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지체 진단 내린 의료진이 ‘오진’ 인정한 이유(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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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지체 진단 내린 의료진이 ‘오진’ 인정한 이유(영상)

‘올해의 여성’ 100명에 선정된 러시아 작가 타마라 체렘노바 이야기

입력 2018-12-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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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화면 캡쳐

러시아 작가 타마라 체렘노바(62)는 최근 영국 BBC가 선정한 ‘올해의 여성’ 100명에 선정됐다. 태어나자마자 뇌성마비 진단을 받았지만 극복했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타마라는 태어난 후 뇌성마비 판정을 받았다. 부모는 그를 책임지지 않았다. 6살에 고아원에 들어간 그는 매 순간 낙담했다. 불편한 몸으로 고아원에서 버티는 것은 녹록지 않았다. 홀로 거동할 수 없었으나 휠체어를 요구하는 것은 언감생심이었다. 샤워를 할 수도 화장실에 갈 수도 없는 열악한 환경이었다.

불행은 밀물처럼 밀려왔다. 1965년, 그가 머물던 고아원에 불이 났다. 이 사고로 함께 살던 타마라의 친구 6명이 사망했다. 타마라는 극적으로 화마 속에서 기어나왔지만 누구도 그를 데리고 가려하지 않았다. 고아원 직원 발에 매달려 구해달라고 사정했으나 내팽겨쳐졌다.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건 같은 처지에 놓여있던 고아원 친구였다. 삶을 포기하기엔 아직 일렀다.

타마라는 용기를 냈다. 하지만 여전히 녹록지 않았다. 세상은 여전히 암흑같았다. 사회에 나가 돈을 벌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그는 글을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다. 뇌성마비 치료를 위해 가끔 병원을 찾았던 그에게 뜻밖의 시련이 또 찾아왔다. 의료진이 타마라에게 뇌성마비에 정신지체까지 갖고 있다는 판정을 내린 것이다.

타마라는 인정할 수 없었다. 교육의 기회가 없어 글을 읽고 쓸 줄 몰랐을 뿐 인지 능력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믿었다. 뇌성마비를 지녔기에 사회에서 배제돼 힘든 날을 버텨왔는데, 정신지체라는 색안경이 더해진다면 앞으로 그의 인생은 불 보듯 뻔한 상태였다. 의료진에게 자신의 상황과 상태를 세세하게 설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타마라는 정신질환 환자들이 모여 있는 요양원으로 이송됐다.

타마라는 그 때부터 무려 50년 가까이 정신지체라는 잘못된 진단과 분투했다. 의료진의 판정을 뒤엎기 위해 고심하던 그는 동화를 쓰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글을 알아야 했다. 타마라는 먼저 글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후 짧은 편지를 쓰면서 글쓰기 훈련에 매진했다.

BBC 화면 캡쳐

얼마나 지났을까. 그는 마침내 동화를 완성했고 곧장 의료진에게 발송했다. 2007년이 돼서야 타마라는 드디어 자신에게 채워진 정신지체라는 수갑을 벗을 수 있었다. 그의 동화를 읽어본 의료진이 오진을 인정한 것이다.

불행은 썰물처럼 빠져나갔고 행운이 그 자리를 메웠다. 그가 쓴 동화를 접한 러시아 유명 작가 마리아 아르바토바(61)는 함께 글을 쓰자고 제안했고 그 때부터 러시아에서 동화 작가로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했다.

타마라는 원하던 것을 다 이룬 것만 같았지만 어딘가 공허했다. 그에겐 가족이 없었다. 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포근한 쉼터 또한 없었다. 하지만 타마라는 욕심내지 않았다. 세상이 이만큼이나 자신을 받아준 자체로도 많은 성공을 이뤄낸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은 타마라에게 시련을 줬지만 그러면서 또 빛도 내려줬다. 지난해 그에게 가족이 생겼다. 그가 머문 지역에 살고 있는 한 여성은 우연히 타마라의 일대기를 접했다. 이후 간절히 그의 가족이 되기를 바랐다. 그는 남편에게 타마라를 입양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지만 남편은 반대했다. 남편에게 입양 대상은 어린 아이였다.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타마라의 얼굴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남편을 설득하면서 “타마라는 나에게 작은 선물과도 같다”고 말했다. 이윽고 남편도 그의 뜻에 따르기로 결정했다. 마침내 이들은 가족이 됐다.

타마라는 “나는 62살이 돼서 입양됐다. 내게도 집이 생겼다”며 “난 평생을 외롭게 살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단 무언가를 시작하고 최선을 다한다면 결국 성공할 것이다. 스스로를 맏는다면 역시 그 일은 성공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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