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무일푼 취준생의 자필 이력서 한 장이 불러온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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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살만한 세상] 무일푼 취준생의 자필 이력서 한 장이 불러온 기적

입력 2018-09-2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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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린 (Clarin) 보도화면 캡처

하반기 공채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취업준비생들에겐 커다란 기회인 동시에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 보이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면접관 앞에서 자신감 넘치는 모습만 보이고 싶지만 자꾸만 작아지는 자신이 한심해 보일 때도 많죠.

하지만 간절한 노력은 언젠가 통하기 마련이라고 했나요? 이력서를 출력할 돈이 없어 자필로 이력서를 쓴 아르헨티나 청년의 기적 같은 이야기가 지난 24일(현지시간) 외신에 소개돼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고등학교가 학력의 전부인 21살 카를로스는 한 상점을 찾았습니다. 혹시 점원을 구하고 있지 않은지 물어보기 위해서였죠. 카를로스는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가게 안 손님들이 빠져나갈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한참이 지나고 카를로스는 점원 에우헤니아와 마주합니다.

카를로스는 “혹시 사람이 필요하지 않나요?”라고 물었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지금은 필요하지 않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나 에우헤니아는 “혹시 모르니 이력서를 놓고 가세요”라고 덧붙였습니다. 카를로스에게 던져진 일말의 희망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내 또 하나의 벽에 가로막혔습니다. 당시 카를로스에겐 이력서를 출력할 돈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에우헤니아는 다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그는 당황한 카를로스에게 “손으로 써도 된다”고 제안했습니다. 카를로스는 상점 구석에서 한 글자 한 글자 정성들여 자필 이력서를 작성했습니다. 이력서를 받아든 에우헤니아는 “꼭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며 따뜻한 미소를 건넸습니다.

카를로스가 쓴 자필 이력서. 클라린 (Clarin) 보도화면 캡처

카를로스가 떠나고 에우헤니아는 이력서 일부를 촬영해 자신의 SNS 올립니다. “이력서를 출력할 돈이 없는 게 무슨 문제일까요? 그가 원하는 건 일자리일 뿐인데요. 내일은 카를로스에게 정말 위대한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는 짧은 글과 함께요.

에우헤니아의 글은 온라인상에 빠르게 퍼졌습니다. 카를로스에게 일자리를 주겠다는 제안도 빗발쳤죠. 중소기업을 운영한다는 한 남자는 “글씨를 보니 차분한 청년 같다”며 “카를로스에게 일자리를 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에우헤니아를 향한 칭찬도 쏟아졌습니다. “일자리가 없다고 그냥 돌려보내지 않고 이력서를 남기라고 한 건 정말 잘한 일이다” 같은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카를로스의 모습. 클라린 (Clarin) 보도화면 캡처

에우헤니아가 카를로스를 그냥 돌려보냈다면 어땠을까요? 혹은 카를로스가 이력서를 출력할 돈이 없다는 사실이 부끄러워 그냥 가게를 나왔다면 말입니다. 아마 이 훈훈한 이야기는 전해지지 못했을 겁니다. 카를로스의 사연은 간절한 마음과 그 마음을 굽어보는 따스한 시선이 만들어낸 작은 기적이 아닐까요?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선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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