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신군부 충견’ 보안사 행적 그대로 답습한 기무사

국민일보

‘전두환 신군부 충견’ 보안사 행적 그대로 답습한 기무사

‘정치공작’ ‘민간인 사찰’ ‘계엄령 계획’ 그대로 답습 기무사, 해체 수순 밝나?

입력 2018-07-11 15:55
  • 국민일보 카카오플러스 친구등록하기
뉴시스

국군기무사령부의 주요업무는 ‘군내 방첩업무’ 및 ‘군사기밀에 대한 보안’이다. 하지만 기무사는 과거 보안사령부 때부터 군 내·외부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며 ‘민간인 사찰’ ‘불법 정치 개입’ 등을 자행해 왔다.

◇ ‘신군부의 충견’ 국군보안사령부

1960~1970년대 박정희 정권 시절에는 보안사령관이 정기적으로 대통령과 독대 보고를 했을 정도로 군 내·외부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했다. 보안사령관은 당시 국방부장관도 함부로 할 수 없을 정도의 권력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전두환 정권 때 보안사의 권력을 정점을 찍는다. 10·26 사건 직후 당시 전두한 보안사령관은 중앙정보부장 서리까지 겸임하며 국무회의에서 국방부장관 보다 높은 자리에 있었다.

신군부 산하 보안사는 국내 모든 정보를 통제하며 언론통폐합, 야당인사 정치활동 규제 심지어는 국회의원선거 공천까지 주도했다. 이외에도 ‘5·17 비상계엄조치’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정보 통제 및 여론 조작’, 대학생 머리의 붉은 물을 푸른 물로 만든다는 ‘녹화사업’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5·18 광주민주화 운동 당시 계엄군. 국민일보DB



◇ “다시는 민간인 사찰하지 않겠다”며 국군기무사령부 탄생

하지만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던 보안사도 위기를 맞는다. 보안사는 1990년 ‘국군보안사령부 민간인 사찰 폭로 사건’으로 인해 사회적 비난을 받는다.

보안사 민간인 사찰 폭로 사건은 1990년 윤석영 이병이 보안사의 ‘청명계획’을 폭로하면서 발생했다. 청명계획은 보안사가 반정부인사 목록을 만들고 이들을 개별적으로 사찰해 비상계엄이 선포 전·후로 전원 검거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찰 대상으로는 당시 김영삼 민주자유당 대표최고위원, 김대중 평화민주당 총재, 김수환 추기경, 노무현 통일민주당 의원, 임종석 전국대학생협의회 의장 등 사회전반에 걸쳐 1303명의 인사가 포함됐다.

보안사는 비난의 여론이 들끓자 이미지 쇄신을 위해 1991년 1월 ‘국군기무사령부’로 명칭을 변경하고 다시는 민간인 사찰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 기무사령부 ‘정치공작’ ‘민간인 사찰’ ‘계엄령 계획’ 그대로 답습

기무사로 이름을 바뀐 지 27년이 흐른 지금, 기무사는 이름만 달라졌을 뿐 군사정권 당시 보안사에서 수행하던 임무들을 거의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기무사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댓글 공작 조직인 ‘스파르타’를 운영하면서 각종 활동을 지원한 의혹을 받고 있다.

김종태 전 기무사령관은 자유총연맹 등 보수단체와 연계해 온라인상의 순화 자료를 내보내고 안보협의회 강연을 지원하는 등의 활동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KBS에서 입수한 ‘사령관님 강조사항’ 문건에 따르면 김 전 사령관은 2009년 “나는 (이명박) 정부가 전복되지 않도록 지자체 및 보궐선거에서 보수세가 지지 않게 하는 것, 좌파가 정권을 잡지 못하도록 하는 것에 주안을 두고 있다”라고 밝혔다.

지난달 15일 구속된 배득식 전 기무사령관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정치 관련 2만여 건의 글을 온라인상에 게시하도록 기무사 대원들에게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방 사이버 댓글사건 조사TF

이뿐만이 아니다. 기무사는 과거 ‘청명계획’처럼 민간인 사찰을 자행하고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국방 사이버 댓글사건 조사TF는 지난달 2일 “기무사가 온라인 여론조작을 넘어 세월호 사건에도 조직적으로 관여한 문건을 발견했다”라고 밝혔다.

문건에 따르면 기무사는 세월호 사고 이후 2014년 4월 28일부터 10월 12일까지 약 6개월 간 ‘세월호 관련 TF’를 운영했다. TF는 유가족 지원, 탐색구조·인양, 불순세력 관리 등으로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불순세력 관리다. 국방부 조사 TF는 이날 “기무사는 2014년 당시 ‘실종자 가족 및 가족대책위 동향’ ‘세월호 실종자 가족 대상 탐색구조 종결 설득 방안’ ‘유가족 요구사항 무분별 수용 분위기 근절’ ‘국회 동정’ 등의 문건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 제공

기무사는 또한 지난해 3월 촛불집회 당시 위수령·계엄령 선포까지 준비했다. 기무사의 계획은 1980년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의 계엄조치와 닮아 있는 부분이 많다.

이철희 의원이 지난 5일 공개한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수행방안’ 문건 6쪽 ‘계엄 선포’에 따르면 기무사는 청와대, 헌법재판소, 정부청사, 국회 등 24개 정부부처에 군·경찰 병력을 배치시키는 등 서울 시내 탱크 200대와 장갑차 550대, 병력 4800명, 특전사 1400명 등을 투입하는 계획을 세웠다.

단순히 사회적 치안불안 가능성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다. 기무사는 계엄령 선포 시 보도검열단 및 합동수사본부 언론대책반, 방송통신위원회 유언비어 대응반 운영 등의 ‘여론선동·언론탄압’ 계획까지 세웠다.

◇ 기무사, 해체 수순 밟나?

지난 10일 해외 순방 중이던 문재인 대통령은 기무사에 대해 국방부와 별개로 독립수사단을 구성해 신속하게 수사할 것을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독립수사단을 통해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 계엄령 검토 의혹 등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기무사 해체·개혁 요구”는 커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 특정사안에 대해 특별수사를 지시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1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해외 순방 중인 대통령이 국내현안에 대해 신속하게 지시를 내린 것은 그만큼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독립수사단의 진상규명이 선행되어야 하겠지만 기무사의 본질이 보안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기무사에 대한 해체수준의 대대적인 개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 국빈방문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8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임종석 비서실장과 이야기를 하며 이동하고 있다. 왼쪽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뉴시스

박태환 인턴기자

많이 본 기사

포토

반려인 연구소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