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미손 “복면은 은유, 너희 모두가 마미손이야”

국민일보

[인터뷰] 마미손 “복면은 은유, 너희 모두가 마미손이야”

작업실에서 만난 래퍼 마미손 “올해도 계획대로 되고 있어”

입력 2019-01-13 07:30 수정 2019-01-16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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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 마미손이 10일 서울 서초구 작업실에서 웃음을 짓고 있다.

영화 배트맨에서 누구도 결론을 내지 못한 논쟁거리가 있다. ‘배트맨은 왜 복면에서 눈과 입 부분만 뚫었는가. 온갖 첨단장비로 무장해놓고 유독 고글과 호흡기만 제작하지 못해 살갗을 노출했는가.’

더 큰 의문은 영화 속 등장인물 상당수가 배트맨의 허술한 복면을 보고도 실체를 먼저 알아채지 못하는 점에 있다. 경찰국장으로 승진할 만큼 실력이 좋은 제임스 고든 형사도 배트맨 앞에만 서면 촉을 잃고 헤맨다.

하지만 관객은 알고 있다. 배트맨의 복면은 영화 속 등장인물끼리 속고 속이는 술래잡기용이 아니라, 그 실체인 망나니 재벌 브루스 웨인의 용기와 선량한 내면을 끌어내는 서사적 장치일 뿐이라는 사실을.

스크린 안팎에서 속은 사람은 ‘그가 웨인이야’라고 마음속으로 외친 관객밖에 없을 것이다. 배트맨 복면의 허술한 미장센은 영화 제작자와 비평가의 몫으로 두고, 관객은 장면의 화려함을 눈에 담으며 결국 악당의 패배로 점철되는 전개에 쾌감을 느끼면 그만이다.

래퍼 마미손은 그 점에서 배트맨과 닮았다. 등장한 지 4개월을 넘겨서도 복면을 벗지 않은 그의 실체를 누군가는 이미 알아챘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정색하고 묻지 않는다. 마미손도, 악당도, 눈치를 챈 사람도, 눈치 채지 못한 사람도 문화현상이 된 ‘마미손 놀이’를 그저 즐겁게 소비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마미손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소년점프’ 뮤직비디오는 13일 오전 0시를 기준으로 조회수 3498만건, 좋아요 42만건, 댓글 10만건을 기록했다. 마미손처럼 분홍색 복면을 뒤집어쓴 패러디, 커버 영상은 그 수를 헤아릴 수도 없다.

‘오케이. 계획대로 되고 있어.’ 소년점프에서 아홉 번이나 반복된 그 ‘계획’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그리고 마미손은 지금 어떤 악당들과 싸울 준비를 하고 있을까. 마미손을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작업실에서 만났다.

래퍼 마미손의 ‘소년점프’ 뮤직비디오

-마미손은 누구인가.

누구든 표출하고 싶지만 드러내지 못한 자신이 있을 것이다. 주변으로부터 자신을 감추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이때 복면을 쓰면 숨겨왔던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 그게 바로 마미손이다. 마미손은 누구나 될 수 있는 존재다.

-한국인인가.

국적 불명이다.

-고향은 어디인가.

음악이 내 고향이다.

-왜 마미손인가. ‘태화’ ‘크린랩’ 같은 다른 고무장갑 업체는 서운하지 않을까.

어느 날 변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변장할까 하고 생각한 끝에 복면을 쓰는 게 가장 저렴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간편함이 좋았다. 복면을 분홍색으로 선택한 이유는 재미있어서다. 그렇게 분홍색 복면을 쓰고 거울을 보니 고무장갑처럼 보였다. 그래서 마미손이 됐다. (고무장갑 업체 마미손의) 경쟁사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미안하다.

-본인의 초상권을 고무장갑 업체 ‘마미손’에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예술가지만, 또 대중음악가다. 상업적 손실을 감수한 이유가 무엇인가.

