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일 만에 땅 밟은 파인텍 노동자들 “다시 시작이라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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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일 만에 땅 밟은 파인텍 노동자들 “다시 시작이라고 생각”

입력 2019-01-11 17:22 수정 2019-01-1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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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6일간의 고공농성을 마치고 내려온 홍기탁 전 금속노조 파인텍지회장이 11일 서울 양천구 서울열병합발전소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오른쪽은 차광호 지회장. 뉴시스

426일째 굴뚝 농성 중이던 파인텍 노동자들이 11일 땅을 밟았다. 이들은 “다시 시작인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금속노조 파인텍지회의 박준호 사무장과 홍기탁 전 지회장은 이날 오후 4시쯤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 열병합발전소 굴뚝 위에서 내려왔다. 2017년 11월 12일 굴뚝 농성을 시작한 지 425일 만이다. 박 사무장이 먼저 소방대원의 도움을 받아 걸어 내려왔고, 10분 후 홍 전 지회장도 땅을 밟았다. 악화된 건강 상태를 고려해 이들을 들것에 싣고 오는 방안도 논의됐으나 스스로 걸어 내려오겠다는 두 조합원의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구급차 침대에 누운 채로 마이크를 잡은 홍 전 지회장은 “고맙다”고 말문을 열었다. 울먹이며 말을 이어나가던 그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고생했다”며 “더러운 세상이다. 사람이 어떻게 살라고…”라고 말끝을 흐리기도 했다.

박 사무장도 “고맙다는 말씀부터 드리겠다. 투쟁을 함께해주고 단식까지 하면서 응원해준 많은 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시작인 것 같다”며 “현장으로 돌아가면 지금까지 함께해주신 동지들의 그 마음 안고 올곧게 나아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두 조합원은 직후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파인텍 노사가 교섭 끝에 협상 타결에 성공한 11일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 열병합발전소의 75m 높이 굴뚝에 올라가 농성 중이던 박준호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사무장이 지상으로 내려오고 있다. 뉴시스

파인텍 노사 양측은 이날 오전 7시20분쯤 합의안에 서명했다.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가 파인텍 대표를 겸하고, 파인텍 노동자 5명은 지난 1일부터 3년간 고용을 보장받는다는 내용이다. 오는 7월 1일부터 공장을 가동하되 그 전 6개월은 유급휴가로 지정해 월급을 100% 받기로 했다. 이들의 임금은 최저임금에 1000원을 더한 금액이다.

전날 오전 11시에 시작된 제6차 협상은 수차례 중단과 재개 끝에 20시간 만에 타결됐다. 차광호 지회장은 “합의안은 부족하지만 굴뚝 위에 있는 동지들, 밑에서 굶는 동지들이 있기 때문에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며 “더 나은 합의를 위한 시작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간 국민 여러분께 많은 심려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파인텍 노사는 2012년부터 갈등을 겪어왔다. 앞서 한국합섬을 인수했던 스타플렉스는 경영난을 이유로 1년7개월 만에 폐업을 선언, 한국합섬 노동자에게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희망퇴직을 거부한 20명은 해고했다. 이에 차 지회장이 408일간 굴뚝 농성을 벌이자 자회사 파인텍을 만들어 해고자들을 복직시키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열악한 처우 문제로 다시 갈등이 번져 홍 전 지회장과 박 사무장이 세계 최장 기록인 426일간의 고공 농성을 벌였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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