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화의 인저리타임] 위기의 레알 ‘지단 2기’에서 변화할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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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태화의 인저리타임] 위기의 레알 ‘지단 2기’에서 변화할 점

입력 2019-03-15 12:01 수정 2019-03-1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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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네딘 지단 감독이 12일(한국시간) 레알 마드리드 복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전설이 돌아왔다.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의 지네딘 지단이 다시 지휘봉을 잡았다. 레알은 12일 산티아고 솔라리 감독과 결별하고 후임으로 지단 감독을 선택했다. 다소 어처구니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팀을 떠난 지 약 9개월 만에 돌아왔다. 박수 칠 때 멋지게 떠난 지 일 년도 채 되지 않아 ‘지단 2기’를 시작한 셈. 정확히 284일 만에 복귀다.

지단 감독에게는 그야말로 도전이자 모험이다. 팀이 안팎으로 매우 혼란스럽다. 두 개의 대회에서 탈락했다. 9년 만에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EFA) 16강전에서 탈락했고 코파 델 레이(국왕컵)에선 4강에서 무릎을 꿇었다. 프리메라리가도 11경기를 남은 시점에서 선두 바르셀로나와 승점이 12점 차다. 주장 세르히오 라모스마저 현실적인 순위를 ‘2위’로 이야기했을 만큼 사실상 우승 경쟁은 끝났다.

지단 감독은 과거 한차례 소방수로 부임해 팀을 지휘한 적이 있었다. 2015-2016 시즌 중반기 때다. 당시 지단 감독은 선수단과 불화설이 끊이질 않던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았다. 전무후무한 챔피언스리그 3연패는 그렇게 시작됐다. 부임 직후 흔들리던 라커룸을 완벽하게 장악하며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랐다.

그때와는 상황이 또 다르다. 훨씬 악화됐다. 베니테스 시절에는 라커룸 내에서의 충돌은 있었으나 선수단 개개인의 역량은 여전히 건재했다. 지금은 이탈리아 무대로 떠나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당시에도 시즌 50골 이상을 기록했고 마르셀루는 여전히 파괴적이었다. 가레스 베일 역시 부상 위험성을 끊임없이 안고 가고 있었으나 나올 때마다 제 역할을 해줬고, 이스코는 성장세를 거듭했다.

지금은 다르다. 전술적인 문제 이전에 내부적인 균열이 더욱 크다. 현재 레알의 상황을 진단하기에 앞서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실질적인 문제다. 그라운드 안이 아닌 라커룸 내에서의 붕괴. 라모스는 플로렌티노 페레즈 구단 회장과 공개 설전을 벌였고, 마르셀루는 출전시간에 불만을 품은 채 구단 수뇌부들에게 이적을 요청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팀 내 최고참이자 주장, 부주장인 이들이 이러니 전체적인 선수단 분위기가 정상적일 리 만무하다.

베일은 동료들과 마찰을 빚으며 선수단에서 겉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코는 솔라리 체제에서 자리를 잃자 공개적으로 항의하고 있다. 썩은 나무 속에서 탐스러운 과일이 열릴 리 없다. 팀 성적마저 곤두박질친 상황에서 선수단 사적인 영역에서까지 의혹과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현재 레알의 상황을 보여주는 극단적 사례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단 감독은 레알이 선택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지다. 감독 이전에 구단 레전드 출신으로 존재 자체가 존경의 대상이다. 선수들을 제어하려고 하기 이전에 스스로 존경을 받는다. 반기를 들 수 있는 선수가 나오기 어렵다. 라커룸 장악력과 다분해진 선수단 분위기 통제. 지금의 지단 감독에게 구단이 기대하는 첫 번째다.

이스코가 지난 3일(한국시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FC 바르셀로나와의 경기에서 교체 투입 직전 산티아고 솔라리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스코의 활용

지단 감독 부임을 가장 반길 만한 선수는 이스코다. 지난 솔라리 체제에서 철저하게 외면받았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프리메라리가 총 16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중 선발 출전은 단 5경기에 불과하다. 솔라리 감독은 기존의 미드필더 라인인 토니 크로스, 루카 모드리치, 카세미루를 중용하면서도 유독 이스코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오히려 21세의 유망주 페데리코 발베르데가 먼저 기회를 받는 일도 생겼다. 팀이 롤러코스터와 같은 성적을 기록하며 과도기를 겪는 상황에서 공격의 변화를 꾀할 법하지만 이스코는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이스코와 솔라리 감독의 감정 골은 돌아올 수 없을 만큼 깊어져 있었다. 지난 6일 네덜란드 아약스에 일격을 맞아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탈락할 때도 그랬다. 교체 명단조차 포함되지 않은 이스코는 경기가 끝난 뒤 구단 버스에 탑승하지 않았다. 은근하게 자신의 불만을 표출하며 항의 시위를 한 것이다. 주장 라모스는 공개적으로 그의 행동을 질타하며 선수단 분위기마저 흐트러졌다.

