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다 울다 진한 감동이… 유해진x윤계상 ‘말모이’ 포인트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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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다 울다 진한 감동이… 유해진x윤계상 ‘말모이’ 포인트3

입력 2019-01-1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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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말모이’의 극 중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말모이’(감독 엄유나)를 관람할 관객이라면 이 세 가지에 주목하시라.

영화는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1940년대, 까막눈 판수(유해진)가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윤계상)을 만나 사전을 만들기 위해 비밀리에 전국의 우리말과 마음까지 모으는 이야기. 유해진 윤계상 김홍파 우현 김태훈 김선영 민진웅 등 배우들의 호연으로 공감 어린 웃음과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1. 우리말 지켜낸 ‘말모이’ 작전의 최초 영화화

‘말모이’는 우리말이 금지된 시대, 말을 지켜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의 실제 말모이 작전을 처음으로 영화화한 작품이다. 주시경 선생이 한일합병 초기인 1911년에 시작했으나, 선생의 죽음으로 미완성으로 남은 최초의 국어사전 원고를 일컫는 말로, 영화 속에서는 조선어학회가 사전을 만들기 위해 전국의 말을 모았던 비밀 작전의 이름이기도 하다.

극악해지는 일제의 감시망을 피해 조선어학회에 심부름꾼으로 취직한 까막눈 판수와 조선어학회 회원들을 주축으로 말을 모으는 과정은 그 자체로도 극적이며 흥미로움을 선사한다. 항일투쟁을 주로 다뤘던 일제강점기 영화들과 달리 ‘벤또’가 아닌 도시락, ‘가네야마’가 아닌 김순희라는 말과 이름을 지키고자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몰랐던 독립운동의 이면을 보여준다.


#2. 배우들의 열연으로 빚어낸 웃음과 재미, 감동

유해진과 윤계상을 비롯해 김홍파 우현 김태훈 김선영 민진웅 등 연기파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인다. 먼저 조선어학회의 심부름꾼이 된 까막눈 판수 역으로 진솔하고 친근한 캐릭터를 완성해낸 유해진과 조선어학회의 대표 정환 역을 맡아 표현하기 쉽지 않은 시대의 지식인으로 완벽 변신한 윤계상은 입체적인 연기 호흡을 보여준다. 두 사람의 협업은 ‘소수의견’(2013) 이후 두 번째다.

유해진은 사전을 만드는 까막눈이 주인공이라는 신선한 설정을 십분 살려내 적재적소에서 재미를 자아낸다. 전작들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김홍파와 우현은 조선어학회의 큰 어른 조갑윤 선생과 술과 사람을 사랑하는 시인 임동익 역을 각각 소화했다.

김태훈 김선영 민진웅은 잡지책 ‘한글’의 기자 박훈, 문당책방의 주인 구자영, 조선어학회 막내 회원 민우철 역을 맡아 섬세한 연기로 극의 몰입을 더한다. 실감 나는 악을 보여줄 송영창 허성태, 귀엽지만 똑소리 나는 연기를 보여줄 아역 조현도 박예나, 그리고 유재명 이정은 최귀화 윤경호 등 조연진이 영화를 가득 채운다.


#3. “일제 타도”… 전 세대 아우르는 뜨거운 공감

1940년대, 일제의 민족말살정책이 극에 달했던 시대의 경성을 무대로 한 ‘말모이’는 일제의 감시망을 피해 비밀리에 우리말을 모으는 과정을 통해 관객에게 뜨거운 울림과 공감을 전한다. ‘택시운전사’의 각본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시선과 변화를 실감 나게 그려냈던 엄유나 감독의 첫 연출작이라는 점에서 신뢰를 더한다.

나이와 성별, 지식 유무를 떠나 조선인이기에 ‘말모이’에 마음을 모았던 이들의 이야기는 말이 왜 민족의 정신인지, 사전을 만드는 것이 왜 나라를 지키는 일인지를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준다. 더불어 역사는 위인들의 것이 아니라 결국 보통 사람들의 작지만 큰 선택들로 이뤄지는 것이라는 메시지가 진하게 다가온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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