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독도’ 위해 이면지로 수첩 만들어 판 13명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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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살만한 세상] ‘독도’ 위해 이면지로 수첩 만들어 판 13명의 아이들

입력 2018-06-25 15:32 수정 2018-07-05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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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도곡중학교 사회참여 동아리 '그로우' 제공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200리 외로운 섬 하나 새들의 고향~”

누구나 한 번쯤은 따라 불러 봤을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애국가 다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아는 노래라 해도 과언이 아닌 바로 그 노래. ‘독도는 우리 땅’입니다. 한국이 일본과 독도를 둘러싸고 영토분쟁을 거듭하며 갈등을 빚은 지도 어언 60여 년. 일본은 끈질기게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며 한국을 자극해 왔습니다.

잠시 떠오르는 생각 하나. 우리는 독도가 분쟁지역이라는 사실에만 너무 집중한 나머지, 독도의 진정한 가치와 아름다움은 잊고 살아가는 건 아닐까요? 그리고 여기, 어쩌면 소중한 것을 잊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하는 작지만 강한 메시지가 있습니다.

사진=신혜지 인턴기자

지난 22일 선릉역 지하철 스크린도어에는 푸른 하늘과 청량한 바다에 둘러싸인 독도를 배경으로 한 광고 하나가 게재됐습니다. 물론 우리 국민 모두가 독도의 역사적, 지리적 중요성을 모르지 않는 만큼, 독도와 관련된 광고가 그렇게 특이한 건 아닙니다. 그렇기에 어쩌면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광고에는 눈길을 사로잡는 게 하나 있었습니다. 광고 아래 조그맣게 쓰인 ‘도곡중학교 사회참여 동아리 그로우’라는 문구였습니다.

사진=도곡중학교 사회참여 동아리 '그로우' 제공

‘그로우(GROW)’는 서울 도곡중학교 1, 2학년 학생들 13명이 모여 만든 동아리입니다. 매 학기 우리 사회가 가진 문제점을 토론하고, 관련 키워드를 하나씩 뽑아서 사회참여 활동을 한다고 합니다. 목적에 맞는 콘텐츠를 개발해 캠페인, UCC 등의 활동을 직접 기획하고 실천하는 거죠. 작은 씨앗이 자라 큰 식물이 되듯, 작지만 의미 있는 참여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싶다는 ‘그로우’. 그들이 이번 학기에 직접 선별한 키워드는 바로 ‘독도사랑’이었습니다.

사진=도곡중학교 사회참여 동아리 '그로우' 제공

학생들은 논의 끝에 독도를 단순히 ‘분쟁지역’으로 조명하는 것보다 ‘아름다운 우리 섬’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기획한 광고를 올리기로 계획했죠. 그러나 지하철 광고에는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계약도 필요하죠. 오랜 고민 끝에 6월까지는 광고를 올릴 수 있도록 3월부터 수익금 모으기 프로젝트에 돌입했습니다. 바로 직접 만든 수첩을 판매하기로 한 것입니다.

사진=신혜지 인턴기자

수첩을 만들기 위해 주변 문방구에서 이면지를 받아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손수 접고 엮어 수첩을 만들었고, 수익금이 어디에 사용되는지 알리기 위해 직접 제작한 ‘독도사랑 스티커’도 붙여 완성했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손수첩을 팔기 위해 학교 안팎으로 열심히 뛰어다닌 결과 모인 돈은 총 50만원. 수익금이 좋은 취지로 사용된다는 말에 더 큰 금액을 선뜻 기부해주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덕분에 광고를 낼 수 있을 만큼의 수익금이 모여 22일부터 한 달간 광고를 게재할 수 있게 된 거죠.

‘그로우’는 이전에도 ‘헌법사랑’ ‘청소년 힐링캠프’ 등의 활동을 펼쳤습니다. 다음 달부터는 ‘우리 마을 알아보기 프로젝트’ ‘청소년 환경 리포터’ ‘학교폭력 근절’ 캠페인 등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로우’의 지도교사인 최병호 선생님은 “아이들이 스스로 연간 계획서를 만들어 동아리를 운영하는 만큼, 주말에는 학교 주변 청소년 수련관을 직접 대여해 회의를 하기도 한다. 정말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그랬기에 이번 ‘독도사랑’ 광고도 성공적으로 올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정말 대견하다. 자발적인 참여가 없었다면 이렇게까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사진=도곡중학교 사회참여 동아리 '그로우' 제공

‘그로우’에서 활동 중인 1학년 김민석(14)군은 “이번에 게재한 ‘독도사랑’ 지하철 광고는 우리 동아리가 오랜 시간 직접 고민해서 기획했고, 사진을 사용하기 위해 외교부에 직접 문의하기도 했다”며 “정말로 사회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모였기 때문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어 너무나도 즐겁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학생이다 보니 할 수 있는 활동에 어느 정도 제약은 있지만 학생 신분에서 최대한의 방법으로 사회 참여를 하는데 의의를 두고 싶다”며 “단순히 어른들로부터 보고 듣는 것에서 머무는 게 아니라 우리가 직접 사회에 참여하면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민석군은 “인터뷰를 한 제 이름만 기사에 들어가면 다른 친구들이 서운해할 것 같다”며 “‘김수민, 김지수, 김효인, 문서연, 박시은, 안지호, 최규은, 최윤성(이상 2학년), 김수림, 서민경, 백낙희, 정서진(이상 1학년)’ 친구들의 이름도 함께 넣어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수줍게 건네기도 했습니다.

사진=도곡중학교 사회참여 동아리 '그로우' 제공

사진=도곡중학교 사회참여 동아리 '그로우' 제공

이번 광고에서 아이들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분명했습니다. 독도를 단순히 분쟁지역으로 보는데 그치지 말고, 대한민국 고유의 영토라는 의미를 다시 한번 새겨보자는 것이죠. 숨 돌릴 틈 없이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문득 마주한 ‘그로우’의 광고. 그간 잊고 지낸 독도의 아름다움과 소중한 가치를 깨닫게 합니다.

“예쁘고 아름답기에 더 소중한 우리의 땅 독도.” 10대 청소년들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작지만 의미 있는 ‘씨앗’이었습니다.

사진=도곡중학교 사회참여 동아리 '그로우' 제공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신혜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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