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뉴스] “거지같이 산다는 소리네” 행복하다는 다섯 식구가 들어야 했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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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뉴스] “거지같이 산다는 소리네” 행복하다는 다섯 식구가 들어야 했던 말

입력 2018-10-23 09:25 수정 2018-10-23 10:19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여러분 지금 행복하신가요? 누군가는 행복하다고, 또 많은 이들은 불행하다고 대답할 겁니다. 그리고 그 기준 역시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코끝이 시린 겨울 따뜻한 어묵 국물 한 잔에 행복하겠지요. 어떤 이는 유명 레스토랑에서 최고급 한우로 만든 스테이크를 먹으며 행복할 테고요. 그럼 이 두 사람이 느끼는 행복은 질적으로 다른 걸까요?

오늘은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지는 사연 하나를 소개하려 합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는 ‘다섯 식구 230만원으로도 살아집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A씨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세 딸을 키우는 전업주부입니다. A씨의 남편은 한 달 230만원 정도를 번다고 합니다. 다섯 식구는 이 돈으로 넉넉하지는 않지만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A씨의 가족은 월세로 살고 있습니다. 월세와 보험료, 생활비를 제외하면 80만원 정도가 남는다고 합니다. 그중 20만원은 적금에 넣고 나머지는 식비로 사용합니다. 외식을 자주 하지 않는 대신 A씨는 정성껏 만든 반찬으로 아이들을 먹입니다. 한 달에 한 번은 치킨을 시켜주기도 하죠. 아이들은 학원에 가는 대신 학교에서 지원하는 방과 후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A씨는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가족들과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글 마지막에 “사람들은 말을 너무 함부로 하는 것 같다. 능력 없는 사람들이 애만 많이 낳는다고… 누구나 자기만의 삶의 방식이 있다. 우리는 행복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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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 화제가 되며 22일 오후 기준 262개의 추천과 1554개의 반대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2000여 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그중 네티즌들의 추천을 가장 많은 댓글 세 개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거지같이 산다는 소리를 길게도 써놨네. 애들 데리고 어디 여행이라도 가본 적 있나. 영덕대게, 자연산 참돔, 한우 살치살 이런 거 먹어본 적 있나. 비행기는 타봤나. 제주도는 가봤나“

“남편과 내 수입은 합해서 8500만원이다. 아이는 하나고 주말이면 서울에 올라가 문화생활을 즐기고, 스트레스 쌓이면 해외로 훌쩍 나간다. 자, 내가 잘 산다는 기준은 이 정도다. 나도 셋 낳았으면 단순하게 먹고 입고 자는 생활에 만족해야 했을 것이다. 애들은 돈으로 키우는 게 아니고 사랑으로 키우는 거라고들 말하는데, 사랑은 기본이고 거기에 돈이 얹어지는 거다“

“알뜰하게 잘 살고 있지만 애들이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초등학교 때가 해외여행 가기 딱 좋은데… 애들이 맛있는 음식을 몰라서 못 먹는 상황이지 않냐. 외식이 치킨만 있는 것도 아닌데”

이들은 행복하다고 말하는 A씨에게 “그건 행복이 아니야”라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요. A씨가 올린 이 게시글은 사실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이런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쯤은 쉬운 일이니까요. 하지만 이 글에 나타난 댓글과 공감 숫자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행복에도 가격을 매기고 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22일 해당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A씨가 봐주길 바란다는 글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컨테이너에 살 만큼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네티즌은 이렇게 적었습니다. “지금도 내 어릴 적 가장 행복했던 기억은 엄마가 직접 해준 도넛을 먹던 순간이다. 그 어떤 화려한 음식보다도 맛있었다. 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기억만을 만들어준 부모님께 감사하다. 지금처럼 아이들 사랑으로 잘 키워주길 바란다”

누군가에게는 자연산 참돔, 한우 살치살 보다 엄마가 해준 도넛이 더 맛있는 음식일 수도 있습니다. 행복이라는 것에 과연 객관적인 기준이 존재하는 걸까요? 우리는 자주 다른 사람의 삶을 나의 잣대로 평가하고는 합니다. 그렇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것 안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들을 비난할 수 있을 만큼 우리는 잘 살고 있는 걸까요. 게시글은 A씨 가족을 응원하는 댓글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이들 가족을 조롱하고 비난하는 댓글로 가득 찼습니다. A씨를 훈계한 이들은 진정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사연뉴스]는 국민일보 기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접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는 코너입니다. 살아 있는 이야기는 한 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더 풍성하게 살이 붙고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반전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연의 흐름도 추적해 [사연뉴스 그후]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연뉴스]는 여러분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강문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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