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뉴스] 개가 옷을 찢었는데 “여자 좋아해 그렇다”며 배상 않는 견주

국민일보

[사연뉴스] 개가 옷을 찢었는데 “여자 좋아해 그렇다”며 배상 않는 견주

입력 2019-01-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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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견카페에 상주하는 대형견에게 물려 옷이 찢어졌지만 배상은 커녕 변변한 사과 한 마디 듣지 못했다는 A씨. 카페 매니저는 오히려 “소송을 걸라”는 답을 내놨다고 하는데요. 어떤 사연일까요.

지난 6일 저녁 A씨는 서울 압구정동에 위치한 한 애견카페를 찾았습니다. 강아지를 좋아한다는 A씨는 개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생각에 들떠있었지만 기대는 곧 산산조각 나고 말았습니다. 카페 꼭대기에 위치한 테라스에서 대형견 리트리버를 맞닥뜨린 순간부터 말입니다.

A씨에 따르면 테라스 앞에는 ‘대형견이 있으니 옷을 조심하라’는 안내 문구가 쓰여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용객 대다수는 자유롭게 그곳을 드나들었습니다. 정말로 옷을 물어뜯을 정도로 난폭한 개를 방치해뒀을 리 만무하다고 생각한 거죠. A씨는 일단 카페 내부에 앉아 테라스 쪽을 한참 쳐다보았습니다. 사람들이 꽤 오래 머무르다 나오기에 겉옷을 벗고 테라스로 나갈 채비를 했습니다.

A씨가 테라스에 입장하자마자 누워있던 대형견이 갑자기 A씨에게 달려들더니 카디건을 물었습니다. 떼어내려고 했지만 힘에 부쳤습니다. 주변에 안전요원은 없었습니다. A씨는 덩치가 큰 개에게 물려 이곳저곳을 끌려 다녔습니다. 옷이 찢어지고 나서야 카페 직원이 테라스로 올라와 개를 떼어놓았습니다.

A씨는 반려견을 기르는 애견인이었지만 당시 공포는 상상할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카페를 총괄하는 매니저는 “안 그래도 개가 너무 날뛰어 강형욱 훈련사의 동영상을 보고 있다”며 “개가 여자를 좋아해서 그런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잘 훈련시키겠다”고 덧붙였다고 하죠. 매니저는 문제의 개가 옷을 물어뜯는 습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 했습니다. 문제의 카페 이용 후기를 살펴보니 ‘큰 개에게 물릴 뻔 했다’는 식의 게시물이 적지 않았습니다.


옷값 배상과 관련해서는 추후 연락을 받기로 하고 A씨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날 저녁 매니저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옷값을 배상해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매니저는 “나한테는 권한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합니다. 권한이 있는 사람을 연결해달라고 하면 전화를 끊고 “소송을 걸려면 걸어라” 같은 말을 했다고 하고요. 한 카페 직원에게 배상 관련 결정권자 번호라도 알려달라고 하자 “글쎄요~ 직접 찾아보세요~”라고 답변하기도 했다는데요.

그는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에 카페 공식 소셜미디어(SNS)에 항의했습니다. 하지만 카페 측은 어떠한 답변도 내놓지 않은 채 조용히 댓글을 삭제했고 A씨를 차단해버렸다고 합니다.

A씨가 카페 본사 측에 항의메일을 보내니 “초동 대처와 사전 안내에 대한 부족한 점은 개선하겠다”면서도 “대형견의 공간은 별도로 분리하고 주의 문구를 부착했다”고 해명했다고 합니다. 이어 “매니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안다”며 배상은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습니다. 매니저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내가 사건에 대해 설명할 의무는 없다. 본사 연락처 역시 알려줄 수 없다”며 어떠한 답변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A씨는 “그날 개에게 끌려다니느라 고열과 근육통에 시달려야만 했다”며 “큰 개가 지나가는 것만 봐도 심장이 쿵쾅거린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이용후기에 개가 사납다는 글이 상당수 있었지만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훈련시키지 않은 개를 카페에 상주시킨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요원 없이 태만하게 운영한 점, 사건이 발생한 후 ‘나몰라라’ 식으로 대처한 점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카페 측의 주장처럼 주의 문구만 부착하면 책임은 면제되는 걸까요. 법률 전문가들은 “개가 피해를 입혔다면 점유자가 손해배상을 해야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경범죄처벌법 제1조 32항에 따르면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버릇이 있는 개 등을 함부로 풀어놓거나 제대로 살피지 않은 사람은 처벌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아울러 민법 제759조 1항에는 동물의 점유자는 그 동물이 타인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적혀있습니다.

[사연뉴스]는 국민일보 기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접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는 코너입니다. 살아 있는 이야기는 한 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더 풍성하게 살이 붙고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반전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연의 흐름도 추적해 [사연뉴스 그후]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연뉴스]는 여러분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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