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저 사람한테 냄새나는데, 쫓아내면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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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살만한 세상] “저 사람한테 냄새나는데, 쫓아내면 안돼요?”

입력 2018-11-26 19:46 수정 2018-11-27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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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냄새가 나더라도, 승객을 열차에서 쫓아낼 수는 없습니다”

열차장은 단호했습니다. 그렇다면 승객에게 악취가 난다는 민원이 빗발치는 동안 그를 쫓아내지 않고 어떻게 난관을 극복했을까요. 중국 신문화보에서 23일 보도한 한 15년 경력의 베테랑 열차장의 미담을 소개합니다.

16일 밤, 중국 난닝에서 창춘으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악취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승객들은 극심한 불편을 호소했습니다. 승무원이 열차 구석구석 방향제를 살포했지만 소용없었죠.

견디다 못한 승객 몇몇이 열차를 돌아다니며 냄새의 원인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10호차에 들어선 순간 단박에 냄새 발생지를 특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 허름한 옷차림을 한 남성이 잠들어있었고 그의 몸에서 지독한 냄새가 풍겨나오고 있었죠. 이유를 찾아낸 승객들은 승무원과 열차장에게 항의하며 그를 쫓아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열차장은 그럴 수 없다고 거절했습니다. 냄새가 나는 승객일지라도 자신의 열차에서 내보낼 수 없다면서 방법을 찾아보겠노라 약속했고요.


열차장은 그가 깨어나길 기다린 후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그가 전한 사연은 이렇습니다. 그는 2년 동안 단 한 번도 씻은 적이 없었습니다. 2년 전 아내가 사망했고 그 충격으로 떠돌이 생활을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형편에 씻는 것은 사치였다고 했고요.

열차장은 이제 자신이 해야할 일을 분명히 안 듯 조용히 일어서서 세면대로 가 대야에 따뜻한 물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비누로 그의 몸 구석구석을 씻겨주었습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승객 일부는 자신들의 여벌 옷을 그에게 건네기도 했습니다. 그는 열차장 덕에 깨끗하게 씻을 수 있었고 승객들 덕에 말끔한 옷을 차려입을 수 있었습니다.

열차장은 목욕을 마친 그에게 도시락을 제공하며 고단함을 달래주었습니다. 그는 “2년 만에 가장 편안한 하루였어요.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밝게 인사했습니다. 열차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승객을 돕는 것은 승무원의 책임입니다”라며 덤덤하게 소감을 전했다고 하고요.

만약 열차장이 그를 내쫓았다면 어땠을까요. 그는 다시 살아갈 용기를 낼 수 없었을지 모릅니다. 그날 분주했던 열차 안에서 어려운 이에게 따뜻한 손을 내민 열차장과 승객들. 이들 모두에게 편안한 하루가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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