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인가 통닭인가’ 그 레시피… 소상공인들과 공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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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비인가 통닭인가’ 그 레시피… 소상공인들과 공유하겠다

남문통닭, 영화사 레시피의 업그레이드 버전… 골목상권 살리는데 도움될 것

입력 2019-02-10 23:49 수정 2019-02-1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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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극한직업' 스틸.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요즘 떠오르는 유행어다. 영화 ‘극한직업' 속 류승룡의 대사다.
영화 극한직업이 개봉 18일 만인 10일 누적 관객수 1281만명을 넘어서면서 ‘갈비인가 통닭인가’의 실제 메뉴를 팔고 있는 수원 남문통닭집도 한마디로 떴다.

1200만 관객을 돌파한 이날도 남문통닭 김경재(44) 사장은 저녁 장사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 잠깐의 짬을 내 기자와 통화했다.
요즘 장사가 잘돼 좋겠다는 기자의 질문에 “사실 치킨 사업을 접으려고 했다”는 말로 과거를 떠올렸다.

2017년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통닭거리에 남문통닭집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김 사장은 요즘 말로 ‘아싸’였다. 아싸란 아웃사이더에서 나온 말로 무리에 잘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을 뜻한다.
오리지널 통닭으로 유명한 이 거리에서 차별화된 신메뉴를 내놓다 보니 외면받기 일쑤였다. 영화 속 그 메뉴인 수원왕갈비통닭도 2년 전 김 사장이 선보인 신메뉴 중 하나였다. 반응은 썩 좋지 않았다. 노릇하게 튀겨낸 오리지널 통닭이나 식욕을 자극하는 양념 통닭과 달리 간장을 베이스로 한 거무튀튀한 통닭은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지 못했다. 결국 두 달 만에 사라졌다.
김 사장도 “실패작”이라고 평가했다.

그랬던 실패작은 2년 만에 영화 덕에 부활했고 대박을 쳤다. 영화 속 치킨 맛을 궁금해하던 사람들은 실제 메뉴가 존재한다는 소문을 듣고 매장을 찾았다.
김 사장은 “영화 속에서 같은 이름의 메뉴가 나와 개봉 이틀 만에 다시 메뉴로 내놨다”면서 “달달함만 있었던 레시피에 파를 넣고 매콤한 맛을 가미하면서 손님들의 구미를 유혹했다”고 말했다.

수원왕갈비통닭을 맛보기 위해 남문통닭을 찾은 사람들. 남문통닭 제공.

손님이 몰리면서 소스양에 맞춰 하루 100마리만 팔기로 했다. 그럼에도 수원왕갈비통닭의 인기는 예상치 못한 순기능을 만들었다. 일단 남문통닭에서 시도한 신메뉴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다. 수원왕갈비통닭을 모닝빵에 넣어 햄버거처럼 즐기는 이색적인 풍경도 연출했다.
김 사장은 “수원왕갈비통닭을 못 먹는 사람들이 ‘반반반’ 메뉴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어느 매장에나 있는 양념 반, 프라이드 반 메뉴와 달리 이 메뉴는 양념과 프라이드, 닭강정 3개를 섞은 것”이라고 했다.

남문통닭만 잘 된 게 아니었다. 현지인은 물론 외지인까지 통닭거리를 찾으면서 인근 매장에도 손님이 몰렸다.
“치맥은 겨울이 비수기입니다. 이렇게 장사가 잘 되는 건 영화의 힘이 맞아요. 저희뿐만 아니라 주변 매장에도 손님들이 많이 늘었대요.”

김 사장의 남은 과제는 영화 때문에 성공했다는 편견을 깨는 것이다. 영화를 통해 맛 검증을 받았으니 창업을 꿈꾸는 소상공인들과 레시피를 공유하며 함께 잘 사는 방법을 고민하고 싶다는 것이다.

영화 '극한직업' 수원왕갈비통닭 레시피. CJ ENM 무비 제공.

그는 “최근 영화사가 공개한 레시피와 우리 매장의 레시피는 다르다”면서 “수원의 대표 음식인 갈비집 사장님들의 조언을 받아가며 만든 레시피라 들어가는 재료가 훨씬 더 많다”고 했다. 김 사장이 전해준 레시피 꿀팁은 배즙 사과즙 키위즙 등 과일즙이 들어갔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과일즙까지만 공개하겠다. 나머지는 비밀”이라며 “가장 좋은 레시피는 매장에 와서 직접 드시는 것”이라고 말하며 웃음을 지었다.
대신 창업을 꿈꾸거나 장사가 안되는 치킨집 소상공인들에게 자신의 메뉴를 공유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배우고 싶다면 제대로 알려 드리고 싶다”면서 “창업을 꿈꾸는 분들이나 소상공인들과 골목상권을 살리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영화 때문에 잘 됐지만 그동안 신메뉴를 만들면서 준비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니 기회가 왔다는 걸 소상공인분들에게도 꼭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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