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로 나오는 김동연, ‘애매한 정체성’이 약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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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로 나오는 김동연, ‘애매한 정체성’이 약점

‘보수당 러브콜’ 관측만 무성

입력 2018-11-08 16:59 수정 2018-11-0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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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체가 임박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여의도 정가에서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문재인정부의 핵심 경제철학인 ‘소득주도성장’을 놓고 장하성 정책실장 등 청와대 실세들과 이견을 자주 노출했기 때문이다. 교체가 사실상 확정된 이후에도 김 부총리의 ‘소신 발언’은 계속되고 있다. 아직 시나리오 수준이지만 그가 보수진영에 영입될 경우 차기 대선주자급으로 떠오를 것이란 설익은 관측도 나온다.



소신 발언 쏟아내는 김동연

문재인정부의 초대 경제사령탑인 김 부총리가 보수로부터 관심을 받는 역설적인 상황은, ‘김동연 패싱’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정권 실세들과 불화했던 그동안의 행적 때문이다.

김 부총리는 지난 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에서 ‘연말쯤 경제지표가 개선될 것이란 장 실장의 견해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아마도 자기 희망을 표현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지금은 하방 위험 가능성이 크다”며 장 실장의 발언을 정면 반박했다.

7일 열린 국회 예결위에서도 “현재 한국경제는 금융·외환·재정위기 등의 경제위기 상황은 아니다”라며 “경제가 위기가 아니라 경제에 관한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 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경제라인의 경직적 의사결정을 비판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다만 김 부총리는 다음 날인 8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청와대를 겨냥한 것이 아닌 여야의 협치가 중요하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김동연 대하는 태도 달라진 한국당

최근 자유한국당이 김 부총리를 바라보는 시선도 사뭇 달라졌다. 얼마 전만 해도 김 부총리와 장 실장 동시 경질을 주장하던 한국당은 ‘장하성 선(先) 경질’로 기류가 바뀌고 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최근 원내대책회의에서 “물귀신으로 김 부총리까지 세트로 책임을 묻는 건 적절치 않다”고 한 발 물러섰다.

정진석 한국당 의원은 8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김 부총리 그동안 고생 많았다. 경제사령탑을 핫바지로 만들고 몽상적 사회주의 정책을 몰아붙이고 있는 이데올로그들과 이제 작별하라”고 썼다. 정 의원은 이어 “2016년 내가 당대표 권한대행으로서 김 부총리를 당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려 했다”면서 “이 나라를 위해 우리 아이들을 위해 김 부총리의 지혜를 빌려달라”고도 했다.



‘황교안의 대체재’ 가능할까

현재 보수진영의 고민은 차기 대선주자 후보군이 불확실하다는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범보수진영 차기 주자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경쟁할 후보가 마땅치 않다. 황 전 총리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탄핵된 박근혜정부의 국무총리였다는 건 그의 약점으로 꼽힌다. 무대에 오른 뒤 혹독한 검증을 통과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현 정부의 약점으로 꼽히는 경제정책과 관련해 대립각을 세운 선명성뿐 아니라 관료 출신의 안정감과 능력을 겸비한 김 부총리의 영입은 보수진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부총리의 입지전적 스토리 역시 ‘정치권 영입설’을 키우는 배경이다. 11세 때 아버지를 여의고 청계천 판자촌에서 성장한 그는 덕수상고를 나온 ‘흙수저’다. 야간대학을 다니며 행정고시와 입법고시에 동시 합격했다. 엘리트가 즐비한 경제 부처에서도 두각을 드러내 박근혜정부 초대 국무조정실장(장관급)까지 역임했다.

노무현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기획예산처 근무 당시 중장기 전략보고서인 ‘국가비전 2030’ 실무를 총괄한데다 이명박정부 말기 기재부 2차관을 거쳤을 정도로 진보·보수정권을 넘나들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쓴 언론사 칼럼에서는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큰아들을 잃었을 때의 슬픔을 떠올리며 세월호 유족들을 위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문재인정부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운 선명성과 ‘흙수저 신화’, 충북 음성 출신인 그의 지역적 배경 등을 놓고 일각에선 차기 대선후보군으로 봐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문제는 김동연의 ‘애매한 정체성’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결정적인 약점은 김 부총리의 ‘애매한 정체성’이다. 김 부총리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과 장관급 자리를 역임하며 주요한 역할을 했다. 문재인정부에서는 초대 경제사령탑이다.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경제 관료로 활약했다는 점은 장점도 되지만, 뚜렷한 지지세력이 없다는 약점도 된다.

여권 관계자는 “김 부총리가 보수당에서 정치를 할 것이라는 소문을 들어본 적은 있지만, 그게 현실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당 관계자 역시 “지금은 청와대와 각을 세우는 것처럼 보이니 응원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김 부총리는 문재인 정권 사람”이라며 “부총리를 그만둔 뒤에 김 부총리가 어떤 정치적 발언과 행보를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흙수저 출신, 경제전문가, 지역적 중립성 등 정치적인 장점이 많다는 게 대체적인 정치권의 분석이다. 다만 진보 진영과 보수 진영 모두 김 부총리를 ‘우리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게 김 부총리의 가장 큰 약점인 셈이다. 여권 관계자는 “차기 대선 후보군이 많은 민주당에서는 활동범위가 좁을 것”이라며 “결국 보수적인 색채를 강화해야 하는데, 보수 쪽에서 김 부총리를 받아들일지는 모르겠다”고 분석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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