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미투 1년, 피해자는 누구보다 행복해져야 합니다”(영상)

국민일보

서지현 “미투 1년, 피해자는 누구보다 행복해져야 합니다”(영상)

“정의 위해 모든 것 불살라야 하는 비정상적 문화 끝나야”

입력 2019-01-29 11:36 수정 2019-01-29 17:55
뉴시스

지난 한 해 미투 운동이 들불처럼 번졌다. 그 중심에 서지현 수원지방검찰청 검사가 있었다. 그가 성폭력 피해 사실을 폭로한 지 딱 1년 지났다. 서 검사는 29일 국회에서 “미투 운동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라는 의미다. 정의를 위해 모든 것을 불살라야 하는 비정상적인 문화는 끝나야 한다. 피해자를 틀어막은 공동체와는 이제 작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미투 운동 1년을 맞아 서 검사를 초청해 좌담회를 열었다. ‘미투 1년, 지금까지의 변화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주제로 개최된 이날 좌담회에는 서 검사를 비롯해 연극계 성추행을 고발한 연극배우 송원씨, ‘스쿨미투’ 집회를 기획한 양지혜씨, 최근 체육계의 폭력·성폭력 근절을 외치고 있는 젊은빙상인연대의 여준형 대표 등이 자리했다.

서 검사는 정확히 1년 전인 지난해 1월 29일 검찰 내부통신망에 성폭력 피해 사실을 처음 알렸다. 이후 문화·예술계, 정치권 등 각계에서 피해 사실 고백이 잇따라 터졌다.

이날 서 검사는 “성추행이 있고 8년 3개월이 지났다. 인사 보복 관련해서는 3년 5개월 만에 1심에서 유죄 선고가 났다. 진실을 밝히는 것은 멀고 험하고 생명에 위협까지 받았지만 검사로서, 피해자로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느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개인적으로 바라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검찰은 정의로워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말했을 뿐”이라며 “피해자는 보호받아야 하고 가해자는 처벌받아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말했다. 내가 법조인 길을 평생 못 걷게 될지라도, 평생 집 밖으로 나가지 못 할지라도 후배들이 더 이상 이런 일을 겪지 않으면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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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공익제보자 입장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했다. 실제로 성폭력 피해자 일부가 괴로움에 몸부림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도 했다. 서 검사는 그 고통의 원인을 세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먼저 조직적인 은폐다. 서 검사는 “검찰 역시 피해 사실에 대한 진실 확인보다 조직 보호를 내세워 (성폭력 사건을) 은폐했다. 피해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진실을 밝히는 일이다. 가장 정의로워야 할 검찰이 (은폐했다는 사실이) 견딜 수 없이 힘들었다”고 전했다.

그다음은 2차 가해다. 그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 검사는 “그런(성폭력 피해) 글을 올리고 얘기할 때 정치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생각했던 대로 2차 가해가 이뤄졌다. 음모론부터 인간 관계나 업무 능력까지. 나는 아무 부끄러움이 없다”고 강조했다 .

셋째는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사회와 이를 악용한 언론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회는 가해자에게는 지나치게 관대하지만 피해자에게는 죽을 것 같은 고통을 강요한다고 씁쓸해했다. 서 검사는 “피해자는 누구보다 행복해져야 한다. 가해자야말로 범죄자다움을 장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를 보호하고,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 해결책을 발견해야하지만 거기에는 관심이 없이 피해자를 성적 대상화하며 소비했다. 사생활 침해에도 앞장섰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2차 피해나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현상에 언론의 책임이 큰 것이 사실이다. 부디 언론 보도를 할 때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 그리고 근본적인 원인에 관심을 갖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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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검사는 마지막으로 “성폭력 피해자가 피해로 고통을 받았을까 아니면 가해자를 두둔하고 피해자를 비난한 공동체에 의해 고통을 받으며 죽어갔을까”라고 물으며 “진실을 들여보기 전에 꽃뱀이나 창녀라고 부르며 손가락질한 공동체 때문”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성폭력 범죄)는 결코 개인에 의해 일어난 범죄가 아니라 약자에 대한 홀로코스트라고 생각한다. 미투 운동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라는 의미다. 정의를 위해 모든 것을 불살라야 하는 비정상적인 문화는 끝나야 한다. 피해자를 틀어막은 공동체와는 이제 작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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