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흙투성이’ 손으로 남자 손가락 꼭 잡은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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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살만한 세상] ‘흙투성이’ 손으로 남자 손가락 꼭 잡은 아기

입력 2018-07-11 13:50 수정 2018-07-1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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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에 9시간 동안 버려졌다가 발견된 5개월 난 남자아기가 자신을 돌봐준 보안관의 손가락을 꼭 쥐고 있는 모습이 화제다. 아기는 기적같이 발견됐고, 다행히 건강에 이상이 없었다. AP/뉴시스

여기 사진 한 장이 있다. 한 아기가 어른 남자의 손가락을 꼭 잡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이의 손톱 끝이 새까맣다. 손가락엔 긁힌 자국이 남아있고 손바닥엔 흙이 묻어 있다. 남자의 손가락을 얼마나 꽉 쥐었는지 손바닥엔 피가 몰렸고 손가락 끝이 하얗게 질렸다. 아이는 왜 이 남자의 손가락을 이토록 놓치지 않으려 한 것일까.

지난 7일 새벽 미국 몬태나주 미줄라 카운티의 보안관 로스 제솝과 미 산림청 보안관 닉 숄츠는 몇 시간 동안 숲을 헤매고 다녔다. 전날 저녁 한 남자가 아이를 안은 채 총을 들고 사람들을 위협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이들은 약에 취한 듯한 남자를 현장에서 잡았다. 총도, 남자도 있었으나 아이가 없었다. 남자는 “아기가 너무 무거워서 산에 버렸다”고 진술했다.

고작 태어난 지 5개월 된 남자아기가 홀로 숲에 던져져 있다는 걸 생각하면 한시가 급했다. 한밤중 차가운 숲 어딘가에 버려진 아기를 찾아 두 사람은 숲 속 여기저기를 뛰어다녔다.

그렇게 찾아헤맨 지 6시간쯤 지난 7일 새벽 2시30분, 희미하게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제솝은 울음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고, 축축하고 차가운 나뭇잎 더미에 엎드려 있는 아기를 발견했다.

무려 9시간 넘게 숲에 홀로 방치돼 있던 아기는 다행히도 무사했다. 기적같은 일이었다. 세 딸의 아버지인 제솝은 아기를 품에 안고 숨을 쉬는지 먼저 확인했다. 아기의 눈이 반짝이는 걸 본 그는 따뜻하게 안고 입을 맞춰줬다. 그렇게 아기를 안심시켰다.


여기저기 긁히고 멍이 들긴 했지만 건강엔 이상이 없었다. 탈수 증상에 도움이 되는 음료를 마시고 병원에 누워있는 아기에게 또 다른 보안관 빌 버트가 다가갔다. 사진 속 장면이 펼쳐진 순간이었다. 아기는 버트의 손가락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꼭 쥐었고, 금세 잠이 들었다.

미국 몬태나주 미줄라 카운티에서 9시간 동안 숲 속에 홀로 방치된 5개월 난 남자 아기를 가장 먼저 발견한 로스 제솝 보안관(왼쪽), 제솝과 함께 아이를 찾아다녔던 닉 숄츠 보안관(가운데)이 기자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AP/뉴시스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뛰어다니다 기적적인 순간을 함께 맞이한 숄츠는 “이 일을 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20분”이라고 이 순간을 떠올렸다.

현장에서 잡힌 프랜시스 크롤리(32)는 강도, 폭행, 마약 등으로 체포된 전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체포될 당시 마약에 취해 횡설수설했고 아기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마약에 취해 5개월 된 아기를 안은 채 총을 들고 사람들을 위협한 프랜시스 크롤리는 마약, 폭행 등 혐의로 체포됐다. AP/뉴시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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