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편파 수사’ 주장하는 녹색당, 내부 사건은 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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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편파 수사’ 주장하는 녹색당, 내부 사건은 관대

입력 2018-07-1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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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녹색당 내부에서 발생한 데이트폭력 사건이 뒤늦게 수면 위로 떠올랐다. 6·13 지방선거에서 양성평등을 기치로 세우고, 묵살되는 성범죄를 공론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정당에서 정작 내부 성범죄 사건을 관대하게 대응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녹색당이 데이트폭력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당원 A씨에 대한 징계결정문을 홈페이지에 게시한 시점은 지난 5월 16일. 이 문건에는 여성 당원에게 데이트폭력을 가한 당원 A씨가 지난 4월 12일 당원 자격정지 6개월과 피해자에 대한 접근금지 선에서 1차 징계를 받았고,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전화·문자메시지·SNS를 통한 접근과 직접 만남을 시도해 지난 5월 16일 자격정지 6개월 연장과 데이트폭력 교육 이수 선에서 2차 징계 처분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녹색당은 그동안의 논평에서 “한국은 성범죄 신고율이 턱없이 낮다. 성범죄 사건에서 가해자의 사과와 보상을 받아낼 수 있도록 조직 차원의 조력과 합리적 해결 방안 제시가 필요하다”거나 “크고 작은 성범죄를 방조하고 외면할 것이 아니라 공론화하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성범죄 가해자가 강력한 처벌과 비난을 받고 조직과 공직에서 퇴출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A씨에 대한 당내 징계가 관대하다는 지적도 있다. 녹색당은 이 문건에서 “A씨가 접근금지를 엄수하겠다고 약속해 제명 결정은 미뤘다. 한 번이라도 이를 어기면 소명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직권으로 제명 징계를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성범죄 사건의 무관용 원칙과 강력한 처벌을 주장했던 녹색당의 당론과 내부 사건에 대한 대응 방식이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그래서다.

공론화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있다. 녹색당은 징계결정문을 홈페이지에서 여러 항목을 따라가야 찾을 수 있는 공지사항 내 상벌위원회 결정으로 게시했을 뿐 성명·논평·보도자료 배포와 같은 대민 소통창구를 통해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다. 징계결정문에서 가해자의 구체적인 혐의도 밝히지 않았다.

녹색당 관계자는 12일 국민일보와 전화통화에서 “피해자가 A씨의 범죄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당내에서 처리되길 원하고 있다. 공론화할 계획도 없다”며 “어느 조직이나 개인이 불미스러운 사건을 일으키는 경우는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당헌·당규를 개정하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살인·강도·폭행·성범죄·절도와 같은 강력범죄의 경우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형사 처벌될 수 있다. 하지만 데이트 폭력은 이른바 반의사불벌죄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하면 처벌하지 못한다.

사건은 뒤늦게 SNS와 커뮤니티로 전해졌다. 성범죄와 관련해서는 경찰의 편파 수사를 주장할 만큼 가장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었을 것으로 예상됐던 녹색당의 내부 사건 처리 방식을 놓고 SNS 이용자들은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녹색당 산하 청년녹색당 내부에서 발생한 2016년 성폭력 사건도 재조명되고 있다.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녹색당 당사 소재지의 관할 경찰서로 수사 여부를 문의하거나 요구하는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사건이 처음 알려진 지난 11일 오후부터 전화로 수사 요구가 들어오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한 녹색당의 신고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재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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