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성폭행 무고’로 6년 선고된 父…진범은 피해자 고모부”

국민일보

“미성년 ‘성폭행 무고’로 6년 선고된 父…진범은 피해자 고모부”

입력 2019-03-05 14:23 수정 2019-03-05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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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가해자로 몰려 징역형을 살았던 남성(왼쪽)과 피해자. 이하 KBS '제보자들'

‘미성년 장애인 성폭행’ 혐의로 복역하던 남성이 3년 만에 2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경찰과 법원이 외면한 진실을 밝혀낸 건 남성의 둘째 딸이었다. 현재 진범이 수감 생활을 하고 있지만, 가족의 상처는 여전히 크다. 이들의 사연이 4일 KBS ‘제보자들’에서 다뤄졌다.

“1층 아저씨가 그랬어요” 진실공방의 시작

성폭행범으로 몰렸던 김진구(가명)씨는 2015년 12월 사업차 내려간 전남의 한 시골 마을에서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고 있었다. 김씨는 여덟 가구가 모여 사는 작은 빌라의 1층에 묵었다. 피해자 박영희(가명)씨 가족은 이 빌라 2층에 살았다. 지적장애 2급인 박씨를 고모 부부가 돌보고 있었다.

새해가 얼마 남지 않은 날, 박씨의 고모가 김씨의 방을 거세게 두드렸다. 술에 취한 고모는 김씨에게 “당신이 내 조카를 성폭행했느냐”고 따졌다. 고모의 난동이 심해지자 김씨는 경찰을 불렀다. 당시 김씨는 피해자 박씨와 고모가 2층에 거주하는 것도 몰랐던 상태였다. 그런데 신고 며칠 뒤 김씨는 성폭행 가해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박씨 측은 “김씨가 피해자 혼자 집에 있는 틈을 타 문을 열쇠로 따고 들어왔다. 집에서 총 3차례의 성폭행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씨가 피해자를 2차례나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하기도 했다”며 “범행 후에는 꼭 돈을 줬다”고 했다.

김씨 부부와 세 딸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될 줄 알았다. 죄를 지은 적 없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징역 6년형. 가족 모두 충격에 빠졌지만 김씨는 “2심에서 절대 합의하지 마라. 합의는 인정과 같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번복된 진술, 허술한 수사

김씨의 결백을 믿었던 둘째 딸은 직접 사건을 추적하기로 결심했다. 박씨 가족의 행적을 쫓던 중 그들이 과거 살던 곳에서 벌어진 여러 성폭행 사건에 주목하게 됐다.

둘째 딸에 따르면 김씨 외에도 성폭행 가해자로 몰린 남성들이 있었다. 김씨 사건과 매우 유사했다. 남성들 모두 박씨의 이웃이었고, ‘집에 데려다 주겠다며 차에 태워 모텔로 데려갔다. 범행 후 돈을 줬다’는 피해자 진술도 일치했다. 가해자로 지목됐던 한 남성은 “범행 장소로 지목된 모텔에 가본 적도 없다. 수사 과정에서도 무혐의가 나왔다”고 말했다.

박씨 측에 의해 성폭행 가해자로 몰렸던 또 다른 남성.

박씨의 진술이 여러 번 번복된 점도 수상했다. 박씨는 김씨 차량 내부의 내비게이션 위치를 전혀 다르게 기억했다. 박씨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시기에 범행 장소로 지목된 모텔은 인테리어 공사 때문에 영업을 중단한 상태였다. 이후 피해 장소를 박씨 스스로 5번이나 다르게 말했다.

김씨의 딸은 경찰의 수사가 허술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모텔 CCTV를 확보하지 못했다. 현장에 나가 협조를 요청하는 대신 모텔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CCTV가 보관돼 있는지 물었다. 수사가 시작된 게 사건 발생 4개월 후였는데, 보관 기간이 통상 1주일인 점을 고려해 먼저 전화로 확인한 뒤 굳이 현장에 가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피해 장소로 지목된 모텔 주인.

그러나 김씨의 딸이 찾아갔을 때 모텔 주인은 “최대 4~6개월 보관한다”며 경찰에 했던 답을 바꿨다. 주인은 제작진에게 “그런 사건에 휘말리기 싫어서 그렇게 답했다. 딸이 찾아왔을 때는 사정이 너무 딱해서 사실대로 말해줬다”고 설명했다. 김씨의 딸은 “경찰이 전화만 해본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박씨의 진술이 수차례 번복된 것에 대해 경찰은 “피해자가 6세 아동의 지적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경찰은 “보통의 성인 피해자도 전체적인 진술은 일관되게 하지만 세부사항은 달라진다”며 “지적장애를 가진 피해자가 진술을 번복하는 게 오히려 정상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5번의 성폭행, 진범은…

김씨의 의심이 사실로 확인된 것은 박씨를 만난 뒤였다. 박씨는 고모의 집에서 벗어나 한 남성과 가정을 꾸리고 있었다. 김씨의 간곡한 부탁에 박씨가 꺼낸 진실은 충격적이었다. 박씨에 따르면 그는 고모의 집에서 살게 된 14세 때부터 지속적인 폭행을 당했다. 고모는 술에만 취하면 박씨를 때렸다고 한다. 성폭행 가해자도 따로 있었다. 고모부였다.

박씨는 김씨를 가해자로 지목한 것에 대해 “고모가 1층 아저씨를 지목하라고 시켰다”며 “(말을 듣지 않으면) 장애인 센터나 감옥에 보낸다고 했다”고 털어놨다. 뒤늦게 사실을 고백한 까닭은 “1층 아저씨가 너무 불쌍해서”라고 말했다.

피해자 박씨.

박씨의 진술을 종합하면 그는 고모부로부터 14세 때 처음 성폭행을 당했다. 그가 김씨에게 당했다고 말한 피해 내용은 가해자만 달랐을 뿐 모두 사실이었다. 박씨는 김씨의 2심 재판 때 법정에 나가 사실을 모두 폭로했다. 박씨의 고모부는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이날 방송에서 2심 재판 전 박씨 남편과 고모부의 통화 녹음 파일도 공개됐다. 고모부는 “영희 말이 맞다. 아내도 안다. 그래서 이혼 얘기도 나왔었다. 일을 크게 만들지 말라”라며 범행을 시인했다. 반면 박씨 고모는 “나도 피해자고, 거짓말을 강요한 적이 없다. 남편이 성폭행한 것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1월 30일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판결받았다. 그는 “내 무죄를 만든 것은 사법부가 아닌 딸이다. 사법기관에서도 인정 안 한 무죄를 아내와 딸들이 믿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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