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뉴스] ‘저는 지잡대 예비 19학번입니다’

국민일보

[사연뉴스] ‘저는 지잡대 예비 19학번입니다’

입력 2019-01-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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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지잡대. ‘지방에 있는 잡스러운 대학’의 준말로, 2000년대 중반부터 온라인상에서 통용돼 오던 비하 표현입니다. 지잡, 잡대 등의 유사어도 있죠. 서열이 낮은 대학을 낮잡아 부르는 이 단어가 지난 12일 모 페이스북 페이지 댓글창을 가득 채웠습니다. 어떤 사연일까요?

지난 12일, 세종특별시 소재 모 대학 학과 ‘똥군기’에 대한 폭로가 한 페이스북 페이지에 제보됐습니다. 최초 제보자 A씨는 ‘오전 7시40분까지 전 학년 등교 안하면 운동장 뺑뺑이’ ‘CC(캠퍼스 커플)하다 들키면 장학금 전액 반환과 F학점 처분된다는 각서 작성’ ‘졸업한 선배 공연에 버스 대절해 동원’ 등의 이른바 학과 내 ‘똥군기’를 폭로했습니다.

A씨의 제보 이후 제보를 뒷받침하는 추가 제보가 이어졌습니다. 또 다른 제보자는 ‘CC 금지 및 장학금 환수각서’라는 이름의 문서 사진을 게재하기도 했죠. 폭로 내용이 일부 언론에 의해 보도되자 학교 당국은 서둘러 진상 파악에 나섰습니다.

그 사이 불똥은 같은 학교 다른 학과 학생들에게 튀었습니다. A씨의 폭로 글에 ‘지잡대 올스타전 찍냐’ ‘개X신 지잡대 클라스’ 등 학교 전체를 폄하하는 댓글 수십 개가 달렸기 때문입니다. 결국 최초 폭로 닷새 뒤인 17일, 해당 학교 예비 신입생이라는 학생의 호소문이 SNS에 게재됐습니다.

“이 학교에 제 꿈과 목표가 있었기에, ‘합격’이라는 문구를 보고 기뻐서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그러나 사건이 터진 후 가장 마음이 아팠던 건 꿈을 위해 입학한 우리 학교가 ‘지잡대’라고 폄훼될 때 였습니다”

오늘날은 ‘대학 탈서열화 시대’라고들 말합니다. 명문대생들만 성공하던 시대는 끝났다면서요. 그럼에도 현재 방영 중인 JTBC 드라마 ‘SKY 캐슬’의 인기를 보면 한국의 교육열은 현재진행형인 듯 합니다. 언제나처럼 ‘SKY 캐슬’에 입성한 학생에겐 찬사가, ‘지잡대’ 학생에겐 모멸과 멸시, 비난이 따릅니다. 그들에게도 꿈이 있는지, 그 꿈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는 고려 대상이 아니죠.

건전한 비판은 세상을 바꿉니다. 이번 ‘똥군기’ 폭로 사건에 쏟아진 네티즌의 비판들도 그러할 겁니다. 그러나 해당 학교 전체를 지잡대로 매도하며 조롱하는 ‘비난’은, 학교에 재학 중인 다른 학생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 외에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요? 여러분의 의견이 궁금해집니다.

박선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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