한 200m를 걸어왔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평화번영 북남관계가 정말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는 그런 순간에 이런 출발점에 서서 그 출발선에서 신호탄을 쏜다하는 출발신호탄을 쏜다하는 그런 마음가짐 가지고 여기에 왔습니다. 오늘 현안 문제들 관심사가 되는 문제들 툭 터놓고 이야기하고 그래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또 앞으로 이 자리를 빌어서 우리가 지난 시기처럼 또 원점에 돌아가고 이행하지 못하고 이런 결과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마음가짐을 잘하고 앞으로 미래를 내다보면서 지향성 있게 손잡고 걸어 나가는 계기가 돼서 기대하시는 분들의 기대에도 부응하고 오늘도 결과가 좋아서 요 오기 전에 보니까 오늘 저녁에 만찬음식 가지고 많이 이야기하던데 어렵사리 평양에서부터 평양냉면을 가져왔습니다. 가져왔는데 대통령께서 편안한 마음으로 평양냉면 멀리 온 멀다 말하면 안 되 갔구나, 좀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정말 허심탄회하게 진지하게 솔직하게 이런 마음가짐으로 오늘 문재인 대통령님과 좋은 이야기를 하고 또 반드시 필요한 이야기를 하고 그래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겠다는 걸 문재인 대통령 앞에도 말씀드리고 기자 여러분들한테도 말씀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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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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