그간 이스코를 둘러싼 이적설은 끊이질 않았다. 특히 잉글랜드 맨체스터시티와 이탈리아 유벤투스가 그의 영입을 위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알에서 자리를 잃었다 해도 지공 상황에서 볼을 소유하고 전진하는 플레이에 매우 능한 만큼 인기는 여전했다.

그러나 솔라리 감독이 먼저 팀을 떠났다. 상황이 바뀔 여지가 생긴 것이다. 지단 감독은 챔피언스리그 3연패를 하는 과정에서 이스코를 중용해왔다. 이스코를 호날두(유벤투스)와 카림 벤제마 투톱 뒷선에 세우며 4-3-1-2 포메이션을 활용했다. 기동성을 중요시한 지단 체제 레알에서 이스코가 가지고 있는 전술적 효용도는 매우 높았다. 가레스 베일이 부상 여파로 경기력 기복을 겪는 상황에서 다시금 그러한 형태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

이스코는 중앙에서 제힘을 발휘하는 선수다. 최전방 공격수 바로 아랫선에 위치하지만, 상황이 풀리지 않을 때는 모드리치나 크로스와의 유기적인 스위칭 플레이를 통해 하프라인 아랫선까지도 내려온다. 지단은 이스코에게 공수 과정에서 유연제 역할을 해 줄 것을 주문했다. 흔히 말하는 ‘프리롤’이다. 기본적으로 레알 미드필더진들은 모두 뛰어난 공격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스코는 중거리 전환 패스 능력을 비롯해 유독 그러한 부분이 돋보였다.

지단 체제에서 마르셀루가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출중한 개인 기량에 따른 것도 있지만, 전술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스코가 전진된 위치에서 상대 수비진용을 깨뜨린 덕택이 컸다. 이스코 덕에 모드리치, 크로스가 공격적으로 나설 여지가 적었다는 얘기다.

출전에 어려움을 겪던 상황에서 옛 스승이 다시 돌아왔다. 지단이 레알의 체질 변화를 다시 꾀하는 과정에서 핵심은 이스코의 활용이다. 다만 그간 실전경기에 나선 시간이 아주 적었던 점을 생각하면 과거와 같은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가레스 베일이 지난 6일(한국시간) 아약스와의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볼을 몰고 전진하고 있다. AP뉴시스

측면 공격수에 대한 고민

지단 감독은 혁신적인 전술을 구사하진 않지만 많은 옵션을 바탕으로 한 유연한 맞춤 전술을 구사할 줄 아는 지도자다. 특히 측면 공략에 많은 힘을 싣는 스타일이다.

지단 체제에서 레알은 공간을 매우 넓게, 그리고 자유롭게 활용하는 팀이었다. 큰 폭의 방향 전환이 매우 간결했다. 양 윙백의 전진이 그렇다. 마르셀루와 다니 카르바할은 터치라인 지역을 완벽하게 지배했다. 중앙으로의 볼 투입이 뜻처럼 전개되지 않을 때면, 이들의 측면 크로스 반복도 유의미한 선택지였다. 그 어떤 수비수와의 제공권 경쟁에서도 상대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호날두의 존재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랬던 호날두가 없다. 중앙에 위치한 벤제마를 활용한 측면 공격 루트를 좀 더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레알에서 가동 가능한 측면 공격수 자원은 베일,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루카스 바스케스, 마르코 아센시오 정도다. 이 중 바스케스는 측면에서의 직선 플레이가 장기인 선수다. 지단은 이런 바스케스를 최고의 조커 카드로 활용했다. 체력적으로 지쳐가는 후반 중반, 바스케스를 투입해 지쳐 있는 우측 측면 수비수들을 휘저어놓았다.

다만 선발로 나섰을 때 상대 수비수와 일대일 경합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면 우측에서의 볼 전개 전체가 마비되며 공격 패턴이 단조로워지는 단점이 있다. 새로운 전술 트렌드를 시도하기보단 안정적인 플랜 A 운영을 고수하는 지단 감독 성격상 바스케스는 여전히 백업 요원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지단 감독이 내세울 수 있는 유력한 베스트 시스템은 벤제마와 베일이 전방에서 호흡을 맞추는 투톱과 아센시오나 이스코를 측면에 배치한 스리톱을 혼용하는 것이다. 유효한 선택지로 삼을 수 있는 비니시우스가 인대 파열을 당하며 사실상 시즌 아웃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최근 벤제마와 준수한 호흡을 보였던 비니시우스를 정상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면 지단 감독의 전술적 선택폭도 훨씬 넓어졌을 것이다. 그래서 이스코의 활약이 중요하다. 그를 활용한 하나의 루트를 확보해 측면 공격력 약화를 해소해야 한다.

