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콘돔 리뷰로 100만뷰 터진 뷰티 유튜버 “여자도 대화가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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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콘돔 리뷰로 100만뷰 터진 뷰티 유튜버 “여자도 대화가 필요해요”

입력 2018-10-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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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유튜버 '데이지'. 이하 데이지 제공

‘콘돔 리뷰’를 할 용기가 대체 어디서 났을까. “저는 이 제품이 잘 맞아요”라며 솔직한 평을 말하고, 콘돔에 물을 채워 신축성을 시험하고. 구독자 37만명을 보유한 뷰티 유튜버 데이지(본명 김수진·25)는 지난달 29일 콘돔 5종 사용 후기를 영상으로 제작해 유튜브에 올렸다.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조회수는 7일 오전 9시40분 기준 119만회를 돌파했다.

데이지는 10분 남짓한 영상에서 올바른 콘돔 사용법을 설명하고, 종류·성분·착용감 등을 상세히 분석했다. “이 제품은 돌기가 느껴지지 않았어요.” “훨씬 부드럽고 마찰이 적었어요.” 이런 얘기를 공개적으로 하는 게 부담스러웠을 법한데 영상 속 그는 담담했다. “여성도 성생활용품 소비자로서 열린 대화를 나누면 좋겠어요.” 데이지가 지난 5일 전화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아무래도 콘돔은 건강한 성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제품이지 않나”라며 “여성들이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남자친구 또는 남편과 함께 적극적으로 찾아 나갈 기회가 생기길 바랐다”고 했다. 실제로 천연 라텍스 소재로 만들어진 콘돔은 따가움이나 발진 등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데이지가 영상에서 “구매 단계부터 상대와 상의해야 한다”고 조언한 이유다.

데이지는 영상을 제작하기 전 여고 재학 시절 들었던 성교육 수업을 떠올렸다고 했다. 그는 “학교 성교육은 신체를 그림으로 보여주는 정도의 이론적인 부분이 많았다”면서 “성인이 되고 난 뒤 콘돔을 써야 할 때 당황스러웠던 경험이 있다”고 회상했다. 이어 “물어볼 곳도 없고, 지식이 부족하다고 느꼈다”며 “무의식적인 두려움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남자친구와 지난해 9월 백년가약을 맺은 뒤에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고 한다. 임신 계획이 아직 없는 데이지는 “잘 모르다 보니까 피임에 관여를 안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임신은 제가 하는 건데 스스로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또 “그때부터 약국에 가서 물어보는 등 조금씩 공부했다”며 “저와 비슷한 분에게 필요한 영상을 만들고 싶었다”고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제작 기간은 무려 2달이 걸렸다. 콘돔을 종류별로 구매해 직접 사용했다.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은, 소비자 관점의 지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브랜드 홈페이지에 들어가 제품을 꼼꼼히 살폈다. 콘돔 표면에 있는 윤활제의 양, 성분, 이물감도 놓치지 않고 평가했다. 이후 구매 만족도가 높았던 제품을 ‘초박형’ ‘기능성’ 등으로 분류해 선정했다. 촬영할 때는 미성년 시청자를 고려해 단어 선택과 전달 방법에 주의했다.

데이지가 리뷰를 준비하며 구매했던 제품들.

열심히 만든 영상이었지만 조회수가 이 정도로 잘 나올 줄은 몰랐다고 한다. 데이지는 “평소 제가 제작하는 뷰티 관련 콘텐츠가 아니라서 오히려 관심이 없을 줄 알았다”며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자가 유입되는 걸 보고 오히려 ‘내가 겁 없이 만들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필요한 리뷰라고 말씀해주실 때 가장 기분이 좋았다. 합리적인 소비를 돕는 게 제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콘돔 리뷰 영상에 달린 1800개가 넘는 댓글에는 “유익하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악성 댓글도 있다. 콘돔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니 성관계 경험도 많을 거라는 식이다. 데이지는 “여성으로서 수치심을 느낄 만한 댓글을 다는 분도 있는데 저는 대응을 안 하는 편”이라며 “저는 그런 댓글들에 영향받지 않는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어 “민감한 주제를 여성이 다뤘다는 것에 대해 불편해하는 분도 있었다. 하지만 저는 콘텐츠 제작자이고, 제 역할은 사람들이 관심은 있지만 쉽게 대화하지 못하는 주제에 대해 담담한 목소리로 얘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콘돔 사용은 남자가 하는데 어떻게 여자가 리뷰를 하냐’는 댓글에 대해서는 “성관계는 함께 하는 것이다. 여성의 경험도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또, 영상을 페미니즘 관점에서 해석한 댓글에 대해서는 “저는 시청자분들께 평가를 맡기기 때문에 자신의 관점대로 해석하는 것은 자유인 것 같다”면서도 “다만 영상을 제작한 의도는 여성 소비자가 콘돔을 합리적인 기준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대화의 기회를 만들려 했던 것이다. 리뷰 영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데이지는 인터뷰 내내 거침없었다. 사전에 질문지를 공유한 것도 아니었는데 다소 민감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물어봐도 답변에 막힘이 없었다. 그만큼 자신이 제작한 콘텐츠에 확신이 있었다는 것 아닐까. 그는 “시청자분들이 영상을 본 후 합리적인 소비를 할수록 제 콘테츠의 가치가 올라간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콘돔 리뷰의 경우에도 많은 분이 자신감을 가지고 여성으로서 주체적인 소비를 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늘 응원한다”고 밝혔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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