잘못 알려진 부분이 있다. 마미손은 고무장갑 업체에서 등록된 브랜드 명칭이다. 이 업체에서 브랜드 명칭을 사용할 수 없도록 제재가 들어오면 오히려 내가 이름을 바꿔야 한다. 이 업체는 나에게 ‘활동하는 동안 브랜드 명칭을 자유롭게 사용하라’고 허락했다. 감사한 일이다. 내가 엄청난 배려를 받았다. 이 사실관계를 분명하게 알아줬으면 좋겠다.

-업체가 고무장갑 600개를 다른 래퍼에게 보냈다. 빼앗아 와야 하지 않을까.

그가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에게 못되게 굴고 싶지 않다. 그가 고무장갑들을 기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

-신곡 ‘소년점프’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불과 4개월 만에 유튜브 조회수 3400만건을 넘겼다. 얼굴을 가린 신인가수 마미손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우선 겉으로 드러난 부분만 보면, 마미손은 키치(kitsch·저속)한 느낌을 준다. 그 ‘병맛스러움’(맥락 없는 즐거움)에서 재미를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본질적인 부분을 들여다보면, 마미손은 불구덩이로 떨어진 패배자다. 그 패배에 좌절하지 않고 악당들에게 패기 있는 가사로 반격했다.

(※마미손은 래퍼 경연 프로그램 탈락 직후 유튜브로 공개한 소년점프 뮤직비디오에 좌절하지 않고 도약하겠다는 선언적 의지를 담았다.)

그 점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도, 회사원도, 그외 많은 분야에 있는 사람들도 마미손을 자신의 이야기로 재해석해 패러디했다. 마미손이 존재하는 본질적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나는 그 패러디들을 즐기고 있다.

래퍼 마미손은 이 작업실에서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래퍼 마미손은 최근 동명의 고무장갑 업체와 상생의 제휴를 맺었다. 래퍼는 업체의 상표권을, 업체는 래퍼의 초상권을 얻어 ‘윈윈(win-win)’했다. 그의 계획대로 되고 있다.

-소년점프의 인기에서 힘이 넘치는 목소리로 피처링한 가수 배기성씨, 카메오로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슬리피·딘딘, 가사에 이름이 나열된 악당들에게도 지분이 있지 않겠는가.

소년점프는 청소년 만화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됐다. 이 곡을 쓸 때 배기성 선배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다른 분들을 생각할 수가 없었다. 연락을 드렸더니 너무 흔쾌하게 수락해 주셨다. 배기성 선배가 이 곡에서 엄청난 역할을 했다. 개인적으로 친분 있는 슬리피‧딘딘은 그냥 이용했다. 악당들? 그들은 나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다.

-스윙스 기리 팔로 코쿤 딥 넉살 더콰 창모 이외의 악당들이 또 있을까.

악당은 너무 많다. 지금도 많지만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악당은 우선 미세먼지다. 삶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린다. 나는 산책과 자전거타기를 좋아하는데, 미세먼지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공인인증서나 액티브엑스도 악당들이다.

-소년점프 가사로 쓴 ‘한국 힙합 망해라’. 진심인가.

그때는 진심이었다.

-소년점프의 후속곡을 준비하고 있는가.

준비하고 있다. 귀띔만 하자면 여러 후보를 갖고 있다. 너무 운이 좋게도 소년점프로 많은 사랑을 받았으니 후속곡에 대한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지금은 내면의 싸움을 하고 있다. 어느 순간에 후속곡이 발매되면, 그것은 내가 가장 보여주고 싶은 결과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후속곡은 소년점프와 어떻게 다를까.

소년점프와 똑같지 않을 것이다. 같은 음악만 반복하면 재미없지 않은가. 다른 방식의 재미를 내가 느끼고, 사람들에게 느끼게 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윤종신 선배의 말 중 와 닿은 게 있다. ‘아티스트는 대중에게 읽히기 시작하면 죽는다.’ 그 말에 공감한다. 나는 뻔하지 않은 음악을 할 때 재미를 느낀다.

-지난해 12월 홍콩에서 열린 2018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AMA) 무대에서 모모랜드와 컬래버레이션 안무 중 엇박을 냈다. 합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는가.