다가올 여름 에당 아자르의 영입은 현재 레알이 안고 있는 부실한 측면 공격의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 페레즈 회장이 지단 감독 부임과 함께 “시즌을 마친 후 다음 시즌 준비를 시작할 것”이라고 예고한 만큼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알바로 오드리오솔라가 지난 10일(한국시간) 레알 바야돌리드와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경기에서 볼을 몰고 전진하고 있다. AP뉴시스

솔라리의 유산

결과적으로 솔라리 감독의 첫 1군 데뷔는 실패였다. 성적만 놓고 보면 그렇다. 그러나 그가 통제할 수 없었던 부분도 있었다. 그나마 벤제마가 제 몫을 해주긴 했지만 베일은 여전히 부상과 복귀를 반복했고 20세에 불과한 크리스토 곤잘레스까지 활용할 정도로 가용할 만한 공격자원이 넉넉지 않았다. 현재의 팀 상황에 대한 책임을 솔라리 감독에게만 묻기에는 다소 가혹하다고 생각되는 이유다.

과도기를 겪는 와중에도 솔라리 감독은 지혜를 발휘했다. 레알 유소년팀과 B팀 격인 카스티야를 오랜 시간 지휘해온 경험을 살렸다. 많은 백업 선수들과 유망주들이 솔라리호에서 기회를 잡고 성장했다.

세르히오 레길론과 마르코스 요렌테의 성장이 특히 두드러진다. 레길론은 마르셀루의 부상과 부진을 틈타 솔라리 감독의 첫 번째 좌측 풀백 옵션으로 성장했다. 레길론은 마르셀루의 공백을 완벽하게 매웠다. 오히려 수비적인 부분에서는 마르셀루보다 더 안정감이 있다는 평가다.

요렌테 역시 마찬가지다. 왜소한 체격으로 신체조건이 우수하지 않아 공중볼 다툼에 약점이 있지만, 기본적인 임무인 지역방어와 함께 공격적인 기여가 뛰어나다. 뛰어난 인터셉트와 태클 능력으로 빠르게 볼을 탈취해 전방으로 전달하는 능력은 카세미루 못지않다. 빠른 공수 전환과 역습 속도를 중요시하는 지단의 4-3-3 체제에서 유효한 자원이라 생각된다.

이들 외에도 비니시우스를 비롯해 2군에서 합류한 많은 백업 요원들이 성장했다. 다니 세바요스, 헤수스 바예호, 페데리코 발베르데, 하비 산체스 등이 솔라리 체제에서 기회를 받을 수 있었다. 전임 감독인 지단과 로페테기 체제에서는 쉽지 않았을 터다. 위기 상황 속에서도 백업 요원들과 구단 유소년 아카데미 출신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며 어리고 재능 있는 스페인 선수들을 발굴했다는 것은 분명한 솔라리 감독의 성과다. 그가 아예 팀을 떠나는 것이 아닌 카스티야로의 복귀가 예상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솔라리 감독의 경질이 발표되며 레길론, 비니시우스, 요렌테가 자신의 SNS를 통해 그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모두 자신들을 1군에 데뷔시켜준 데 대한 고마움을 전하는 내용이다. 지단 감독 역시 이들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올 시즌 남아 있는 레알의 일정은 프리메라리가 11경기. 선수단으로부터 절대적 신뢰와 존중을 받는 지단 감독이 난관에 봉착한 팀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매우 흥미로워진다. 다만 이미 아름다운 명예와 함께 뜨거운 박수 속에 한 차례 떠난 바 있던 그다.

그랬던 지단 감독이 복귀 기자회견에서 “회장으로부터 복귀 연락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가자’였다”고 밝혔다.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독일 바이에른 뮌헨,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 등 굴지의 클럽들이 그를 원하는 상황에서도 어려운 친정팀 복귀를 선택했다. 앞선 명예들이 퇴색될 위험까지 감수하고 의리를 택했다는 부분에서 어떤 성과를 거머쥐던 그의 행보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송태화의 인저리타임

인저리타임. 전광판의 시계는 아직 멈추지 않았습니다. 송태화 기자가 함성소리에 스며드는 이야기를 전하는 스포츠 연재입니다.

송태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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