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환대를 얼마큼 어디까지?

국민일보

‘지극히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환대를 얼마큼 어디까지?

입력 2018-12-0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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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베델교회에서 난민 가족을 위해 릴레이 예배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지난주 널리 전해졌다. 언제 강제추방을 당할지 모르는 아르메니안 가족이 베델교회에 도음을 청했다. 이에 교회는 공공기관이 종교예식을 방해할 수 없다는 국내법을 이용하여 10월 26일부터 예배를 시작하여 6주째 쉬지 않고 이어오고 있다.

헤이그 네덜란드 개신교회(Protestant Church of The Netherlands) 교단 홈페이지 캡처

탐라지안(Tamrazyan) 씨 가족은 네덜란드에 9년째 살고 있다. 아버지는 아르메니아로 돌아갈 경우 정치적인 이유로 목숨이 위험하다고 한다. 망명신청이 받아들여졌다가 번복되었다. 세 자녀의 나이는 21, 19, 14세라고 한다. 어린이가 5년 이상 거주할 경우 특별 사면 형식으로 그 가족에게 이민자격을 주는 ‘아동 사면(kinderpardon)’도 받아들여지지 않아 탐라지안 씨 가족은 지난 9월 출국할 것을 통보받았다.

네덜란드는 2017년 현재 인구가 1천7백만여 명이다. 유엔 난민기구(UNHCR) 통계에 의하면 2017년 현재 네덜란드에서 난민 지위를 부여받은 사람은 103,860명, 망명신청자는 5,818이다. 난민이 수만, 수십만명 몰려든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그리스 등에 비해 네덜란드가 받아들인 난민 숫자가 적다. 그렇다 해도 당장 탐라지안씨 가족처럼 강제출국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경우가 400건이라고 한다. 다른 유럽 나라들처럼 네덜란드도 이민의 벽을 점점 높이고 있다.

법적 체류자격이 없는 외국인을 위해 교회가 피난처가 되어준 예가 더러 있었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가까이 있는 애리조나 주 투손 시 사우스사이드 장로교회 목사였던 존 파이프 목사는 1980년대에 ‘성소 운동(Sanctuary Movement)’을 이끌었다. 당시 엘살바도르, 과테말라에서 내전을 피해 미국으로 몰려든 난민을 위해 500여 개 교회가 기꺼이 피난처가 되었다. 중미에 대한 미 정부 정책에 반대한 시민불복종인 동시에 자유와 평등의 법 정신을 따른 결단이었다. 최근 트럼프 정부의 이민정책에 반대하여 지금까지도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운동이다.

베델교회는 정부의 입장과 결정을 존중하면서도 어린이를 보호해야 하는 책임 사이에서 딜레마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다섯살짜리가 와서 9년을 살고 14살이 되었으면 거기가 고향이며 집이다. 갈 곳 없는 이 가족이 지금으로선 가장 안전한 하나님의 집(‘벧 엘’)에서 보호받고 있다.

이 릴레이 예배가 울림이 큰 이유는 무엇보다 교회를 하나로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헤이그 베델교회가 속한 교단 목회자들뿐 아니라 전통이 다르고 신학이 다른 개신교와 가톨릭 할 것 없이 다양한 네덜란드 교회 목회자들이 예배를 이어나가기 위해 함께 하고 있다. 이 자녀들을 위해서라도 생명을 중시하는 보수와 평등을 중시하는 진보의 구별이 무의미해졌다. 다른 것을 강조하기보다는 서로 이해하고 연결 지을 수 있는 작은 지점을 통해 손잡는 것이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모습일 것이다.

크리스채너티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악셀 위케(Axel Wicke) 베델교회 목사는 “이 교회 피난처는 가장 기초적인 연민이 우리를 어마어마하게 이어주며 경계를 부서뜨리고 있다는 것을 되려 저에게 가르쳐주고 있습니다”라고 고백한다. 종교인이든 아니든 헤이그 시민도 교회 이웃도 인터넷에서 뉴스를 접한 사람들도 관심을 두고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바라보고 있다.

교회 공간의 쓰임을 비롯해 여러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난민 문제를 말랑말랑한 감성으로만 다가갈 수는 없다. 당장 이웃 나라 덴마크에선 정부가 우파 덴마크인민당이 합의한 바에 따라 앞으로 망명 신청한 사람이 자신의 나라로 돌아갈 수 없는 경우 외딴 섬으로 보내겠다고 했다.

헤이그 베델교회가 언제까지 예배를 이어갈지 알 수 없다. 다만 예배가 이어지는 동안만큼 틈을 벌려, 추방당할 위기에 있는 가족 하루라도 신변 안전을 보장받고 그러는 동안 물밑으로 이들의 법적 지위에 대해 조율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벌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베델교회가 어려움에 빠진 난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이다.

우리 교회에 난민 가족이 찾아와 도움을 청하면 우리 교회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핑계를 둘러대며 그 가족의 어려움을 모른 체 하고 내쫓을까. 여러 가지 현실적인 어려움 가운데서도 우리 교회는 얼만큼까지 환대할 수 있을까. 베풀기 위해 감당해야 할 것들을 얼마나 준비했나.

박여라 기자 ya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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