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영화 아닌 ‘극한직업’이 흥행한 이유… 새로 쓰는 한국영화 흥행공식

국민일보

대작영화 아닌 ‘극한직업’이 흥행한 이유… 새로 쓰는 한국영화 흥행공식

입력 2019-02-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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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설 연휴에 개봉한 ‘극한직업’이 최근 크게 흥행하고 있다. 관객수 1300만명을 훌쩍 넘기며 역대 한국영화 관객순위 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톱 배우나 인기 장르에 기대지 않았다는 점에서 ‘극한직업’의 흥행은 역대 천만 영화들과는 다른 면을 보인다.

‘극한직업’을 비롯해 예상치 못하게 흥행한 영화들은 새로운 내용과 설정으로 무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깜짝 흥행에 성공한 ‘범죄도시’(2018)는 제작비가 50억원대에 불과했다. 흥행에 성공하기 어려운 요소의 조합의 영화였지만 걸출한 캐릭터와 유행어를 남기며 흥행에 성공했다.

그동안 한국 상업영화들은 비슷비슷하다는 비판에 처해 있었다. 배우, 장르, 설정 등 흥행이 보장된 특정한 요소들을 재생산하며 영화들이 획일화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추석 연휴에 나란히 개봉한 ‘안시성’(감독 김광식) ‘명당’(감독 박희곤) ‘물괴’(감독 허종호) ‘협상’(감독 이종석) 4편의 영화는 100원대 이상의 제작비를 쓰며 기대감을 모았다. 그러나 막상 이들 이른바 ‘빅4’ 영화들은 ‘새로울 것이 없다’는 비판에 처하며 낮은 흥행 성적표를 받았다.

이번 기획에서는 한국 상업영화에서 흔하게 보이는 요소들을 조합해서 직접 가상의 영화 시나리오를 제작해봤다. ‘돌려돌려 돌림판’, 다트 등 소품을 활용해 키워드들을 랜덤으로 뽑아 가상의 시나리오로 조합해봤다.


- 가장 최근에 본 한국 영화는 무엇인가요?
“작년 5월에 고봉수 감독의 ‘튼튼이의 모험’을 봤다.”
“나는 마지막 한국 영화가 뭐였지? 아, ‘신과 함께’(감독 김용화)를 봤다.”
“천만 명 중의 한 명이었네.”

- 작년 추석 연휴에 개봉한 '빅4' 영화 봤나요?
(당시 100억원 이상의 제작비를 들였던 ‘안시성’(감독 김광식) ‘명당’(감독 박희곤) ‘물괴’(감독 허종호) ‘협상’(감독 이종석) 4편의 영화는 지난해 추석 연휴 비슷한 시기에 개봉해 이른바 ‘빅4’ 영화로 불렸다.)


“저는 다 안 봤다.”
“제가 생각했을 때 정말 그 시기에 볼 영화가 없었던 것 같다. ‘빅4’라고 하면서 홍보를 했는데 내가 영화 찍어서 걸고 싶을 정도로”

- 한국 영화를 안 보는 이유는 뭔가요?
“‘또경영’ ‘또우진’(최근 한국 영화에 자주 출연하는 배우들이 ‘영화를 볼 때마다 또 나왔다’는 의미로 부르는 말)이라고 부르듯이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같은 느낌? 이 영화배우들의 캐릭터가 있는데 이 캐릭터를 그냥 시나리오에 끼워 맞춘 거다. 똑같은 배우들이 시대랑 상황만 다르게 해서 똑같은 연기를 반복하는 느낌이다.”
“근데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지 않나.”
“이렇게 투자를 해서 (손익분기점을) 넘겨도 얼마 안 남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치킨런 게임’이지.”


“영화 제작하는 데 100억, 200억 들어가는 거 아냐.” (지난해 개봉한 ‘빅4’ 영화 중 '안시성'은 215억원, ‘명당’은 120억원, ‘협상’은 115억원을 제작비로 썼다.)
“이 4개 (영화)는 지금까지 답습해왔던 걸 (계속하는 데 그쳤다.)”
“(스토리도 비슷비슷하다. 한국 영화를 볼 때) 이 영화가 계속 나한테 귀에 대고 ‘울어라’ ‘울어야 돼’ ‘울어’라고(말하는 느낌이 든다).”
“한국영화가 약간 ‘선즙필승’(우는 코드는 반드시 이긴다)이 있다. 즙을 먼저 짜게 되면 그건 성공하는 경향이 있다.”


- 한국 영화가 비슷비슷해진 이유?
“제일 큰 게 배우 중심 문화라고 생각한다. 배우 중심 문화. 배우가 캐스팅이 안 되면 투자가 안 된다고 한다. 그게 제일 문제다.”
“투자자가 ‘될 만한’ 영화로 만들려는 것 같다. 누가 생각하더라도 흥행할 것 같은 요소를 다 집어넣는다.”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대기업이 배급하는 영화라야 보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3대 배급사인) CJ, 롯데, NEW.”
“사람들한테 영화관에 가서 이 세 개 로고가 안 뜨는 영화를 꼽아보라 하면 (없을 것).”


