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뱃속에서 세상을 떠난 아기에게 입힐 옷을 선물합니다”

국민일보

“엄마 뱃속에서 세상을 떠난 아기에게 입힐 옷을 선물합니다”

입력 2018-08-09 16:31 수정 2018-08-09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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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이바라키현 미토시의 한 병원에서 조산사로 일하는 아사노 토모에(48)씨에겐 늘 3벌 정도의 아기옷이 준비돼 있다. 6년 전부터 손수 만들어온 이 옷들은 힘든 수술을 마친 산모들에게 전달된다.

출산의 전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조산사의 특별한 성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는 않다. 그의 정성스런 ‘선물’에는 슬픈 사연이 담겨있다. 축복 속에 태어난 아기가 아니라 엄마 뱃속에서 유산된 태아를 위한 선물이기 때문이다.

토모에씨가 이 일을 시작한 건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 역시 병원에서 일하던 22년 전 뱃속의 아기를 잃은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임신 19주 만에 심장이 멈춰버린 아기. 숨이 꺼져버린 생명을 몸 속에서 꺼내야 했을 때는 마치 자신의 심장도 멎는 듯 했다.

유산의 충격에 더해 직장에서 들려오는 아기 울음소리는 한없는 고통으로 다가왔다. 모든 게 자신 때문이라는 죄책감에 시달려야했고, 아이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몸을 가눌 수 없었다. 창문에서 뛰어내릴 생각을 한 것도 여러 번이었다.

그러던 2012년 그는 동료로부터 병원에서 유산된 태아에게 입힐 옷을 만들어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들이 떠난 후 상실감에 사로잡힌 이들의 회복을 돕는 연수를 다녀온 동료가 전한 뜻밖의 제안이었다.

문득 자신이 유산 후 괴로움에 몸부림치던 때가 떠올랐다. 차디찬 수술대에 올려진 아이를 보며 “옷을 입혀주고 싶다”는 생각이 컸지만 마땅한 옷이 없었다. 인형 옷을 만드는 천은 아기가 입기엔 적합하지 않았고, 일반 신생아용 옷은 너무 컸다.

그때부터 갓 태어난 아기가 입는 옷보다 훨씬 작으면서도 부드러운 천으로 된 옷을 만들어야겠다고 그는 결심했다. 여러 매장을 돌아다니면서 옷 제작에 쓸 천을 수소문했고, 신생아용 속옷을 구입한 뒤 다시 해체해 손수 제작에 나섰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토모에씨의 이런 사연을 9일자 기사에서 전했다. 그는 “아기의 죽음을 기다리는 것 같아 너무 많이 만들지는 않는다. 3벌 정도만 준비한다”면서 “슬픔을 받아들여야 하는 산모와 가족들을 위해 조산사로서 할 일을 하고 싶다”고 담담히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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