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터키, 사우디의 언론인 살해 영상 확보” …국제 투자자, 사우디 보이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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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터키, 사우디의 언론인 살해 영상 확보” …국제 투자자, 사우디 보이콧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개방정책에 타격 일 듯

입력 2018-10-1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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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지난 4월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의 모습. 살해 의혹이 일고 있는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쇼기는 평고 빈살만 왕세자 등 현재 사우디 정부를 강하게 비판해 왔다. AP뉴시스

터키 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쇼기가 살해됐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음성녹음과 영상을 보유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음성녹음과 영상은 사우디 요원들이 지난 2일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 들어온 카쇼기를 구타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했다는 증거라고 WP는 전했다. 만약 음성녹음과 영상이 공개될 경우 파문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WP는 미국 관리들이 이 동영상과 음성녹음을 직접 보고 들었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터키 관리들이 미국 관리들에게 기록들에 담긴 내용을 알려줬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터키 정부가 이르면 다음주중에 이 동영상과 음성녹음을 공개할 수 있다고 적었다. 하지만 WP는 터키 정부가 이 기록들을 공개하는 것을 조심스러워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터키 정보당국이 치외법권이 미치는 외국 공관 안에서 스파이 활동을 했다는 것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현재 사우디는 지난 2일 카쇼기가 스스로 영사관을 방문한 사실은 있지만 그의 실종과 사우디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사우디는 터키 정부가 ‘암살단’으로 지목한 15명의 인물도 단순 관광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 대한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터키와 국제사회는 사우디에 투명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터키는 특히 미국이 사우디와의 관계를 고려해 이번 사건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현재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사우디와 대화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두 사람이 지난 9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이 문제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미국 의회가 이번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압박하는 가운데 세계 유수의 기업과 언론도 사우디 보이콧에 나섰다. 사우디 정부가 카쇼기 실종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 입증될 때까지 사우디가 주도하는 투자 건이나 국책 사업 참여를 미루겠다는 것이다.

CNN에 따르면 이날 미국 경영컨설팅기업인 하버그룹, 영국 항공회사인 버진그룹이 카쇼기 실종 사건의 진상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컨설팅 또는 투자 논의를 중단했다고 발표했다. 또 어니스트 모니즈 전 미국 에너지장관, 닐리 크뢰스 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부의장, 조니 아이브 애플 최고디자인책임자(CDO) 등 적지 않은 유명인사들이 사우디와 관련된 사업의 자문이나 이사에서 앞다퉈 발을 빼고 있다.

외국 기업의 보이콧은 사회 개혁·개방에 속도를 내는 사우디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석유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개혁하기 위해 사우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를 앞세워 세계적인 IT기업에 투자하고 있으며, 2025년 완공을 목표로 5000억달러(약 566조원)를 들여 미래형 신도시 네옴을 건설할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카쇼기 실종 사건이 해결되기 전까지는 진척되기 어려워 보인다.

당장 오는 23~25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는 국제 투자회의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II)가 일종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당초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을 비롯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제임스 다이몬 JP모건체이스 회장, 슈테판 슈와츠만 블랙스톤그룹 회장 등 정재계 거물이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현재로서는 불참자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뉴욕타임스, 이코노미스트, 허핑턴포스트 등 상당수 언론 매체들이 행사 취재를 거부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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