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 “임산부 배려석, 꼭 비워놔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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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봅시다] “임산부 배려석, 꼭 비워놔야 하나요?”

입력 2018-07-12 06:00 수정 2018-07-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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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서울 지하철에 ‘임산부 배려석’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노약자석과는 별개로 일반석에서 출입문과 가장 가까운 쪽 좌석을 지정해 임산부들이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2015년부터는 임산부 배려석이 ‘분홍색’으로 강조됐고, “내일의 주인공을 위한 자리입니다”라는 문구도 추가됐다.

하지만 시행 초기부터 지금까지 ‘임산부 배려석은 배려인가, 의무인가’에 대한 논란은 진행형이다. 대체로 거동이 불편한 임산부를 배려해 평소에도 자리를 비워놔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지만 “꼭 그래야 하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해당 자리가 비어있을 땐 앉아있다가 임산부가 탑승하면 그때 양보해줘도 되지 않느냐는 취지다.

◇배려석일뿐, 전용 공간은 아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에도 “노약자석에선 노약자 우선, 임산부석에서는 임산부 우선...이게 어려운건가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임산부석에 앉아 정작 임산부가 왔는데도 이를 외면하는 사람을 봤다’는 내용의 다른 글을 거론하면서 “몸이 힘든 날일 수도 있고, 피곤할 수도 있다. 임산부석 그까짓 거 앉아갈 수도 있다. 그런데 (임산부 배려석은) 최소한 임산부가 오면 양보해주라고 지정해놓은 자리”라고 지적했다.

이어 “누구나 힘들고 앉아가고 싶은 마음은 같지만 최소한 배려석에서는 약자가 등장했을 때 양보할 수 있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산부석에 앉을 거면) 최소한 양보는 하지 않더라도 ‘법도 아닌데 (양보) 안 해도 된다’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했다.

이 글을 두고 게시판에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당장 “필요하면 (양보해달라고) 요청해라” “우선과 전용을 구분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 네티즌은 “양보는 자유”라고 했고, 또 다른 이는 “대중교통이기 때문에 배려를 해야 하지만 같은 이유로 배려를 못 받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자리를 늘 비워두어야 하는가’에 대한 찬반 양론이 뜨거웠다. 한 네티즌은 “마치 (임산부 배려석을) 전용처럼 여기는 사람들 때문에 반감이 심한 것 같다. 나는 (그 자리에) 앉은 사람보고 욕하지는 않는다”고 적었다. 글쓴이가 ‘교통약자’에 대한 배려를 거듭 주장하자 “그 약자가 갑질을 한다”는 반박도 이어졌다.

다른 이는 “사회적 합의가 되지도 않은 채 당장 양보를 강제하니까 문제”라면서 “현행 규칙이 임산부석 외엔 자리를 양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냐. 그렇다면 임산부는 정해진 자리에만 앉으라는 얘기냐”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임산부들 “아직 ‘눈치석’…희망고문 하나”

실제 임산부들이 일상생활에서 ‘배려’를 크게 실감하고 있지 못하다는 통계도 있다. 지난해 ‘제12회 임산부의 날’을 맞아 보건복지부와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임산부 3212명과 일반인 74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임산부 60.2%만이 “배려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임산부 10명 중 4명은 자리 양보를 포함한 배려를 체감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임산부석에 앉지 못한 임산부가 노약자석 등에 앉았다가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2016년 8월에는 노약자석에 앉아 있던 임신 27주 여성이 노인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노인은 자리에 앉아 있는 임산부에게 수차례 자리 양보를 요구했고, 여성이 임산부라는 사실을 밝히자 “확인해야 한다”는 이유로 임부복을 걷어 올리고 복부를 폭행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임산부들이 대다수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럴거면 왜 만든 것인지 알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글이 다수 등장했다. 한 임산부는 “희망고문 하는 것도 아니고 정말 속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이는 “눈치가 보여 아예 임산부석 근처엔 가지도 않는다”고 토로했다.



◇사회적 합의, 실효성있는 정책으로 혼란 줄여야

임산부 배려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SBS 라디오 ‘시사전망대’에서 “한국은 임산부를 배려하는 시민의식이 상당히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최근 노산이 많아 유산 가능성이 크다”면서 “출퇴근길 지하철은 임산부들에게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임산부석 양보 문제는 생명을 다루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좌석을 분홍색으로 칠하고 배려석이라고 표시하는 정도로는 임산부들의 실질적 고충을 해소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임산부석이 비어있지 않다’는 민원이 접수되면 해당 열차 기관사가 “객실에는 임산부 배려 표시가 있는 분홍색 의자가 있습니다. 임산부가 편안하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자리를 양보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녹음된 육성방송을 재생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임산부 배지 등 기존에 시행중인 정책도 모르는 사람이 많은 만큼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박민지 기자, 전형주 객원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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