“멜로드라마가 양산될 때 2000년대 초반, 90년대 후반에는 멜로드라마를 싸게 찍고 내보내면 영화를 무조건 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그리고 공포영화. 시즌에 맞춘 기획 영화들. 근데 그 기획 영화의 장르가 액션, 복수극으로 바뀌었다. 공포영화가 2000년대 초반에 미친 듯이 잘 나갔다가 지금 사장됐듯이 물론 이 장르도 사장될 것 같다.”
“시즌의 어떤 특성을 노리기 때문에 누가 봐도 안 될 거 같은 영화가 나온다?”
“지난해 말 나왔던 액션영화 ‘언니’(2018)는 사실 ‘테이큰’(2008)과 크게 다른 게 없었다.”
“(이시영이) 원피스를 입고 망치를 휘두르는. 그걸 보느니 ‘테이큰’을 다시 한 번 보는 게 (낫다).”
“차라리 리암 니슨이 원피스를 입고 싸우면 난 그게 훨씬 재밌다. 그건 볼 것 같다.”


■ ‘천만 영화’ 시나리오 만들기 1단계 : 배우 뽑기
- 유해진
“약간 나쁘다. 원톱으로 조금 힘들 수 있다.”
“투톱?”
- 김의성
“이건 <완벽한 타인 2> 말고는 없다.”
“주연급을 좀 넣어주시지. 주연급이시지만...(급 수습)”
- 송강호
“이건 됩니다.”
“바로 50억 들어오죠.”


“이렇게 3명이 영화에 들어왔다고 하면 포스터는 30초 만에 제작된다. 송강호는 중앙에 얼굴이 크게 들어와야 돼. 인상을 쓰고 있다. 여기에 유해진, 김의성이 양 옆에 들어온다.”
“솔직히 캐릭터도 난 벌써 나왔어. 송강호는 메인이고 주연이지. 유해진은 감초역할 플러스 송강호의 조력자.(급 수정) 김의성님은 보나마나 악역이지.”
“머리 쓰는 악역이지.”
“포스터에서도 송강호가 멋있는 표정을 짓고 쳐다봐. 유해진은 약간 웃긴 표정. 김의성은 정면도 아니야, 반쯤 돌아서 뒤에서 쳐다보는.”

■ ‘천만 영화’ 시나리오 만들기 2단계 : 직업 뽑기
- 김의성 : 조폭
“이거 좀 새롭다.”
“‘더킹’(2017)에서 조폭으로 나오잖아.”
- 유해진 : 검사
“어디서 많이 본 영화 느낌 난다 벌써.”
“조폭, 검사면 뭐 350만 (관객)이지 일단.”
- 송강호 : 북한간첩
“어렵다. 갑자기 분위기가 북한간첩이라고?”
“송강호, 유해진, 김의성. 150만에 70만에 60만 (관객이) 붙는다. 280만에 북한간첩에 검사, 조폭이라는 설정까지 하면 200만이다.”


■ ‘천만 영화’ 시나리오 만들기 3단계 : 시대배경 뽑기
- 1970년대
“사실 1970년대 배경으로 해서 성공한 영화가 많이 없다.”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건 ‘범죄와의 전쟁’(2012)”
“70년대는 ‘국제시장’(2014)” (‘국제시장’은 1950년대~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 ‘천만 영화’ 시나리오 만들기 4단계 : 설정 뽑기
- 청탁을 받음
- 전쟁 위기를 막아야됨
“(권력자가) 국민들을 위해야 되는데 자기 이익만 좇고 그러다 전쟁위기가 생긴다는 내용으로 가면 되겠다.”
- 팀원이 죽음
“이거는 250만 더 드는 설정이다. ‘즙’을 짤 수 있기 때문.”


■ ‘천만 영화’ 시나리오 제작해보기
“청탁을 받고, 전쟁을 막아야 되고, 팀원이 죽는 (설정이 나왔다).”
“북한 간첩이 송강호잖아. 청탁을 받는 건 검사. 권력자가 전쟁을 일으키게 해달라고 청탁을 하는 거지. 왜냐하면 우리나라가 핵을 보유하기 위해서.”
“검찰이 조폭을 잡았는데 간첩으로 만들기 위해서 뒤집어씌우는 거야. 권력자가 조폭을 간첩으로 둔갑시키라고 청탁했는데. 송강호는 무조건 휴머니즘 코드로 가야 돼. 송강호는 한국에 와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살고 싶은 간첩인 거야.”
“아 이거 어디선가 봤는데.”

- 직접 영화 시나리오 만드는 게 어땠나?
“상업영화를 만든다, 스코어를 낸다 생각을 하니까 배우 선정에 있어서도 ‘이 배우가 더 좋을 것 같다’는 나름대로 기준이 생기는 것 같다.”
“내 돈이 들어간다 생각하면 리스크가 큰 선택을 하기 되게 힘들다. 그래서 최근 한국 영화에도 비슷한 패턴들이 나온 게 아닐까?”


- 새로운 한국 영화가 나올 수 있을까?
“희망적으로 볼 것은, 영화를 소비하는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걸 답습하는 영화들을 대부분 질려한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패턴이 된 영화들이 2018년에 기대에 미치지 못한 만큼 이 패턴이 더 다양해지게 연구를 해야겠고, 제작자, 투자자, 배급사 입장에서 다양한 다변화를 통해서 조금 더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다양해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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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애 기자, 제작=홍성철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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