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 사찰 혐의는 인정하지 않는 법원, ‘제식구 감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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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 사찰 혐의는 인정하지 않는 법원, ‘제식구 감싸기’?

검찰 청구 영장에 대한 잇단 기각도 상식적이지 않다는 비판 제기

입력 2018-08-03 18:08 수정 2018-08-0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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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행정처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조사를 위해 확인했던 문건 전부를 공개하기로 한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2018.07.31.


법원이 ‘재판거래·법관사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영장 청구를 번번이 기각하고 있다. 일부 발부하더라도 전·현직 판사에 대한 영장은 기각하거나, 법관 사찰 혐의에 대한 부분은 제외하는 식이다. 법원의 ‘제식구 감싸기’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3일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을 지낸 창원지법 마산지원 김모(42) 부장판사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표면적으로는 법원이 현직 판사에 대한 영장을 발부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법원은 이 영장을 내줄 때 압수수색 범위를 크게 제한했다고 한다. 검찰은 법관 사찰 혐의 등을 영장 범죄 사실에 적시했지만 법원은 사찰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신 공용서류 손상 혐의만 인정해 이와 관련된 장소와 물품에 한해서만 압수수색을 허락했다. 법원 내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회원 등 진보적 법관에 대한 광범위한 사찰이 기정사실화 됐음에도 김 부장판사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김 부장판사는 행정처에 근무하며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의 지시를 받아 법관 사찰 문건을 수십 건 작성한 혐의를 받는다. 상고법원에 반대하는 칼럼을 기고한 판사를 뒷조사한 '차○○ 판사 게시글 관련 동향과 대응 방안' 문건이 대표적이다. 김 부장판사는 인권법연구회와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 의장선거 동향을 파악해 개입을 시도하거나 긴급조치 배상에 관한 대법원 판례를 깬 법관의 징계를 추진하는 등의 문건을 만들어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김 부장판사는 게다가 지난해 2월 행정처를 떠나면서 인사이동 당일 하드디스크의 2만4500개 파일을 전부 삭제한 것으로 법원 자체조사에서 드러났다. 이 문건 삭제 행위가 공용서류 손상 혐의에 해당한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말 김 부장판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지난달 기각한 영장이 이번에는 발부됐다”며 “법원의 영장 발부 기준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김 부장판사는 검찰 수사와 별개로 법원의 세 차례 자체조사 결과에 따라 징계절차에 회부됐다. 재판업무에서도 현재 배제돼 있다. 행정처를 떠난 이후에도 임 전 차장과 법원 자체조사에 대응할 방안을 논의한 정황도 검찰에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행정처는 31일 오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조사보고서에 언급된 410개 문건 중 애초 사법부 전산망에 올리지 않았던 양승태 사법부 당시 미공개 문건 228개 중 중복되는 32개를 제외한 196개 문건을 법원 내부 통신망과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사진은 이날 공개된 양승태 사법부 당시 미공개 문건들 중 '상고법원 전방위 로비 정황' 문건들 . 2018.07.31.

이뿐만이 아니다. 법원은 지난달 31일 검찰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민사 소송 불법 개입 의혹’과 ‘위안부 피해자들의 민사소송 불법 개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도 지난 1일 대거 기각했다. 검찰은 행정처 국제심의관실, 징용 및 위안부 소송 관련 문건 작성에 관여한 전·현직 판사들, 외교부 관련부서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외교부에 대한 영장만 발부했다.

당시 기각 사유도 상식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에 따르면 1일 영장 기각 사유는 ‘(자료에 대해 행정처의) 임의제출 가능성이 남아있고, 문건 내용은 부적절하나 일개 심의관이 작성한 문건에 따라 대한민국 대법관이 재판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등이다. 하지만 현재 행정처는 검찰 요청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심의관이 작성한 문건은 임 전 차장과 그 ‘윗선’의 지시로 검토한 것이라는 정황도 나온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참고인에 불과한 외교부에 대한 영장은 발부되고 주요 피의자에 대한 영장은 기각하는 상황은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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