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록 우울한데 웃는 나, 혹시 ‘가면형 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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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록 우울한데 웃는 나, 혹시 ‘가면형 우울증’?

10대 짜증·중년 과음· 노년의 기억력 저하...연령대별 우울증 증상 달라

입력 2019-02-1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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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취업을 준비해온 주모(27)씨. 남들 앞에서는 애써 웃음을 보이지만 뒤돌아서면 절망감이 엄습해온다. 평생을 일한 직장에서 명예퇴직 권고를 받은 김모(57)씨는 요즘 들어 소화가 잘 안된다. 주변인들에게 힘든 내색을 하지는 않지만, 하루하루를 절망 속에서 보내고 있다.

주씨와 김씨의 경우에는 ‘가면형 우울증’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가면형 우울증 환자들은 자신의 감정을 느끼거나 표현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들은 우울 장애가 발생했을 때 우울한 감정을 느끼는 대신 의욕 저하‧후회‧자책감 등 정신적 위축감을 경험하거나 소화불량‧두통‧불면증‧만성피로 등 우울감과는 무관한 듯 보이는 신체적 증상을 겪는다. 우울한 감정 등은 무의식적으로 억압되고 다른 증상이 두드러지는 것이다. 실제로는 우울증이지만 가면을 쓴 것처럼 다른 증상에 가려져 우울증으로 보이지 않는 게 가면형 우울증의 특징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가면형 우울증은 가족들은 물론이고 환자 본인조차 자신의 질병을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갑자기 불면증이나 두통을 호소하거나 폭음을 하는 등 이상 증세를 보이면 가면형 우울증일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이를 일시적 증상으로 여기고 가볍게 넘기거나 무시한다. 가면형 우울증 환자들은 가면을 벗고 우울증을 제대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면형 우울증은 나이대 별로 다른 특성을 보인다. 청소년의 경우 우울한 기분 대신 짜증과 반항이 늘어난다. 특히 아침에 짜증이 더 심한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청소년들은 자신감이 저하된 경우가 많아 밖에서는 짜증을 표현하기 힘들다. 짜증이나 화가 늘면 말이나 행동 조절이 어려워질 수 있고 심하면 등교 거부, 약물남용, 비행, 폭력 등의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중년의 경우 명예퇴직, 사회적 압박감, 낮은 성취감, 인생에 대한 회의감 등으로 우울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중년 남성은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률이 여성보다 2배 이상 높다. 그러나 자존심 때문에 치료받을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가면형 우울증을 앓는 중년의 경우 술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노인의 경우 불면, 불안 증세가 생기고 집중력과 기억력 저하 등 치매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다음 8가지 중 4가지 이상의 증상이 있다면 우울증 진단이 내려진다. 불면증, 흥미의 결여, 죄책감, 무력감, 집중력 감퇴, 식욕부진, 정신‧신체적 불안감, 자살시도 등이다. 이에 해당된다면 병원을 찾아 전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가족이나 친구의 도움도 필요하다. 환자의 어려움을 충분히 들어주고 이해하며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되 섣부른 충고는 삼가야 한다.

바로세움병원 신경과 김효정 원장은 “우울증은 부끄러워하거나 고민할 병이 아니다”며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해 심한 성격장애나 자살로 이어지는 비극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문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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