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간밤에 사람 살렸습니다” 어느 영웅의 이야기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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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살만한 세상] “간밤에 사람 살렸습니다” 어느 영웅의 이야기 (영상)

입력 2018-10-23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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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자 A씨 제보.

한밤중 도로 한복판에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을 발견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지난 주말 오이도 해안가 도로에서 하마터면 대형 사고가 일어날 뻔했습니다. 하지만 목격자 A씨의 의연한 대처로 큰 사고는 피했다고 합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14일 게시된 A씨의 사연입니다.



A씨는 이날 자정을 넘긴 시간, 지인과의 약속을 위해 오이도 등대 쪽으로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반대편 1차 도로에서 무언가를 발견했습니다. 그는 물체를 확인하기 위해 창문을 열고 서행했다고 합니다. 도로 위에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사람이었습니다.

만취해 정신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노인이 양반다리를 하고 도로 한복판에 떡하니 버티고 있었습니다. A씨는 재빨리 핸들을 돌려 차량을 비스듬하게 세웠습니다. 비상등을 켜고 클랙슨을 울려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차량들에게 주의를 줬습니다.

경찰은 사고 접수 후 3분만에 현장에 출동했고 도착 당시 목격자를 포함한 3명이 주변을 정돈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경찰은 노인의 부인에게 연락해 귀가 조치를 도왔습니다.

경찰은 당시 상황에 대해 “할아버지는 술에 꽤나 취한 상태였다”며 “혼자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어 부축해 도로 가장자리로 인도했다”고 말했습니다. 노인이 도로 한가운데 앉아 있었던 이유에 대해선 단지 술취해 저지른 행동이라며 자살 의도는 없어보였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노인이 앉아 있던 자리는 가로등 빛이 잘 닿지 않는 곳. 어두운 밤길 운전하다보면 자칫 사람을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A씨 차량 블랙박스에 담긴 영상은 현장의 아찔한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목격자 A씨 제보.

2017년 1월 세종시의 한 도로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고가 있었는데요. 무단 횡단을 하다가 차에 치인 ‘만취 보행자’ 최모(59)씨는 그 자리에서 숨졌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중앙 분리대가 있어 무단 횡단을 예상할 수 없는 곳’ ‘보행자가 어두운 옷을 입고 있어 피할 시간 부족’을 이유로 운전자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불법 보행자에 대해선 법도 더 이상 보호해 주지 않는 추셉니다.

만약 A씨의 대처가 없었더라면, 반대편 차량이 술 취해 앉아 있는 노인을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정말 끔찍한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무고한 운전자는 평생 잊지 못할 죄를 안고 살아가야겠죠.

목격자의 빠른 판단이 생명을 구했습니다. 불의를 보면 바로 고칠 줄 알고 곤경에 처한 남을 도와주는 것. 막상 행동으로 실천하려면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각박한 사회에서 진정으로 필요한 시민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웅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우리도 누군가의 영웅이 될 수 있습니다. 바쁜 삶 속에서 가끔은 주위를 둘러보며 도움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김나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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