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만 믿었는데…청와대, 곰탕집 성추행 국민청원 ‘답변불가’

국민일보

대통령만 믿었는데…청와대, 곰탕집 성추행 국민청원 ‘답변불가’

입력 2018-10-12 14:18 수정 2018-10-12 14:39
  • 국민일보 카카오플러스 친구등록하기

청와대는 12일 이른바 ‘곰탕집 성추행’ 사건과 관련한 국민청원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이 곤란하다고 밝혔다. 제주 예멘 난민 문제 등 이해관계가 갈리는 첨예한 청원에 대해 청와대가 연이어 명확한 해법 제시를 피하면서 청원제도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혜승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12일 청와대 SNS 라이브에 출연해 “해당 사건은 법원의 1심 선고 이후 피고인이 9월 6일 항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2심 재판이 진행되는 사건에 대해 청와대가 언급하는 것은 삼권분립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양해해주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청원은 ‘제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강제추행 혐의에 따라 징역 6개월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내용이다. 일명 ‘곰탕집 성추행 사건’으로 불린다. 해당 청원에는 33만명 이상의 국민이 참여했다.

정 센터장은 “온라인 공론장인 청원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낼 수 있으나, 사법부나 입법부 관련 사안은 청와대가 답변하기 어렵다”며 “앞으로도 청원에 참여할 때, 이 부분은 감안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만 청와대의 이런 답변이 지난 11일 강정마을 주민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사면복권 검토 발언과 배치된다는 주장도 있다. 문 대통령은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제주기지 반대시위를 하다가 사법처리된 주민들의) 사면·복권이 남은 과제인데, 사면·복권은 관련된 재판이 모두 확정되어야만 할 수 있다”며 “그렇게 관련된 사건이 모두 확정되는 대로,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재판에 개입은 할 수 없지만 형이 확정되면 사면과 복권을 고려하겠다는 취지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재판이 다 끝나는 때에 사면복권을 단행한다 하는 정도로 현재로서는 원칙적인 입장”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다만 사면복권이라고 하는 것이 모두 다, 일괄적으로 적용이 될 수 있을지는 법무부에서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된다”며 “마을 주민이라고 하는 것을 어디서 어떻게까지(어디까지) 구별할 수 있을지, 이주 시기로 할 것인지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있을 것 같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사안별로 따져봐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청와대가 곰탕집 성추행과는 다른 잣대를 써서 사안을 처리한 것이다.

청와대는 앞서 제주 예멘 난민과 관련해 ‘난민법 폐지’ 청원도 애매하게 답변했다. 제주도 예멘 난민이 급증하면서 촉발된 이 청원은 지난 6월 13일 올라와 청와대 국민청원이 시작한 이래 역대 최다 추천 건수를 기록했다. 청원자는 현행 난민법, 비자없이 입국하는 무사증(査證·visa) 제주도 입국 제도, 난민 신청 허가 제도의 규제 수준을 올리거나 전면 폐지하자고 주장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청원 답변에서 “청원에 나타난 국민들의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청원을 계기로 난민제도 전반적 상황을 꼼꼼히 재검토해 개선 방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사증제도 폐지 요구에 대해서는 “부작용도 있지만 제주 지역 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도 있다”며 “제주특별자치도법에 의해 시행되는만큼 제주도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이르면 이번달 내 예멘 난민 지위 인정 여부를 최종 결론낼 방침이지만, 제주도 지역사회는 난민 찬반 양론으로 나뉘어 격론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청원 시스템의 본질을 다시 찾아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국가의 최고지도자에게 모든 민의가 집중되는 건 일반적으로 민주주의가 덜 제도화된 곳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청원 게시판에 대한 관심은 대통령 개인을 향한 면이 크다”고 분석했다. 김의영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는 게시판에 올라오는 사안을 각 부처로 넘기기만 하는 형태”라며 “인력과 부서를 강화해 정책으로 실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청와대가 민감한 사안에도 진정성 있는 답변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많이 본 기사

반려인 연구소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