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소에게 불을 붙이고…” 여전한 ‘불의 황소’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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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소에게 불을 붙이고…” 여전한 ‘불의 황소’ 축제

입력 2018-11-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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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단체 '아니마 나투랄리스'에 올라온 사진

전통이라는 이유로 살아있는 황소 뿔에 불을 붙이는 축제가 여전히 열리고 있다.

올해 11월 둘째 주 주말에도 어김없이 스페인에서는 살아있는 황소 뿔에 강제로 불을 붙이는 ‘불의 황소’ 행사가 열렸다. ‘토르 드 주빌로’라고 불리는 스페인 메디나첼리 오랜 전통이다.

매년 이 행사에는 스페인 국민 수 천 명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들은 살아있는 황소를 강제로 동원해 뿔에 가연 물질을 매단 뒤 불을 붙인다. 황소 뿔에 붙은 불이 꺼질 때까지 소를 피해 도망다니며 축제를 즐긴다. 뿔에서 불길이 치솟는 황소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용기를 낼 수 있는지 시험해본다는 취지로 스페인에서 대대로 행해져 내려오는 놀이다. 스페인 당국의 허가를 받은 합법적인 행사이기도 하다.

물론 황소에게 해를 입히기 위해 이같은 행사를 여는 것은 아니다. 불을 붙이기 전 황소가 화상을 입지 않도록 머리와 몸 곳곳에 두꺼운 진흙을 발라준다. 그렇다고 해서 황소가 괴로워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불을 본 황소는 놀라서 날뛰며 불을 끄기 위해 벽에 몸을 세게 부딪치는 등 괴로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행사는 한 시간 이상 지속된다.

나우뉴스에 따르면 동물보호 활동가 엘리사 알렌은 “불은 황소의 뿔을 태우면서 눈과 몸 곳곳에 심각한 화상을 입힌다”며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황소에게 트라우마를 남긴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로의 문화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잔인함에 대해서는 모두 똑같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살아있는 동물에게 불을 지르는 것은 명백히 가학적인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동물보호단체인 아니마 나투랄리스에 따르면 스페인에서 매년 이같은 축제에 강제 동원되는 황소의 수는 3000마리가 넘는다. 세계 최대 청원사이트 ‘체인지’에 이 축제가 더 이상 열리지 않도록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오자 9만 명 이상이 동참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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