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언론인 카슈끄지 피살 100일, 사건 진상 조용히 묻혔다

국민일보

사우디 언론인 카슈끄지 피살 100일, 사건 진상 조용히 묻혔다

입력 2019-01-11 17:56
  • 네이버 채널구독 이벤트 당첨자 발표
아담 시프 미국 하원 정보위원장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 의회의사당에서 열린 추모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시프 위원장 옆에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초상화가 걸려있다. AP뉴시스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대사관에서 살해당한지 10일(현지시간) 100일째를 맞이했다. 그동안 암살 배후로 지목됐던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국제무대에 복귀하고 사우디를 향한 국제사회 보이콧이 느슨해지는 등 사건의 진상은 조용히 묻히는 분위기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빈 살만 왕세자가 측근인 알 카타니 궁정고문과 여전히 접촉하며 조언을 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타니는 사우디 암살조로부터 카슈끄지 살해와 관련해 최소 11건의 메시지를 받은 인물이다. 그는 빈 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 살해를 지시하는 과정에서 연결고리로 지목됐다.

알 카타니는 카슈끄지 암살 뿐 아니라 빈 살만 왕세자의 독재 통치를 위해 여러 조언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소식통은 WP 인터뷰에서 “빈 살만 왕세자가 독재적인 통치 방식과 반대자들에 대한 무자비한 행동을 계속하고 있는 것 같다”며 “국내적으로 자신감이 넘치고 통제가 잘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국제무대에서도 위상을 회복하고 있다. 사우디는 전날 채권을 발행해 75억 달러(약 8조4000억원)을 조달했다. 채권 주문액은 발행액의 4배인 275억 달러(약 30조원)에 달해 큰 성황을 이뤘다. 그동안 국제투자자들은 카슈끄지 살해를 비난하며 사우디 투자를 꺼려왔다. 지난해 10월 열린 사우디의 대규모 투자회의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에도 보이콧이 이어졌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빈 살만 왕세자를 두둔하면서 진상규명 동력을 잃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워싱턴에서 열린 카슈끄지 피살 100일 추모식에서 “상업적 이해관계로 우리의 성명과 행동을 무시해야 한다고 결정한다면 우리는 어떤 잔혹 행위에 관해서도 얘기할 수 있는 도덕적 권위를 상실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암살 배후로 지목된 사우디 왕실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사건 진상규명을 끝내 거부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언론은 카슈끄지 피살 사건을 언론자유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카슈끄지가 생전에 칼럼니스트로 일했던 WP는 카슈끄지 피살 100일 맞아 오피니언 섹션에 대한 아랍어 번역 서비스를 시작했다. 프레드 하이아트 WP 논설실장은 “더 많은 (아랍어권) 독자들이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쓴 논평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프레드 라이언 WP 최고경영자(CEO)는 “카슈끄지 피살 사건은 언론 자유에 대한 공격의 일환”이라고 지적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