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만나기만 하면 사라지거나 죽는다?… 수상한 과외선생의 정체

국민일보

그를 만나기만 하면 사라지거나 죽는다?… 수상한 과외선생의 정체

입력 2019-03-10 10:54 수정 2019-03-13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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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딸과 아내, 그리고 수상한 과외선생이 함께 사라졌다. 그를 만나기만 하면 집을 나가거나, 숨지거나, 사라졌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9일 ‘세 자매와 사라진 과외교사-구원자인가 파괴자인가’ 편을 통해 김정욱(가명)씨의 세 딸과 아내 그리고 사라진 과외선생 함명주(가명·36)의 행적을 쫓았다.

김씨는 세 딸을 5년째 찾아다니고 있다. 집을 나갈 당시 아내도 함께였으나 돌연 사망했다. 이들은 과외교사 함씨와 함께 자취를 감췄다. 함씨는 연세대를 입학했지만 가정형편 탓에 자퇴하고, 서울 강남 유명 학원에서 강사생활을 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씨와의 악연은 교회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신흥종교 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의 아내는 해당 교회의 전도사였고, 그곳에서 함씨를 만났다. 그는 첫째 딸 입시에 도움을 주면서 환심을 샀다. 둘째 딸 역시 함씨에게 과외를 받았다. 그에게 신뢰가 쌓이던 2014년, 아내는 함씨와 며칠만 함께 지내자고 제안해왔다. 그에게 돈을 빌렸다는 이유에서다. 김씨는 반대했으나, 정해진 기일 내에 함씨의 돈을 상환하지 못해 억지 동거생활을 시작했다.

며칠이라던 동거는 길어졌다. 그 사이 함씨는 김씨를 제외한 다른 가족들과 더욱 가까워졌다. 새벽에 일어나 김밥을 싸고, 함께 영화관 나들이를 나가기도 했다. 친밀함은 도를 넘어섰다. 함씨는 김씨의 아내와 불륜 관계로 발전했다. 김씨가 이 같은 상황을 직접 목격했다. 그때부터 함씨를 집에서 내보내기 위해 아내와 언쟁을 벌이는 일이 잦아졌다. 빚을 청산할 돈이 모였는데도 아내가 함씨를 집에서 내보낼 수 없다고 막아섰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분을 이기지 못한 김씨가 아내를 폭행했고, 이 사건으로 벌금 100만원형과 접근금지명령처분을 받았다.


이후 아내와 세 딸이 사라졌다. 사건 일주일 후 집에 돌아와보니 키우던 개만 덩그러니 남겨친 채 식구들이 자취를 감췄다. 딸 두 명은 고등학생이었는데 학교도 나가지 않았다. 친구들도 행방을 모른다고 고개를 저었다. 심지어 둘째 딸은 졸업을 한 학기만 남겨둔 상태로 취업까지 된 상황이었다. 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그 무렵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김씨의 폭력성 탓에 곧 이혼할 예정이었다는 이야기였다. 소문은 세 딸과 아내가 직접 내고 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아내의 친정식구들 역시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가정폭력 탓에 긴급하게 피신한다던 이들은 집을 나가고 보름 후 SNS에 행복한 일상을 올렸다. 강원도 고성 한 펜션에서 바비큐를 먹는 단란한 모습이었다.

네 모녀는 2015년 1월부터 이곳에서 두 달가량 묵은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함씨도 함께였다. 펜션 주인은 함씨를 아내의 동생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함씨는 “매형의 가정폭력이 심해 잠시 피해있어야 한다”며 “난 방만 얻어주고 직장에 갈 것”이라고 말했지만 계속 함께 머물렀다.

그러다 아내가 돌연 사망했다. 첫째 딸 일기장 내용에 따르면 2층에 있던 엄마가 갑자기 의식을 잃었고, 함씨가 이를 발견했다. 병명은 뇌출혈. 그는 수술을 받았으나 사망했다. 김씨는 아내가 떠난 후 세 딸이 집으로 돌아올 것이라 믿었지만 오산이었다. 그때부터 채무 독촉장이 날아들었다. 가출 후 이들이 대부업체를 통해 수천만원을 빌린 것이다. 김씨가 혼란해하고 있을 당시, 또 다른 여인의 이름이 등장했다.

딸들의 행적을 쫓던 중, 김씨는 20대 여성 이지혜(가명)씨의 죽음을 접했다. 그가 묵었던 인천 한 빌라가 김씨 첫째 딸 이름으로 계약돼 있었다. 이씨는 이 원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놀랍게도 그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함씨였다.


