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김밥집 주인과 미화원의 ‘검정 봉지 인연’

국민일보

[아직 살만한 세상] 김밥집 주인과 미화원의 ‘검정 봉지 인연’

입력 2019-03-09 07:00

서울 양천구의 한 환경미화원이 청소를 하던 중 현금 137만원을 발견하고 주인에게 돌려준 사연이 알려져 듣는 이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고 있습니다.

양천구 소속 환경미화원인 박철(46)씨는 지난달 26일 오후 1시20분쯤 신월동 인근 도로를 청소하던 중 검은색 비닐봉지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박씨는 누군가 쓰레기봉투를 무단투기 했을 것이라 생각하며 봉투를 집어 들었죠. 박씨는 분리수거를 하기 위해 봉투를 열어봤다가 화들짝 놀랐습니다.

봉투 안에 지폐 수십 장이 들어있었기 때문이죠. 확인해보니 총 137만원이었습니다. 주인을 어떻게 찾아줘야 할지 고민하는 순간 박씨는 봉투 안에서 신분증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박씨는 곧장 인근 지구대를 찾아가 주인을 찾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지구대에서 신분증을 조회해 찾은 현금의 주인은 인근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는 A씨였습니다. 잃어버린 돈은 김밥 재료 구매 대금이었죠. 돈을 잃어버리고 찾을 방법이 없어 난감해하던 A씨는 지구대의 연락을 받고 한걸음에 달려왔습니다.

거리청소를 하고있는 양천구 환경공무관 박철(46)씨. 양천구 제공

A씨는 박씨에게 연신 감사의 인사를 했습니다. 그는 “잃어버린 돈을 찾아줬다는 얘기를 뉴스에서만 들었는데 막상 제가 그 주인공이 되니 정말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고맙다”는 소감을 전했습니다. A씨는 박씨에게 “언제 한번 저희 가게에 오시면 맛있는 김밥을 대접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박씨는 “제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발견했어도 아마 똑같이 행동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겸손하게 말했습니다. 그는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주변에서 너무 칭찬들을 해주셔서 오히려 부끄럽다”고 전했죠.

그러나 사실 박씨의 선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박씨와 양천구 환경미화원들은 청소를 하며 발견한 고철, 폐지 등을 꾸준히 모아왔습니다. 그들은 열심히 모은 폐품들을 팔아 지난해 12월 백미 600㎏을 불우이웃을 위해 기부했습니다. 힘들게 땀 흘리며 청소를 하는 동시에 불우한 이웃을 도왔던 것이죠.

양천구는 박씨를 모범 환경공무관으로 표창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많은 이들이 박씨를 칭찬하는 것은 그의 선행이 그만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겠죠. 길에서 현금 뭉치를 발견한다면 욕심이 앞서기 마련일 겁니다. 그러나 박씨는 잃어버린 돈을 애타게 찾고 있을 주인의 마음을 이해한 듯합니다. 이처럼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사연이 자주 들려오기를 바랍니다.

강문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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