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들의 사랑방으로 자리매김한 광주 비엔날레 전시관과 어린이대공원.

국민일보

반려견들의 사랑방으로 자리매김한 광주 비엔날레 전시관과 어린이대공원.

입력 2018-07-13 08:51 수정 2018-07-1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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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용봉지구 비엔날레전시관과 광주어린이대공원 일대의 잔디광장이 반려견들의 사랑방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용봉지구는 물론 운암동과 일곡지구 등 인근에 사는 광주지역 견주들이 자신의 애견을 데리고 산책을 즐기는 한나절 나들이 코스로 각광 받고 있다.

광주 북구는 13일 “견공들이 드넓은 잔디밭과 문화시설이 밀집한 비엔날레 전시관과 어린이대공원 일대에서 주인과 더불어 여유롭게 바람을 쐬거나 휴식을 취하는 광경이 흔한 일상이 됐다”고 밝혔다.

1995년 창설된 광주비엔날레는 격년제로 열리는 세계적 현대설치미술 전시회다. 당시 비엔날레를 개최하기 위해 어린이대공원 부지 인근에 건립한 전시관은 광주시립미술관과 광주시립민속박물관 등이 밀집한 광주권 문화벨트의 중심축이다.

광주어린이대공원과 용봉초록습지을 끼고 도는 이 곳에는 국립광주박물관이 인접해 있으며 다양한 조각품과 조경시설이 설치된 잔디밭 등 풍부한 녹지공간을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대규모 아파트단지 등 근처에 거주하는 애견인들은 수년전부터 비엔날레 전시관 일대를 즐겨 찾고 있다. 목줄을 채운 반려견을 데리고 1~2시간 산책을 하거나 다른 애견인들과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

비엔날레 전시관과 시립민속박물관 일대에서는 날씨가 맑을 때면 평일이나 주말 가릴 것 없이 수십 마리의 견공들이 잔디를 한가롭게 노닐거나 뛰어다니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많을 때는 30~40마리가 떼지어 놀아 견공들의 ‘야유회’를 떠올리게 만들고 있다. 승용차에 반려견을 태우고 20~30분 거리를 운전하고 이 곳에 오는 이들도 적잖다.

2년째 장모 치와와를 키우는 최모(53․용봉동)씨는 “퇴근 이후나 주말에 시간이 날때마다 애견 ‘산체’와 함께 잔디밭 등을 한시간 정도 걷는다”며 “다른 애견인들과 반려견에 관한 각종 정보를 교환할 때도 많다”고 말했다.

심지어 이 곳으로 아예 출퇴근하는 견공도 등장했다.

애견인 김모(44․여)는 지난해부터 40~50대 남성이 운전하는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잔디광장으로 아침 일찍 출근했다가 해질녁이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는 ‘잡종견’을 봤다며 그 반려견의 정체를 궁금해했다. 아침에 잔디광장에 와서 하루 종일 애견 친구들과 조우한 뒤 마치 퇴근을 하듯 집으로 간 뒤 다음날 어김없이 승용차를 타고 다시 나타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곳을 사랑방으로 삼는 견공들로 인해 단순히 운동을 하기 위해 산책을 하는 다른 주민들과 사이에 작은 민원이 발생하기도 한다. 애견의 목줄을 채우지 않거나 배설물을 제 때 치우지 않아 생기는 문제다.

운암동 주민 박모(50․여)씨는 “빠른 걸음으로 땀을 자주 흘리는 데 풀어놓은 개가 갑자기 뒤쪽에서 다가오면 무섭다”며 “개를 싫어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는 만큼 목줄은 반드시 채우고 잔디광장의 위생상 배설물은 즉시 수거했으면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광주지역 견주들은 “성남시와 같은 공립 애견공원이 광주에도 생겼으면 좋겠다”며 “비엔날레 전시관 잔디광장도 후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광주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는 반려견의 공원 출입을 둘러싼 찬반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반려견의 공원출입을 허용해야 된다는 의견과 대다수 이용자들의 불편을 덜기 위해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하는 것이다.

반려견 출입을 원하는 애견인들은 “산책은 반려견들의 심리적 안정을 주는 필수 일과로 공원마저 출입을 제한한다면 강아지들이 갈 곳이 많지 않다”는 입장이다. 더러 애견전용 운동장이 있지만 거리가 먼데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이들은 “언제든 데리고 나갈 수 있는 집 근처 공원에 ‘애완견 출입금지’라는 표지판은 모든공원에서 떼어내야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일부 주민들은 “휴식을 위한 공원을 견공들이 독차지하는 것 어불성설”이라며 “출입을 절대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맞서고 있다.

이 같은 의견대립 속에서 애견인들이 힘을 모아 반려견 출입 금지 팻말을 떼어낸 사례도 생겼다. 전남 완도군 체육공원의 경우 지난해까지 애완견 출입금지 팻말이 붙어 있었다.

하지만 애견인들이 “공원녹지법 그 어디에 근거가 없다”며 “정당한 사유없이 반려동물의 출입을 통제하지 말라”고 군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그 결과 ‘애완견 출입금지’ 팻말은 ‘애완견 동반 에티켓’을 안내하는 문구로 바뀌게 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2월 울산시 남구 선암호수공원 역시 ‘애완동물 출입금지’ 현수막을 내걸었다가 애견인들의 반발로 한 달여만에 철거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행 공원녹지법 제49조에는 행상 또는 노점에 의한 상행위 등 도시공원 등에서의 금지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는 동반한 애완동물의 배설물(소변은 의자 위의 것만 해당)을 수거하지 않고 방치하는 행위와 통제할 수 있는 줄을 착용하지 않았을 때만 출입을 제한하도록 돼 있다.

이를 근거로 애견인들은 ‘공원녹지법이 적용되는 도시공원의 경우 목줄을 착용하지 않고 산책하는 것을 단속, 계도, 금지시킬 수 있지만 반려견 자체를 출입할 수 없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애견인들은 ‘펫티켓’을 지키는 길만이 애견인과 비애견인의 간극을 좁히는 지름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애견인들이 애완동물을 키울 때 반드시 지켜야 하는 에티켓 다시 말해 펫티켓을 잘 준수해야 갈등을 막을 수 있다는 충고다.

애견인 송정기(53)씨는 “반려견과 산책을 나갈 때 반드시 목줄과 배변봉투를 잊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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