이씨는 음악을 전공하던 대학생이었다. 이씨의 가족들은 함씨를 음악을 전공한 과외선생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가까워진 건 2013년에서 2014년으로 추정된다. 이 시기 함씨는 세 자매의 과외교사였다. 가족들은 이씨가 죽던 날을 선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전혀 이상한 낌새가 없었다고 했다. 사망 당일, 이씨는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미용실에서 머리를 다듬은 후 함께 김치전을 만들어먹었다. 그로부터 4시간 후 자신의 원룸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됐다. 이후 그가 대부업체를 통해 3000만원을 빌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이씨가 술을 마신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판단했으나 어딘가 수상했다. 이씨의 이름으로 휴대전화 여러 대가 개통돼있었는데, 모두 함씨가 사용하고 있었다. 이씨가 세 자매의 도피생활을 도왔던 정황도 나왔다. 세 자매의 일기장에 이씨가 2000만원을 대출해줬다는 글도 남아 있다.


함씨는 누굴까. 그의 주민등록은 말소돼 있고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도 없다. 뚜렷한 직업도 없다. 네 모녀와 함께 강원도 펜션에 살고 있었던 당시 함씨는 렌트카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 차 명의자는 사망한 이씨였다. 함씨가 렌트카 업체에 방문했을 당시 의문의 남성과 함께 있었는데, 그도 실종신고가 돼 있었다. 그를 만나기만 하면 집을 나가거나, 숨지거나, 사라졌다.

딸들은 어디에 있을까. 김씨가 이씨의 죽음을 알게 된 후 딸들에게 “조심하라”며 신신당부하고 나서부터 세 자매는 연락을 끊었다. 가출 후 돈을 달라며 간간히 연락을 해왔지만 이마저도 사라진 것이다. 이들은 김씨를 피해 다른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달라”는 연락을 종종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빌린 돈 모두 함씨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딸 명의의 통장에서 함씨의 흔적이 발견됐다. 대부업체 등으로부터 빌린 돈은 대부분 A무역회사로 입금됐다.

김씨는 미성년자인 셋째 딸이라도 구하고자 함씨를 미성년자 유인으로 고소했으나 자매들이 피해 사실을 부인해 각하됐다. 경찰은 “세 자매는 안전하게 있다. 아버지의 지속적인 폭력 때문에 어느 누구와도 만나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를 했다”며 “잘 걷고 이야기는 잘 했다. 정신상태까지는 모르겠다. 목발 안 짚고 휠체어 안 끌고 본인이 걸었다”고 설명했다.

첫째 딸은 “우리가 아무 이유없이 아빠를 안 만나는게 아니다”라며 “많이 맞고 살았다. 아빠가 기분파에 다혈질이다. 그래서 많이 맞았다. 매로도 맞고 손찌검도 당하고. 특히 둘째가 많이 당했다. 자기 기분이 안 좋으면 손부터 나가고 화를 주체 못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씨는 훈육 이상의 체벌이나 폭력은 결코 없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가정 폭력이 잦았던 집안은 아닌 것으로 봤다. 아동폭력 상담전문가는 “(아버지와 딸들 간의) 메시지 대화를 보면 평범하면서도 상당히 친밀감·신뢰감이 느껴진다”며 “구체적인 행선지를 밝히는 등 이런 감정을 나누는 부녀지간의 대화는 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아버지와 딸들의 통화 녹취록을 분석한 후 “아빠에 대한 거부 반응이나 두려움이 없다”며 “아빠를 물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딸들이 함씨에게 보이는 태도다. 심리 전문가는 “이상해보이는 함씨의 행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태도를 취한다”며 “함씨와 아버지가 순교자와 박해자의 구도”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누군가의 생각이나 사상을 그대로 가져와서 내면화시켰거나 누군가가 이야기하는 대로 시나리오를 받아서 그대로 연기하는 것일 수 있다”고 봤다. 또 “종교적으로 지배를 못하면 절대 그런 행동이 안나온다”며 “신뢰가 어마어마하다. 영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식의 표현이 발견된다. 함씨는 이 자매들에게 초월적인 존재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사건에 연루된 이들은 모두 같은 신흥종교 교인이었다. 해당 교회 관계자는 “더 이상 여기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지 않은 아이들이다. 성도들 금품을 갈취하고 나간 사례가 있다”며 “함씨는 잘 모르겠다. XX교 소속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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