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고향에 가고 싶던 청소부… 그가 받은 ‘220’만원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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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살만한 세상] 고향에 가고 싶던 청소부… 그가 받은 ‘220’만원의 가치

입력 2018-07-05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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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허먼 고든씨에게 여행경비 1500파운드를 전달할 때 준 편지. BBC방송

허먼씨에게

브리스톨 대학 모든 학생들을 대표해서 우리는 당신이 수년간 우리에게 준 긍정적인 에너지에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당신 덕분에 우리는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당신을 사랑하고 존중한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감사함의 표시로 이 선물을 당신께 드립니다. 행복한 여름 보내세요!


당신을 사랑하는 브리스톨 학생들 올림.

이 편지는 영국 브리스톨대학교 학생들이 자메이카 출신 청소 노동자인 허먼 고든씨의 고향 방문 경비를 전달하며 같이 준 편지내용입니다.

허먼씨는 지난 12년 동안 고향을 떠나 브리스톨대학교 도서관에서 청소 일을 했습니다. 낯선 땅에서 고된 청소 일을 하는 것이 힘들 수도 있는 일이지만 항상 웃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바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허먼씨는 집안사정 때문에 15세 때 학교를 그만두어야만 했습니다. 공부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서여서 일까요? 허먼씨는 학생들에게 공부가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고 얘기하곤 했습니다.

많은 학생들은 외롭거나 힘들 때 그를 찾아가 1~2분 정도 얘기를 나누고 힘을 얻곤 했습니다. 심지어 학생들이 너무나 많이 찾아와서 도서관 직원이 학생들에게 “제발 허먼씨가 일할 수 있게 좀 내버려 둬라”고 경고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허먼씨는 “괜찮다 나는 이 아이들을 너무나 사랑하고 이들을 돌보고 싶다”고 말하곤 했답니다.

브리스톨대학교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자메이카에서 온 청소부 허먼씨는 내가 만나본 사람 중에 가장 유쾌한 사람입니다. 그는 내가 가장 슬플 때에도 나를 웃게 만들죠. 만일 당신이 힘들다면 그를 만나러 가세요”라는 글이 올라 올 정도로 허먼씨는 브리스톨대학교의 유명인이었습니다.

허먼씨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 페이스북

하지만 타지에서의 청소부 일은 결코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허먼씨는 가족과 친구들이 살고 있는 자메이카에 다녀오기를 원했지만 만만치 않은 여행경비에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게티이미지

어느 날 학생들은 허먼씨에게 큰 선물을 주기로 결심하게 됩니다. 한 익명의 학생은 지난 5월 20일 대학교 페이스북 페이지에 허먼씨의 고향방문을 위해 기금 모금을 시작했다는 글을 올리고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했습니다.

기금 모금을 시작한 지 5일 후 브리스톨대학 학생들은 일주일 동안의 여행경비로 충분한 1500파운드(약 220만원)을 모으는 데 성공합니다. 후에 기금 모금을 주도한 학생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허먼씨와 종종 얘기를 나눴다. 그는 항상 학생들을 친절하게 대했다. 이제는 우리가 그에게 친절을 배풀 시간이라 생각해 기금 모금을 시작했다”고 대답했습니다.

허먼씨는 편지와 여행경비를 학생들에게 받고 한참동안 감동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하나님의 축복이 당신 모두에게 있기를 빕니다(God Bless you)”라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고향에 있는 가족들과 멀리 떨어져 12년 동안 고된 청소 일을 하면서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았던 허먼씨와 그런 허먼씨를 위해 여행 경비를 모아 선물한 브리스톨대학교 학생들. 아마 이런 사람들 때문에 세상은 아직 살만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태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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