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신경숙 ‘표절’ 면죄부 받은 건 아니다

국민일보

소설가 신경숙 ‘표절’ 면죄부 받은 건 아니다

‘엄마를 부탁해’ 혐의는 벗어났지만...가장 큰 논란이 됐던 ‘우국’ 혐의 등 남아

입력 2018-07-12 10:57
  • 국민일보 카카오플러스 친구등록하기

소설가 신경숙이 법원 판결로 ‘엄마를 부탁해’의 표절 혐의를 벗은 것처럼 보이지만 가장 큰 논란이 됐던 일본 소설 ‘우국’의 표절 혐의는 그대로 남아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최희준 부장판사)는 11일 수필가 오길순이 2016년 신경숙씨와 ‘엄마를 부탁해’를 출판한 ‘창비’를 상대로 낸 출판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오씨는 2008년 출간된 ‘엄마를 부탁해’가 자신이 2001년 발표한 5쪽 분량의 수필 ‘사모곡’을 표절했다며 출판금지와 1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오씨는 ‘사모곡’에서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잃어버렸다가 극적으로 찾은 이야기를 썼다. 엄마를 잃어버린 사건을 계기로 자녀들이 엄마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엄마를 부탁해’가 주제와 줄거리, 사건 전개 방식 등에서 ‘사모곡’과 유사하다고 오씨는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등장인물·인물 설정·이야기 구조 등 측면에서 유사성보다는 차이가 크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두 작품에 등장하는 실종 사건의 발생 상황이 다소 유사성을 띠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신이 온전치 않은 어머니의 실종이라는 동일한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와 같은 유형의 사건이 등장할 수밖에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이 사건에 앞서 소설가 이응준이 2015년 신경숙이 단편 ‘전설’에서 본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표절했다고 제기한 의혹은 본인이 표절로 인정했던 사안이다. 이응준은 신경숙의 소설집 ‘오래전 집을 떠날 때’(창비)에 수록된 단편 ‘전설’의 한 대목(240~241쪽)이 유키오 작품의 구절을 그대로 따온 표절이라고 했다.

해당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부분. “두 사람 다 실로 건강한 젊은 육체의 소유자였던 탓으로 그들의 밤은 격렬했다. 밤뿐만 아니라 훈련을 마치고 흙먼지투성이의 군복을 벗는 동안마저 안타까와하면서 집에 오자마자 아내를 그 자리에 쓰러뜨리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레이코도 잘 응했다. 첫날밤을 지낸 지 한 달이 넘었을까 말까 할 때 벌써 레이코는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고, 중위도 그런 레이코의 변화를 기뻐하였다.”

표절 의혹이 제기된 신경숙의 소설 부분. “두 사람 다 건강한 육체의 주인들이었다. 그들의 밤은 격렬하였다. 남자는 바깥에서 돌아와 흙먼지 묻은 얼굴을 씻다가도 뭔가를 안타까워하며 서둘러 여자를 쓰러뜨리는 일이 매번이었다. 첫날밤을 가진 뒤 두 달 남짓, 여자는 벌써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 여자의 청일한 아름다움 속으로 관능은 향기롭고 풍요롭게 배어들었다. 그 무르익음은 노래를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 속으로도 기름지게 스며들어 이젠 여자가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노래가 여자에게 빨려오는 듯했다. 여자의 변화를 가장 기뻐한 건 물론 남자였다.”

이응준는 당시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는 표현을 거론하며 “이러한 언어조합은 지극히 시적 표현으로서 누군가 어디에서 우연히 보고 들은 것을 실수로 적어서는 결코 발화될 수 없는 차원의, 그러니까 의식적으로 도용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튀어나올 수 없는 문학적 유전공학의 결과물”이라고 주장했다.

처음엔 “‘우국’을 읽은 적이 없다”고 부인하던 신경숙은 논란이 커지자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우국’과 ‘전설’의 문장을 여러 차례 대조한 결과 표절이란 문제제기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문제를 제기한 이응준씨를 비롯해 독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사실상 표절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신경숙의 작품에 대해서는 그간 표절 시비가 끊이지 않아왔다. 문학동네 1999년 여름호에 발표한 소설 ‘딸기밭’이 안승준의 유고집 ‘살아있는 것이오’의 베꼈다는 의혹이 있었고 그 이후에는 프랑스 작가 패트릭 모디아노와 일본 작가 마루야마 겐지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신경숙은 2015년 표절 논란 이후 활동을 중단하고 칩거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많이 본 기사

반려인 연구소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