시간은 충분했다. 어쩌다보니 틀렸다.

-모모랜드와 컬래버레이션 무대는 어땠는가.

모모랜드와 한 무대에 오를 기회를 얻어 감사했다. 하지만 왠지 마미손이 앞세워지고 모모랜드가 뒤에 선 느낌으로 무대가 구성됐다. 모모랜드는 마미손의 뒤에 있을 이유가 전혀 없는 그룹이다. 무대를 준비한 이틀간 감사한 마음만 들었다.

래퍼 마미손은 “모바일 FPS 배틀그라운드 첫 판에서 1위를 했다”고 자랑한 기자에게 “그것은 (초보자 연습용) 컴퓨터와 대결한 것”이라고 말해줬다.

-컬래버레이션 계획이 또 있는가.

‘마미손과 친구들’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을 찾았다.

-마미손과 친구들은 몇 명으로 구성됐는가.

6명이다. 구성원 면면의 이력은 아직 비밀이다.

-하루에 복면을 쓰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가.

복면을 벗지 않는다. 복면은 피부와 같다.

-복면을 쓴 채로 거리를 활보할 때 마미손을 정확히 알아보는 사람이 있는가.

나를 거리에서 만나도 가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인기를 실감할 만한 상황이 거리에서 생각만큼 자주 벌어지지는 않았다.

-프로레슬링에서 복면을 쓰는 선수가 가끔 대역이라는 의심을 받는다. 마미손은 대역을 쓴 적이 있는가.

절대로 없다.

-대역을 쓸 생각도 해보지 않았는가.

그렇다.

-마미손 복면이 문화현상처럼 번졌다. 따라하는 사람들을 유튜브와 SNS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사칭 제보는 없었는가.

마미손을 이용해 놀고 즐길 수 있다면 감사한 일이다. 그것은 내가 추구하는 바다. 나도 그들의 유튜브 영상을 재미있게 감상하고 있다. 마미손이라고 사람들을 속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만 않으면 된다.

-‘진짜 마미손’의 활동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만 공개되는가.

현재로선 그렇다. SNS 플랫폼 안에서 노는 것을 나도 즐긴다. 사람들도 그렇지 않은가. 그 안에서 노는 게 편하고 자연스럽다.

-왜 유튜브인가.

가장 개방적인 플랫폼이다. 누구나 뮤직비디오를 퍼갈 수 있다. 공유가 원활하지 않은가. 기존과 다른 실험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유튜브에 힘을 몰아넣었다. 지금 생각하면 좋은 선택이었다. 꼭 뮤직비디오 조회수가 많아서만은 아니다. 댓글을 보면 즐겁다. 댓글에서 얻은 아이디어도 있다. 모바일 메신저의 마미손 이모티콘은 댓글 제안으로 제작됐다. 앞으로도 유튜브를 활동무대로 삼을 것이다.

래퍼 마미손이 10일 작업실 앞에서 웃음을 짓고 있다.

-복면에 귀가 가려져 공연에 방해된 적은 없는가. 복면의 모양이나 색상을 변형할 계획은 없는가.

복면이 공연에 방해될 때도 있다. 무대에서 스스로 모니터링할 수 없어 박자를 놓칠 위험이 있다. 변형할 생각도 해봤다. 솔직히 MAMA 무대에 변형한 복면을 쓸 생각도 해봤지만 결국 원래의 것을 쓰고 나갔다. 다가올 여름에 새로운 복면을 쓸 수도 있다. 폭염에 복면 쓰고 불구덩이에 들어가면 정말 고통스럽다.

-변형될 복면도 분홍색인가.

그렇다.

-왜 복면인가.

마미손의 복면은 현상에 대한 은유다. 사회에 대한, 구조에 대한, 우리 모두에 대한 은유 말이다. 언젠가 선보일 곡으로 그 은유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설명할 날이 올 것이다.

-마미손은 이제 2년차 래퍼다.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는가.

철들지 말자. 이것뿐이다.

글·사진=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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