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암투병중인 25년 전 단골 위해 3시간 걸려 피자 배달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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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살만한 세상] 암투병중인 25년 전 단골 위해 3시간 걸려 피자 배달한 남자

입력 2018-10-22 17:49 수정 2018-10-2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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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FOX, 오른쪽은 줄리 모건의 페이스북 사진

“피자 배달 왔습니다”

모두가 잠들어 있는 새벽 2시. 피자집 배달원이 건넨 두 판의 피자는 차갑게 식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피자를 받아든 부부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배달 직원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어떤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요?

지난 9월 미국 인디애나 주에 사는 모건씨 부부는 미시간 주로 여행을 갈 계획이었습니다. 목적은 분명했습니다. 아내 줄리의 쉰여섯 번째 생일을 맞아 25년 전 두 사람이 자주 찾던 단골 가게 ‘스티브 피자’ 매장을 가기 위함이었죠.

이들에게 스티브 피자는 각별했습니다. 잦은 이사를 다니던 부부에게 스티브 피자는 맛도 맛이지만 고단한 삶을 위로해 준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여행 계획은 실행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남편 리치가 암 진단을 받으면서 건강이 악화됐거든요.

부부는 여행이 무산된 것보다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장소를 가지 못한 점에 크게 아쉬워했습니다. 미련이 남았고 방법을 찾고 싶었습니다.

이에 줄리의 아버지가 나섰습니다. 그는 스티브 피자 매장에 전화해 “투병 중인 (사위) 리치를 응원하는 짧은 메시지가 담긴 카드를 보내주면 좋겠다”고 부탁했습니다.

딸 내외를 위한 깜짝 선물이었습니다. 이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부부의 사연을 들은 피자집 직원 달튼 셰퍼가 직접 피자를 배달하겠다고 답변을 한 것입니다.

미국 CNN, 배달 주인공 달튼 셰퍼

줄리의 아버지는 믿을 수 없었습니다. 일단 ‘스티브 피자’는 배달을 하지 않는 매장이었습니다.

더구나 가게에서 부부의 집까지는 220마일(약 354㎞). 서울에서 대구까지 거리가 323㎞인 점을 감안한다면 상식적으로 배달이 불가능했죠.

하지만 셰퍼씨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퇴근 후 차에 올라탔습니다. 그리고 꼬박 3시간 30분을 달려 부부의 집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한 시간은 새벽 2시, 그를 맞이한 부부와 가족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가득 피었습니다.

가족들은 보답으로 셰퍼씨에게 쉴 수 있는 호텔 방을 잡아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그는 다음날 출근을 해야 한다며 완곡히 거절했습니다.

그리고 “도울 일이 있다면 얼마든지 돕겠다. 리치씨를 위해 기도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그 후 줄리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조각의 피자 사진을 올렸습니다. 제목은 ‘세계 최고의 피자’. 바로 셰퍼씨가 배달한 그 피자였죠.

그러면서 “이 피자가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 우리 부부에게 큰 기쁨을 주었다”며 “셰퍼씨의 친절한 행동에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적었습니다.

단 한 사람의 선행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소식은 미국 전역으로 퍼져 많은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전달했습니다. 셰퍼씨 역시 이 사실에 큰 행복을 느꼈다는 후문입니다.

최근 미국 CNN과 인터뷰한 셰퍼씨는 “그 일을 해서 기쁘다. 행복한 여행이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나도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바로 이것이 내가 원하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옛말에 ‘기쁨은 나누면 배로 늘어나고, 슬픔은 반으로 줄어든다’는 말이 있죠. 달튼씨는 한 번의 피자 배달로 처음 만난 모건 부부와 기쁨도 슬픔도 함께 나누는 특별한 사이가 됐습니다.

이 인연은 아마 평생 잊혀지지 않을 또 하나의 추억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부부가 과거를 떠올리며 먹었을 피자의 맛처럼요.

집으로 돌아가던 달튼씨의 차창 밖 하늘을 상상해보겠습니다. 수많은 별빛이 아름답게 밤하늘을 수놓고 있지 않았을까요. 우리 사회도 서로를 돕고 함께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하나 둘 더 늘어난다면 그 풍경을 닮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김누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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