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이 없어졌지 교회가 없어진 건 아니다”

국민일보

“건물이 없어졌지 교회가 없어진 건 아니다”

화재 전소 한산도교회, 교계 지원 속 신축 공사 속도

입력 2018-11-30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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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8일 화재로 전소됐던 한산도교회가 재건되고 있다. 29일 현재 외부 공사가 거의 마무리된 상태다. 한산도교회 제공

경남 통영 한산도교회가 다시 일어서고 있다. 지난 2월 8일 화재로 예배당이 전소됐지만 “건물이 사라졌지 교회가 사라진 건 아니다”고 외쳤던 김재곤(67) 담임목사는 29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화재 이후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10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김 목사는 화재 당시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교회 다락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던 김 목사는 매캐한 냄새에 문을 열었다 깜짝 놀랐다. 불길이 2층을 가득 덮고 있었다. 다락방에서 서둘러 빠져나왔지만 유독가스가 가득 차 내려가는 문을 찾기가 어려웠다. 김 목사는 “유독가스를 한 모금 들이쉬니 정신이 몽롱해지더라. 천국에 소망을 두는 사람으로서 죽는 건 두렵지 않으나 미신으로 가득한 어촌에서 목사가 불에 타 죽으면 그것만큼 하나님 영광을 가리는 게 어디 있겠나 싶었다”며 “곧장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 다행히 더듬는 손에 문고리가 잡혔다”고 회상했다.

이 불로 약 330㎡(100평) 규모의 예배당이 검은 재로 사라졌다. 김 목사는 낙담했지만 이내 마음을 추스르고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드렸다. 인명피해가 없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었다. 다리가 불편한 사모가 마침 딸을 만나러 부산으로 출도 중이었던 것도 감사했다. 김 목사는 “교회가 불 탄 게 아니지 않느냐. 우린 잃은 게 없다”며 성도들을 격려했다. 예배 장소만 찾으면 됐다. 감사하게도 한산도 출신으로 어릴 적 한산도교회 교인이었던 김찬주 집사가 자신의 고향 집을 임시 예배당으로 내놨다. 김 목사는 “거실이 커서 우리 교인 20여명이 들어가 예배를 드리기 딱 좋았다”며 “새벽기도, 수요예배, 주일예배 모두 차질 없이 잘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화재 이후 바뀐 건 예배장소만이 아니었다. 화재는 폐쇄적이던 섬사람의 마음을 녹였다. 김 목사는 “마을 사람들이 교회에 이렇게 관심이 많은 줄 몰랐다”고 말했다. 2014년 2월 부임해 4년째 목회를 이어가고 있지만 먼저 말을 건넨 적이 없던 마을 사람들이었다. 그랬던 분들이 교회에 불이 나자 집에 있는 그릇, 바가지 등에 물을 받아 들고 진화에 나섰다.

김 목사는 마을 주민들이 새 예배당 짓는 일에 교인들보다 더 많은 관심을 나타낸다고 전했다. 설계 변경으로 잠시 공사가 중단됐을 때는 왜 공사가 멈췄는지 궁금해 했고, 김 목사를 만나면 교회 건축이 잘돼 가는지 꼭 묻는다고 했다. 김 목사는 “다가가면 도망가시던 분들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웃으며 먼저 말을 걸어 주신다”며 “화재가 마을 주민들과 친해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어떻게 마을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화재 전 한산도교회 모습. 한산도교회 제공

한산도교회 신축 공사는 현재 건물 외부공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다. 애초 추수감사주일 쯤 입당예배를 드릴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꽤 지연됐다. 그렇지만 김 목사는 “복구는 작은 교회 교인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총회와 한국교회 성도들의 지원이 없었다면 신축도 어려웠을 것”이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섬 특성상 건축 자재 수송비용이 배로 든다. 여전히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하나님이 채워 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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