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석방 요구’ 고리로 친박·비박 봉합 시도 있지만…상처 덧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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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석방 요구’ 고리로 친박·비박 봉합 시도 있지만…상처 덧날라

“文정부 독주 막으려면 당 화합해야” 움직임에 친박계 “탄핵 사과부터 하라”

입력 2018-12-05 20:38 수정 2018-12-05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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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을 거치며 완전히 갈라선 자유한국당 친박계와 비박계에서 ‘탄핵 앙금’을 봉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독주를 견제하려면 보수 야당의 분열 상태를 끝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양쪽을 잇는 고리로 ‘박 전 대통령 석방 촉구’ 카드도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강성 친박계 쪽은 “탄핵 문제부터 사과하라”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화해 시도가 자칫 계파 갈등만 더욱 부각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무성 의원은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제 관련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많은 국민이 문재인 정권의 여러 가지 잘못된 폭주를 제1 야당인 한국당이 막아주길 바라고 있다. 강하게 결집해서 싸우길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친박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을 연이어 접촉한 배경을 설명한 것이다.

김 의원은 “지난주 광화문 집회를 주도하시는 목사님 주선으로 소위 말하는 친박 의원, 우파 논객 등과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눴다”며 “우리의 잘못으로 탄생한 정권이 나라를 잘못 끌고 가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과거의 잘못을 ‘총론적’으로 서로 인정하고 화해해 이 정권을 막아내자고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위원장이었던 권성동 의원과 함께 지난달 29일 친박계 윤상현·홍문종 의원 및 전광훈 목사,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정규제 정규제TV 대표 등 보수 인사들과 회동했다.

김 의원은 이 자리에서 친박·비박의 화해 내용을 담은 일종의 ‘합의문’을 준비해 다시 만나기로 논의됐다고 전했다. 이어 “한 참석자가 ‘박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돼 재판받고 있는데 고령인데다 증거인멸 여지도 없으니 석방을 요구할 의사는 없느냐’는 제안을 했고, 나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내가 앞장서겠다’는 정도의 얘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석방 촉구 결의안’을 합의한 수준은 아니고 검토를 시작한 단계라는 뜻이다. 권 의원은 “우리 당이 먼저 화합해야 외부 보수 세력과도 하나 될 수 있다는 차원에서 (결의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양쪽 진영 화해 차원에서 박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진행된 구속 및 1·2심 재판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불구속 재판을 요구하자는 수준에서 회동 참석자들의 공감대가 이뤄졌다는 뜻으로 보인다. 탄핵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의 사법처리 부분을 분리하자는 절충안이기도 하다. 비박계 복당파가 박 전 대통령 탄핵안 통과는 주도했더라도, 이후 구속 등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논리도 담겨있다.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

윤상현 의원은 “좌파 정권의 폭주로 나라는 엉망이 돼 가는데 우리 당이 과거에 얽매여 서로 싸울 때가 아니지 않나”며 “단일대오를 이뤄야 정권과 맞설 동력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강성 친박계와 비박계 간 탄핵을 대하는 인식 간극이 너무 커 양측의 화해는 요원한 상황이다. 친박계 측은 사실상의 항복 요구인 ‘탄핵 사과’를 전제 조건으로 내걸지만, 복당파로서는 사과가 곧 자기 부정을 의미하는 데다 정치적 치명타이기도 해 ‘사과 불가’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김 의원 역시 “탄핵은 역사적 사실이기 때문에 사과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재차 확인했다.

홍문종 의원은 “탄핵에 대한 (복당파) 입장부터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 지붕 두 가족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지난달 29일 회동 때도 김 의원에게 “사과부터 하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는 “제 주변의 사람들은 김 의원을 만나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며 “탄핵에 대한 진지한 반성 없이 박 전 대통령 석방 얘기를 꺼내는 것은 얄팍한 술수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박계 좌장 서청원 의원

지난 6월 한국당을 탈당한 친박계 좌장 서청원 의원도 지난 4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정치를 오랫동안 해왔지만 이런 후안무치한 일은 처음”이라며 “복당한 사람들은 국민에 대해 사과하고 자신들의 과오를 반성하고 나서 다음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맹비난했다. 친박계 한 재선 의원은 “하필이면 원내대표 경선을 코앞에 두고 박 전 대통령 석방 문제를 꺼냈는지, 저의가 의심된다”며 “제3자도 아닌 복당파가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얘기하면 국민이 뭐라 보겠나”고 비판했다. 이에 김 의원은 “탄핵 문제로 다시 공방을 벌이는 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화해) 시도는 좋지만 말이 나오자마자 다른 견해들이 표출되고 있어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 한 당직자는 “당 화합, 보수통합은 명분이 좋고 가야할 길이지만 (시도할) 타이밍과 절차가 중요하다”며 “서두르다보면 자칫 계파 갈등의 상처만 덧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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