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불경기에 직원 숙소 개방한 놀라운 결단

국민일보

[아직 살만한 세상] 불경기에 직원 숙소 개방한 놀라운 결단

입력 2019-01-11 10:39 수정 2019-01-11 11:19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왼쪽 사진은 뉴시스. 오른쪽은 픽사베이


삶이 어려우면 각박해지기 마련입니다. 평소에 곱게 쓰던 마음도 어느 순간 삐뚤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그럴 때일수록 더 낮을 곳을 살피는 이들도 있습니다. 최악이라고 생각하는 이 순간을 부러워하는 누군가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죠.

불경기 탓에 비게 된 직원 숙소를 인근 병원 환자 가족에게 개방하고 싶다고 밝힌 네티즌이 있네요. 일이 잘 풀려 기분을 내듯 선행을 베푸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자신도 어렵지만, 더 힘든 이들을 위해 손을 내민 겁니다.

11일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라온 글에서 이 네티즌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서울 일원동의 삼성서울병원 인근에 일터가 있다고 밝힌 이 네티즌은 “병원 인근 주택가에 저희 직원 숙소용으로 쓰기 위해 장기 계약한 원룸이 있는데 쓸 직원이 없어서 현재 그냥 공실로 비워놓고 있는 상태”라면서 “불경기라 앞으로도 당분간은 직원 채용 계획도 없다”고 운을 띄웠습니다. 그는 혹시 병원에 오는 환자 가족 중 사정이 어려운 이에게 원룸을 빌려드리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는 “깨끗하게 쓰시고 나가실 때 청소만 잘 해주시고 가 주시면 되겠다”며 숙박비를 절대 받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병원에서 오랫동안 환자를 돌본 가족이라면 잘 알 것입니다. 국내 내로라하는 병원조차도 보호자를 위한 시설이 열악합니다. 환자 옆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잘 수 있으면 그마저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중환자실에 입원한 가족을 돌보려면 의자만 있는 보호자 대기실에서 몇 날 며칠을 지내야 하기도 하죠. 제대로 씻지 못하는 일은 다반사이고요. “간병하다 환자 된다”는 뼈있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니까요.

자신도 환자를 돌본 적이 있다고 털어놓은 이 네티즌은 “(삼성서울병원) 주변에 숙박업소나 찜질방 사우나도 없고, 지하 푸드코트는 비싸다. 그래서 이런 일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이 계시면 제가 작은 도움이라도 드리고 싶다”며 댓글이나 쪽지를 달라고 했습니다. 그가 이런 생각을 한 데에는 커뮤니티에서 다른 회원들이 이러저러한 나눔을 베푸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하시는 사업 건승하시기를 기원한다”며 이어지는 축복의 댓글처럼 저희도 독자님의 앞날을 응원합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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