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뉴스] “여친 생일인데 미역국 끓여줘” 손님이 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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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뉴스] “여친 생일인데 미역국 끓여줘” 손님이 한 말

20대 아르바이트생 A씨가 전한 일화… 여전한 ‘갑질 문화’ 사라지길

입력 2019-01-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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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황금돼지의 해’ 기해년(己亥年)이 밝은지 이레째입니다. 떠들썩한 연말 분위기가 한풀 꺾이고 연초가 시작됐는데요. 송년회·신년회의 여흥이 아직 가시지 않은 분도 많을 겁니다. 오랜만에 가족·지인과 보낸 시간, 다들 즐거우셨나요? 그런데 여기 지옥 같은 연말연시를 보냈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는 A씨(25)입니다. A씨의 동의를 얻어 사연을 전합니다.

A씨는 서울 모처의 한정식집에서 근무합니다. 다채로운 한식 메뉴가 코스로 제공되는 음식점이지요. 제공되는 반찬도 많고, 단체 예약도 잦아 일하기에 꽤 고생스러운 곳이라고 합니다.

A씨는 “평소에도 녹록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정말 힘들었다”며 입을 열었습니다. 이른바 ‘진상 손님’ 때문에 마음을 많이 다쳤다면서요. 손님에게 들은 막말이 상처로 남았다고 했습니다. 그가 들은 폭언을 그대로 전합니다.

기사 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말귀를 못 알아 X 먹네”

A씨는 그날 정말 바빴다고 했습니다. 연말 모임 때문에 식당을 찾은 손님이 많아 빈자리가 하나도 없었다고 합니다. 분주히 움직이는데, 한 아주머니가 A씨를 불렀습니다. 주문하기 위해서였는데요. 아주머니가 주문한 음식은 메뉴판에 없었습니다. A씨가 아무리 설명해도 고집을 피우던 아주머니. 이미 술에 많이 취해있던 그는 A씨에게 “말귀를 못 알아 X 먹네”라고 했습니다.

“이 XX들 많이 컸네”

지인 2명과 함께 온 중년 남성은 자리에 앉으면서부터 심통을 부렸다고 합니다. 예약석이 다 차 버린 바람에 일반석에 앉은 게 불만이었던 거지요. 예약석은 미닫이문이 달린 방 구조라서 많은 손님이 탐내는 곳이라고 A씨는 전했습니다. 심기가 불편한 남성은 메뉴판을 신경질적으로 뒤적이며 “이 XX들 많이 컸네”라고 말했습니다. 이후에도 남성의 ‘갑질’은 계속됐다고 합니다. 주방 쪽에 있는 A씨에게 소리를 지르며 주문하고, 음식의 맛에 딴지를 거는 식으로요.

“맛없으면 어쩔 건데?”

A씨는 그저 친절하게 응대하고 싶었을 뿐이었습니다. 주문받은 음식을 손님 테이블에 차리고 자리를 뜨기 전 “맛있게 드세요”라고 말했다는데요. 손님의 답은 냉랭했습니다. “맛없게 먹으면 화낼 건가?”

기사 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여러 일화를 전하던 A씨는 잠시 울먹였습니다. 그는 더 황당한 일도 많이 겪었다고 했습니다. 예약석에 적어둔 손님 성함 때문에 한소리를 들은 적도 있다는데요. 예약 전화를 건 손님이 ‘ B’라는 이름을 알려줬고, A씨는 안내판에 ‘B님’이라고 적었습니다. 예약 당일, 식당을 찾은 손님은 대뜸 “B님이 아니라 B군”이라며 화를 냈습니다. 알고 보니 B는 돌을 갓 넘긴 어린아이였던 거죠. A씨는 “이름만 말해줬는데 손님 나이까지 내가 어떻게 아느냐”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반말하는 손님은 셀 수도 없이 많다고 합니다. 손가락을 까닥이며 종업원을 부르는 손님도 종종 있고요. A씨는 “심지어 음식을 절반 이상 먹고도 맛이 없다며 환불을 요구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치킨집에서 아르바이트하는 A씨 지인은 최근 화장실 앞까지 데려다 달라고 요구하는 손님 때문에 당황했다고 합니다.

하소연하는 A씨에게 식당 사장은 몇 년 전 겪은 일을 털어놨습니다. 한 청년이 여자친구와 식당을 찾아 메뉴판에 없는 ‘미역국’을 주문한 일입니다. 그날이 여자친구의 생일이었던 거지요. 사장이 거부하자 청년은 식당에 대한 악담을 인터넷에 적었다고 합니다.

A씨는 “식당에서의 갑질 문화가 제발 사라지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손님에게 들은 폭언이 트라우마를 남겼다고도 했습니다. 더 즐겁게 일하고 싶다는 A씨. 그의 소망이 새해에는 이뤄질 수 있을까요.

[사연뉴스]는 국민일보 기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접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는 코너입니다. 살아 있는 이야기는 한 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더 풍성하게 살이 붙고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반전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연의 흐름도 추적해 [사연뉴스 그후]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연뉴스]는 여러분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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