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극 ‘패왕별희’가 한국의 창극을 만났을 때, 창극 ‘패왕별희’

국민일보

중국 경극 ‘패왕별희’가 한국의 창극을 만났을 때, 창극 ‘패왕별희’

입력 2019-03-12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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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극 '패왕별희' 기자간담회가 열린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동대문스퀘어서울에서 연출을 맡은 우싱궈 감독과 김철호 국립극장장 등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항우 역 배우 정보권, 범증 역 배우 허종열, 작창 및 음악감독을 맡은 이자람, 국립극장장 김철호, 연출가 우싱궈, 극본과 안무를 맡은 린슈웨이, 유방 역 배우 윤석안, 여치 역 배우 이연주. 창극 패왕별희는 오는 4월 5일부터 4월 14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뉴시스


중국 경극 ‘패왕별희’가 한국의 창극으로 새롭게 탄생한다. 국립극장 국립창극단이 대만 연출가 우싱궈와 2년간 공들인 창극 ‘패왕별희’가 다음 달 5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중구 달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전통의 현대화를 위해 끊임없이 달려온 국립창극단이 새롭게 내딛는 발걸음이다.

‘패왕별희’는 한국 관객들에게 홍콩 배우 장국영 주연의 동명 영화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경극을 바탕으로 한 만큼 다른 엄연히 다른 작품이다. 제목처럼 초의 패왕 항우와 연인 우희의 이별을 담은 극으로 춘추전국시대의 초한전쟁, 초패왕 항우와 한황제 유방의 대립 등이 담겨있다. 창극은 여기에 항우가 유방을 놓쳐 패전의 원인이 된 ‘홍문연’ 장면과 항우를 배신하고 유방의 편에서 그를 위기에 빠뜨린 한신의 이야기를 추가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창극 '패왕별희' 기자간담회가 열린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동대문스퀘어서울에서 연출을 맡은 우싱궈 감독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창극 패왕별희는 오는 4월 5일부터 4월 14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뉴시스


연출은 대만당대전기극장 대표 우싱궈(66)가 맡았다. 그는 12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판소리를 깨뜨리거나 무너뜨리려고 한다는 걱정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런 것이 아니다. 판소리의 문화적 요소를 그대로 유지한 채로 판소리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우싱궈는 11살 때부터 경극을 수련하고 연기해온 배우이자 경극의 변화를 모색해온 경극 분야의 대가로 불린다. 대만당대전기극장을 통해 ‘욕망의 제국’ ‘템페스트’ ‘고도를 기다리며’ 등 경극과 서양 고전을 접목한 공연을 꾸준히 무대에 올리며 대만뿐 아니라 해외 평단과 관객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그는 이번 작품을 두고 “굉장히 큰 영광이면서도, 압박을 느낀다. 현대적인 것과 전통적인 것을 결합하는 무대이고, 현대 시대에 맞게끔 콘셉트를 잡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무척 실험적이고 창조적인 작업이었다는 뜻이다.

경극은 시각적이고, 구체적이다. 배우의 손끝 하나로 온 세상을 표현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제스처·걸음걸이·동작 하나하나가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반면 창극은 소리꾼의 창과 아니리, 국악기들의 합주로 만드는 청각 중심의 예술이라고 볼 수 있다.

우싱궈는 “판소리에는 민족 특유의 용감함과 생명력이 담겨 있고, 경극에는 손짓과 표정 등 다양한 퍼포먼스적 요소가 담겨있다. 그런 부분을 융합하는 데 있어서 많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판소리의 청각적 감동이 경극을 통해 시각적으로도 드러나길 바란다. 판소리가 모든 걸 수용할 수 있는 큰 그릇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창극 '패왕별희' 기자간담회가 열린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동대문스퀘어서울에서 작창, 음악감독 이자람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창극 패왕별희는 오는 4월 5일부터 4월 14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뉴시스


소리꾼 이자람(40)이 극의 작창과 음악 감독을 맡아 예술성을 한 단계 더 높여낸다. 일부 곡도 직접 작곡한다. 판소리 ‘적벽가’를 기본 레퍼런스로 해 대본이 주는 느낌과 인상에 따라 작창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연습과정을 보면서 무언가가 새롭게 탄생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소리와 움직임이 만날 때 시너지가 일어나더라. 음악으로 잘 서포트를 해 관객과 작품이 만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 또 “경극을 처음 봤을 때는 낯설었지만, 보다 보니 오래 갈고 닦은 아름다움과 멋이 느껴졌다. 배우들이 소리만 할 때와 달리, 동작과 소리가 만나는 지점을 몸으로 느끼고 있는데, 부러울 정도”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전통과 현대가 맞닿는 작품인 만큼, 극 전반에 흐르는 주제의식도 현재와 공명하고 있다. 항우는 결과적으로 전쟁에서 패했지만, 중국에서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 사마천도 ‘사기’를 집필할 때 항우만은 제왕 편에 수록했다. 영웅이 된 패장의 이야기는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영웅성에 대해 고민해 볼 계기를 마련한다.

쟁쟁한 출연진들이 텍스트의 깊이를 더한다. 정보권(항우 역) 김준수(우희 역) 허종열(책사 범증 역) 윤석안(유방 역) 이연주(부인 여치 역) 유태평양(책사 장량 역) 김금미(맹인 노파) 등이 출연한다. 대본과 안무를 맡은 린슈웨이는 “장국영 주연의 전설적인 작품을 깨고, 전통적 얘기를 현대화하는 방법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목표는 큰 감동을 드리는 것에 더해 항우와 우희라는 인물을 영원히 기억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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