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서 개 빼달라” 靑 청원… 반려인들이 목소리를 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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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서 개 빼달라” 靑 청원… 반려인들이 목소리를 낸 이유는?

“법안 통과하면 개식용 업자들의 유일한 법적 명분 제거돼”

입력 2018-06-1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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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개는 가축에 포함될까, 아닐까? 국어사전에서는 가축을 ‘집에서 기르는 짐승. 소, 말, 돼지, 닭, 개 따위를 통틀어 이른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개=가축’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법적으로는 어떨까? ‘축산물 위생관리법’상으로는 가축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축의 개량, 증식 및 산업적 이용을 전제로 하는 ‘축산법’에서는 가축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식용 대상은 아니지만 식용으로 쓸 수 있는 최초 근거가 되는 셈이다. 또한 개 농장을 지자체가 축산농가로서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기반도 된다.

처음부터 가축의 종류에 개가 포함돼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63년 축산법 제정 당시만 해도 개는 가축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1973년부터 개도 가축의 한 종류로 포함됐고, 이후 1975년에는 축산물가공법처리(현 축산물위생관리법)에서도 개를 가축의 범위에 포함시키게 됐다. 그러나 국내외 반발이 거세지자 1978년 축산물가공처리법은 다시 개를 제외했고 축산법상으로는 ‘농가의 소득증대에 기여할 수 있는 동물인 가축’의 종류로 남게 됐다.

◆ 국민청원 “개·고양이를 가축에서 제외해주세요!”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개·고양이를 가축에서 제외하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 왔다. 청원인은 해당 글에서 “불필요한 육식을 줄이고 동물들의 습성을 최대한 존중해 주는 복지 농장형으로 바뀌어나가길 간절히 바란다”며 “법의 사각지대에서 수십 년 동안 가장 끔찍하고 잔인하게 죽어가는 개와 고양이만이라도 제발 식용을 종식시켜 주기를 청원한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기쁨과 공포의 감정을 느끼는 고등동물”이라고 말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청원인은 “1500만 반려인구의 공감대 속에서 ‘개·고양이 식용 금지’ 문제는 국민청원에 1200여 건으로 가장 많은 기록을 세우고 있고, 현재 국회에는 ‘축산법의 가축에서 개를 제외하자’는 국회의원들의 법안이 발의됐다”면서 “이 법안이 통과하면 개식용 업자들의 유일한 법적 명분이 제거되고, 모든 개는 동물보호법 상의 반려동물이 돼 도살은 불법이 되고 개 농장과 보신탕은 사라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은 청원이 올라온 지 하루 만에 2만명을 돌파했다.

◆ 발 벗고 나선 국회의원들… ‘축산법 개정안’ 발의


지난 15일에는 가축에서 개를 제외하자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기도 했다. 해당 법안은 바른미래당 비례대표 이상돈 의원을 대표자로 해 발의 됐다. 이는 그간 대규모 개 사육과 식용의 간접 근거가 돼 왔던 법 규정을 뜯어 고치기 위해 칼을 빼든 것으로 평가받는다. 법안은 ‘그 밖에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동물’이라는 가축의 종류에 대한 규정을 ‘개를 제외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동물’로 바꿔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이상돈 의원 등은 “축산법에 따라 개의 사육이 가능해지면서 육견업자들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이익을 남기는 방식으로 개를 사육하는 등 공장식 사육으로 동물의 복지를 저해한다”며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법안은 개 식용 금지 자체를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개를 대규모 사육 대상에서 제외해 사실상 식용이 불가능해지도록 한 것이다.

◆ 동물권 단체 “가축서 ‘개 제외’ 법안 발의 환영”


이번에 발의된 법안에 대해 동물보호단체들은 일제히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개가 가축에서 빠지게 된다면 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개와 식용으로 기르는 개 모두가 반려동물로서의 지위를 얻는다. 굳이 개 식용을 금지한다는 법을 따로 만들지 않아도 동물 식용 금지가 어렵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가축에서 개가 제외되면 이제 보신탕은 사라지는 것인지, 식용으로 길러지는 개들에게는 어떤 변화가 생길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 홈페이지 캡처

동물권 옹호단체들은 성명서에서 “현대 사회에서 개는 사람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며 감정교류를 통해 심리적으로 안정감과 친밀감을 주는 친구, 가족과 같은 반려의 존재이다. 축산물로서 진흥시키거나 축산농가의 소득증대에 기여할 수 있는 가축이 아니다”며 “1970년대부터 시작된 개의 애매한 지위, 가축과 반려동물 사이에서의 모순적 줄타기를 이제는 정리할 때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개는 가축이 아닌 반려동물이라는 입법의지를 보여주는 이 의원의 축산법 개정안을 적극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홈페이지 캡처

신혜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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