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고꾸라진 트럭 기사… 3명의 ‘선한 사마리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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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살만한 세상] 고꾸라진 트럭 기사… 3명의 ‘선한 사마리아인’

입력 2018-06-1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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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보배드림

위험에 처한 사람을 외면할 경우 처벌하는 ‘선한 사마리아인 법’은 그동안 꾸준히 필요성이 제기돼 왔습니다. 타인의 곤경을 방관하는 게 그만큼 보편화됐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고 이웃에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선한 사마리아인’이 세상에는 아직도 많습니다.

이경환씨는 12일 오전 10시쯤 직장 근처인 경기도 이천 마장사거리 교차로에서 신호대기 중이었습니다. 갑자기 트럭 한 대가 비스듬하게 바깥차선에 멈춰 섰습니다. 지나가던 보행자 A씨가 트럭을 살펴 보더니 다급하게 이씨의 차량을 향해 손을 흔들었습니다.

이씨는 트럭 운전석을 들여다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운전자가 흰자위를 드러낸 채 고꾸라져 있었거든요. 이씨는 지나가던 다른 운전기사 B씨에게 신고를 부탁하고, A씨와 함께 트럭 운전석에 진입했습니다. 좌석이 소변으로 젖어있고 호흡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했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컥!’ 흉부압박을 강하게 10번씩 3번 정도 반복했을 때 환자가 드디어 숨을 내뱉었습니다. A씨와 함께 환자를 좀 더 편한 장소로 옮긴 뒤 계속해서 심폐소생술을 했었답니다. B씨도 떠나지 않고, 응급대원과 통화를 이어가며 이씨와 구급대원 사이에서 정보전달 역할을 맡았습니다. 환자의 숨이 돌아오다, 나가다를 반복하는 모습에 마음이 다급했습니다. 의식이 차츰 돌아오자 그제서야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구조대가 도착했을 때 환자는 간단한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의식을 회복했습니다. 두통을 호소해서 근처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합니다. 도로 통행 유지를 위해 출동한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는 바람에 이씨와 함께 도와줬던 두 사람도 자리를 떠야 했답니다. 차 안에 앉자 헝클어진 머리와 소변과 땀에 젖은 자신의 모습이 룸미러에 비쳤답니다. 그래도 어쩐지 안도의 웃음이 나왔다고 합니다. 집에 돌아 온 이씨는 커뮤니티 사이트에 글을 올려 그날의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이씨는 13일 전화 통화에서 “눈 앞에 숨 넘어가는 사람이 있는데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겸손해 했습니다. 소방관계자는 “신고자가 현장을 떠나면 원활한 구조가 어렵다”며 ”구급대원이 도착할 때까지 이씨가 기다려줘서 다행이었다”고 전했습니다. 한 생명을 살린 세 명의 사마리아인, 아직 세상엔 따뜻한 관심이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손민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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