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직원들이 밝힌 ‘박창진은 왜 혼자였나’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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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직원들이 밝힌 ‘박창진은 왜 혼자였나’ [영상]

입력 2018-06-01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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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총수 일가의 갑질을 폭로한 대한항공 직원들.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 나오는 가면을 쓰고 등장했다. BBC 코리아 캡처.

대한항공 직원들이 작심했다. 부기장 2명과 남녀 객실승무원 3명은 30일 익명으로 진행된 BBC 코리아 인터뷰에 출연했다. 이들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부인 이명희씨는 물론이고 조현아·조현민 자녀의 갑질을 낱낱이 고발했다. ‘땅콩 회항’ 사건으로 인사 불이익을 받은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 관련 의혹도 털어놨다. 인터뷰는 약 6분간 진행됐다.

갑질의 집합체 ‘한진가’

화두는 단연 ‘이명희 동영상’이었다. 이씨가 인천 하얏트호텔 공사현장 여성 인부를 밀치거나 바닥에 종이 서류를 던지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다. 여승무원 A씨는 “저 여자가 나였다면 난 어떻게 했을까. 정말 무서웠겠다(라고 생각했다)”면서 “누군가 말리려고 (이씨를) 잡지 않았나. 이명희를 잡은 거다. ‘죽으려고 잡았나’ 이런 생각도 든다”고 토로했다.

이어 조 회장, 이씨, 두 자매의 만행에 대한 구체적인 폭로가 나왔다. 이씨의 갑질은 일상이었다고 한다. 한 직원은 이씨의 욕설을 연달아 듣고 충격받아 몇 개월 휴직했다. A씨는 “‘이X 저X’은 기본이다”라고 주장했다.

직원과 수행기사에 대한 폭언·폭행 혐의로 이틀만에 재소환된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조사를 마친 후 귀가하고 있다. 뉴시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여객마케팅 전무의 경우 차·부장 시절 자신의 담당 임원에게 “너희가 누구 때문에 먹고 사는 줄 아냐” 등의 막말을 일삼았다. 남승무원 B씨는 “직급이 상하가 있는데도 인격적인 폭언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여승무원들은 정기 교육을 받기 위해 대한항공 본사에 출근하면 조현아 전 부사장이 사용하는 공용화장실 쪽은 가지도 못했다고 했다.

심지어 조 회장은 실수로 고객 물건을 버린 직원에게 “회사에서 변상하는 대신 월급에서 삭감하겠다”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 B씨는 “그분 한 마디에 목숨이 달렸다. 미소가 마음에 안 들면 직급에서 물러나기도 했다”고 밝혔다.

박창진은 왜 ‘혼자’였나


이들의 말에 따르면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은 회사에서 촉망받는 직원이었다. 조 전 부사장이 탔던 항공편의 수행팀으로 나갈 정도면 능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이 기내 땅콩 서비스를 문제 삼아 비행기를 돌렸던 사건 이후 박 전 사무장 관련 루머가 떠돌기 시작했다. 부기장 C씨는 “회사에서 언론 플레이를 한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회사가 박 전 사무장의 동료들을 회유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 전 사무장에 대해 안 좋은 말을 퍼트리면 진급을 보장해주겠다는 식이었다. A씨는 “그분들 지금 다 진급했다. 이름도 바꿨다”고 했다. 당시 직원 대부분이 박 전 사무장 편을 들면 자신도 비슷한 처우를 받게 될 거라는 두려움에 떨었고, 실제로 회사 눈 밖에 난 직원들이 국내선만 타게 됐다는 증언도 있었다.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조양호 일가 및 경영진 퇴진 갑질STOP 4차 촛불집회'에서 대한항공 직원들이 갑질 규탄 퇴진 촉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가면 쓴 직원들… ‘저항의 아이콘’


직원들은 모두 영화 ‘브이 포 벤데타’ 주인공이 착용하는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고 나왔다. 이 가면은 1605년 11월 영국 의회 의사당을 폭파시키려다 실패한 실존 인물의 이름을 딴 것이다. 영화 주인공 ‘브이’도 2040년 영국 정부에 대항해 혁명을 일으키는 남성이다. 브이와 그의 가면은 부조리에 맞서 싸우는 ‘저항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가면은 ‘대한항공 전현직 임직원 모임(모임)’의 촛불시위에서도 등장하고 있다. 모임은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조양호 일가와 경영진 퇴진을 촉구하고 갑질 근절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5일에는 4차 집회가 열렸다.

상징적 의미 때문이기도 하지만, 직원들은 사측의 참석자 색출을 우려해 가면 또는 모자와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린 채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먼저 열린 집회에서 대한항공 인사·노무 담당자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참가자들의 사진을 찍는 행위가 목격되기도 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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