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단짝 잃었다는 네 살 소년에게 온 선물

국민일보

[아직 살만한 세상] 단짝 잃었다는 네 살 소년에게 온 선물

입력 2018-06-23 08:40
  • 국민일보 카카오플러스 친구등록하기
로드아일랜드 경찰 페이스북 (Rhode Island State Police facebook)

어린아이 손에 들린 ‘애착 인형’을 보신 적 있나요. 유아기에 접어든 아이들에게 나타날 수 있는 분리 불안감을 해소해 주는 인형입니다. 태어난 후 처음 갖는 단짝인 셈이지요.

저 멀리 미국에서 이 애착 인형을 잃어버린 네 살배기 소년의 사연이 전해졌습니다. 몇 날 며칠을 실의에 빠져있던 소년은 경찰 아저씨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는데요. 과연 애착 인형과 재회할 수 있었을까요.

소년의 이름은 윌 캐쳐입니다. 윌은 자신의 단짝인 치타 인형에게 ‘로저’라는 이름을 지어줬습니다. 놀이터에 갈 때는 물론이고 밥을 먹을 때도 윌과 로저는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윌과 로저의 이별은 지난해 가을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뉴욕 브루클린에 살던 윌 가족은 로드아일랜드 주의 한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윌은 로저에게 창문 밖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팔을 높이 들었습니다. 바로 그 순간 로저가 창문 밖으로 떨어진 겁니다. 윌에게는 다소 충격이 컸을 겁니다. 그러나 윌의 부모님은 차를 멈추지 않고 그대로 목적지를 향해 달렸습니다. 안전사고가 우려됐기 때문이지요.

예상대로 윌은 낙담했습니다. 큰 우울감에 빠져있는 듯 했고요. 윌의 부모님은 로저를 찾을 수 없다는 걸 알았기에 아들의 모습이 더 안타까웠습니다. 윌의 상심이 계속되자 부모님은 한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윌, 경찰 아저씨에게 로저를 찾아달라고 부탁해보는 게 어떨까?”

WPRI-TV 방송캡처

밝아진 표정의 윌은 단짝 로저를 찾아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편지 아래에는 로저를 발견하기 쉽도록 그림까지 그렸습니다. 점박이 무늬까지 로저와 꼭 닮은 그림이었습니다. 윌의 편지는 로드아일랜드주 경찰서에 보내졌습니다.

그로부터 몇 개월이 지난 며칠 전이었습니다. 윌의 이름 앞으로 작은 소포 하나가 배달됐습니다. 그 안에는 편지 한 통과 함께 치타 인형이 담겨있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정말 경찰 아저씨가 로저를 찾은 걸까요.

소포를 보낸 사람은 로드아일랜드주 경찰인 라웬스 페브리에였습니다. 라웬스는 윌의 편지를 받고 자신의 막내 아들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윌의 애착인형인 로저를 찾기 위해 고속도로를 수색했다고 하네요. 그러나 결국 로저를 찾을 수는 없었다고 합니다. 고민하던 라웬스는 새 치타 인형을 하나 구입한 뒤 편지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써 내려갔습니다.

WPRI-TV 방송캡처

“안녕 윌. 로저를 잃어버려 우리 모두 유감이야. 우린 로저를 찾기 위해 고속도로에서 며칠을 보냈어. 그럼에도 찾지 못해 슬퍼하고 있던 도중에 도로 주위에서 걷고 있는 또 다른 치타를 발견했단다. 우리는 그와 이야기하기 위해 멈춰섰지. 치타의 말을 들어보니 새로운 집과 가족을 찾고 있다더구나. 그 순간 우리는 너를 생각했지!”

편지와 함께 새로운 친구를 선물 받은 윌은 날아갈 듯 기뻐했습니다. 그런 아들의 모습을 본 윌의 부모님도 라웬스에게 감사를 전했습니다. 윌의 엄마 스테파니는 “경찰의 답장이나 보답을 기대하고 보낸 편지가 아니었음에도 큰 행복을 선물 받아 고맙다. 요즘 흉흉한 소식들이 많지만, 아직까지 좋은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걸 보여주는 일이라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작은 배려로 하나로 수백 배의 행복을 선물한 라웬스는 “우리 모두 윌처럼 네 살인 시절이 있었다. 그들에게 인형과 함께 자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다른 주 아이를 적극적으로 도왔다는 칭찬도 받았죠. 그는 “내가 로드아일랜드주 소속이라는 것과 윌의 가족이 브루클린에 살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그저 윌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문지연 객원기자

많이 본 기사

반려인 연구소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