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쓰레기 더미서 공부하던 난민소녀 학교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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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살만한 세상] 쓰레기 더미서 공부하던 난민소녀 학교에 가다

입력 2018-10-02 11:06 수정 2018-10-02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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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메일

책 읽기를 좋아하던 11살 난 소녀는 해가 뜨면 쓰레기장으로 향했습니다. 쓰레기를 주워 내다 팔아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만 했죠. 그러다 뜻밖의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아이가 쓰레기 더미에 철퍼덕 눌러 앉아 무언가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이는 그곳에서 책을 읽거나, 공책을 펴 무언가 열심히 쓰고 있었습니다. 가난한 소녀는, 공부가 하고 싶었던 겁니다.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은 시리아 국적의 할리마 쿠마(Halime Cuma)의 사연을 지난달 27일 전했습니다. 아이는 시리아 내전을 피해 가족들과 1년 전 터키에 터를 잡았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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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사연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쿠마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폐지 수집. 아이가 이 일을 선택한 데에는 이유가 있어 보였습니다.

소녀는 폐지를 주우면서 그 속에서 책을 구했고 공책도 구했습니다. 그러곤 쓰레기 더미로 올라가 읽고, 또 읽었죠. 누군가에게는 쓰레기였을 그것들을 통해 배움의 뜻을 힘겹게 이어가고 있던 겁니다.

쿠마가 쓰레기 더미 위에서 공부하는 모습을 발견한 한 시민은 그 열정을 높이 사 사진을 촬영했고, 언론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사진을 본 터키 교육부 당국이 소녀가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돕겠다고 나선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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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쿠마는 난민 서류가 통과되기 전 상태여서 학교를 다닐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교육부가 나서서 절차를 해결하며 아주 특별한 입학을 허용해 주었습니다. 쿠마는 지난달 26일부터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아주 신나하면서 말이죠.

쿠마의 아버지는 “나는 쿠마와 그 동생들을 학교에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난민 신분 탓에 그러지 못했다. 아이는 이제 학교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남은 바람이 있다면 쿠마의 동생들도 정식 교육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습니다.

어린 소녀는 그저 무언가를 배우고 싶었을 겁니다. 피폐한 삶을 한탄하지 않고 책을 통해 더 넓고, 보다 나은 세상을 보며 그곳으로 나아갈 자신을 얼마나 머릿속에 그렸을까요. 부디 훌륭한 어른이 되어 자신 같은 처지에 놓인 아이들을 외면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쿠마와 가족들의 내일을 응원합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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